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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 “티나게, 폼나게 책읽기”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부업이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자신의 주업을 ‘과시적 독서가’라고 소개했다. 감명 깊게 읽은 문구가 있으면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해야 직성이 풀리며 ‘책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아주 좋다’고 주장하는 그는 말 그대로 ‘독서광(狂)’이다.

그는 일주일에 5권을 함께 읽으면서 주당 한 권은 꼭 마무리한다. ‘일단 많이 사야 많이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사며 가방에는 늘 책 한 권을 가지고 다닌다.

책을 읽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아내의 지원’이었다.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그의 아내는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책을 읽고 남편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아내는 그에게 가정생활비보다 우선해 책을 읽을 수 있게 매일 20~30만원이 넘는 책값을 지원해줬다.

또 다른 계기는 ‘지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경쟁 창업자들이 대부분 명문대를 나온데 비해 그는 전문대 출신이라는 불리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읽은 책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있어 보이고 싶어’ 시작했는데 ‘있는 사람’이 돼갔다.

‘재산은 누군가 빼앗아갈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지혜는 빼앗아갈 수 없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탈무드』를 인용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가 남에게도 많은 사랑을 베푼다고 했던가. 그는 이제 책 사랑을 남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의 직원들은 책 구입비가 무료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책 잘 읽는 방법』이 ‘책읽기의 입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볍게 책을 들었다. 문장이 짧고 여백이 많은 책, 마치 ‘배달의민족’ 어플처럼 구성이 깔끔해 술술 읽어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독서를 권유하는 그 어떤 책보다 책을 읽고 싶게 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마침내 책의 마지막장을 넘겼다. 그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셨는데요. 하루에 책을 손에 잡고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시는지요.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을 말씀 드리기는 쉽지 않은데요, 어떨 때는 10분, 어떨 때는 5~6시간, 이렇게 들쑥날쑥하거든요. 평일에는 회사 경영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것을 우선하기 때문에 매일같이 책을 많이 들고 있지는 못해요. 대신 저는 틈 날 때마다 짬짬이 책을 손에 들어 몇 페이지라도 보는 습관을 들였고요. 이동할 때도 잠깐잠깐 볼 수 있게 가방에도 두어 권 넣어가지고 다녀요. 하루 일과 마치고 귀가해서 20-30분 읽기도 하고요, 조금 더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은 주말에 몰아서 보기도 합니다.
 

- ‘지혜를 얻는다는 관점에서 책 읽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쓰셨는데요. 책에서 얻은 지혜를 사업에 활용하신 사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회사의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이런 것들 만들고 정리하는 데도 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고요. 예를 들어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라든지 그런 것들 만들 때도 그간에 읽었던 책들이 많이 도움이 됐죠.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인사 관련 정책들 이런 건데, 우리 고전 중 많은 부분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 같은 주제를 파고든 거잖아요? 창업 초기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 제도 구상할 때도, ‘복지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정의를 찾아보고, 결국 복지란 행복이라고 했을 때, 우리 구성원 한분 한분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그때 임원 분들과 같이 행복이라는 주제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고 같이 토론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서은국 선생님의 『행복의 기원』과 같은 책들이죠. 인사 정책 중에서도, 예를 들어 구성원들의 연봉을 결정하는 문제 등과 같은 정책을 만들어 가는 데도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같은 책을 찾아봐요. 그럼 도움 받는 부분이 많죠.
 

- 가장 최근에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고 어떤 것을 느끼셨는지요.

최근에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났는데요, 꼭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주의자 선언』을 들고 싶네요. 문유석 판사님이 쓰신 책으로 이미 대형 서점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아시고, 읽으셨을 것 같은데. 저는 이 책을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편견을 갖게 됐는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거든요.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개인주의자’를 선언한다? 좀 좋게 다가오지는 않아서요. 그런데 최근에 지인 중에 제가 평소에 굉장히 존경하고 인품이 훌륭하신 어떤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이 책을 추천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어? 저 분이 왜 이 책을 추천하셨을까?’하고 관심이 생겼고, 읽어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일종의 반어법이었다고 할까? 예를 들어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든지, 개인으로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대화하고 타협하고 연대하고 그렇게 어우러져 살 것인지에 대해 굉장히 따듯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책이었어요.
 

- “책 친구를 만들어라”라고 하셨는데요. 가족 외에 책 내용을 토론하는 친구가 있으신지요.

일단은 아내가 저의 가장 좋은 책 친구고요. 가족 외에는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책 친구인데요. 예를 들어, 회사의 구성원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 회사에는 자기 성장을 위한 도서비 무제한 지원 제도가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서로 읽고 있는 책들, 좋았던 책에 대해 소개하고, 의견 나누고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개인 책상마다 책 한두 권씩은 올려져 있는 게 흔한 풍경이에요. 이외에도 회사 바깥에서 뵙는 다양한 분들도 제게 좋은 책 추천해 주시고, 책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도 서로 많이 나누고 그러죠.
 

- “어려운 출판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시고, “직원들이 책을 사는 비용을 무한정 지원해준다”, “사회 구성원들이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의장으로서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기 위해 어떤 사업을 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혹은 독서신문에 어떤 영감을 주신다면...

음, 이것은 정말 가까운 시일 내에 벌일 일은 아니고요, 나중에, 정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해 보고 싶은 일인데요. 인문 고전 책들을 요즘의 언어로 쉽게 풀어서, 디자인도 예쁘게 해서 책을 다시 내보는 것? 요즘 젊은 분들이 고전이 중요하다 해서 좀 읽어보려고 해도 이 책들이 일단 대체로 너무 두껍고 활자 인쇄도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옛날식에, 거기다가 번역 어투에 너무 옛날식의 어려운 한자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읽을 엄두가 잘 안 나는 것이죠. 그래서 인문 고전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표현도 지금 젊은 친구들이 쓰는 식으로 좀 더 쉽고 친근한 표현으로 풀어서 저자가 그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생각들을 좀 더 쉽게 접해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책들을 내는 일이 필요하겠다 싶어요.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먼 훗날, 기회가 되면.


- 동영상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동영상보다 ‘추론적 사고’와 ‘논리력’, ‘상상력’을 기르는 데 더 좋다고 하셨는데요. 책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이라 보십니까.

인류 역사에서 문자가 만들어진 것이 수메르인의 쐐기문자와 같은 상형문자부터 하면 기원전 3000년 경, 즉 지금까지 5천년이 넘은 역사라고 하죠. 인류가 본격적으로 책을 쓰고, 읽고 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지만, 인간의 본성, DNA 안에는 이처럼 문자를 읽고 쓰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담겨져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주 최근 들어서는 사진 이미지나 동영상과 같이 비(非)텍스트 적인 매체가 각광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글자, 문자가 없어질 것이냐, 미래에 책이 사라질 것이냐 하면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봐요. 오히려 동영상과 책이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예를 들어, 어떤 것은 영상으로 보는 게 더 쉽게 다가가도록 하고, 감동을 주거나 할 수 있는 내용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책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지식의 습득, 성찰 이런 게 가능한 측면이 있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저도 어려운 책에 도전할 때는 만화로 된 입문서를 먼저 보거나, 동영상으로 누군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 것을 먼저 찾아보고, 그 다음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식으로 병행하기도 하거든요. 저는 ‘어느 한편이 더 좋다’ 이렇게 말하기보다, 책을 더 우선시 하는 분들이 동영상을 무시하거나, 반대로 동영상만 보시는 분들이 ‘책을 뭐하러보냐’ 이렇게 말씀하시거나 그러지 말고 양쪽의 장점을 적절히 취하면서 이 둘을 상호보완적인 매체로 활용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말씀 드려요. 우리가 일을 하거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정리해서 표현하고 그래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말이나 글로 표현하고 하는 데는 추론적인 사고, 논리력 이런 부분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많은 연구자들이 얘기하고 있지만 영상을 볼 때는 보통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측면이 많다면, 책을 읽는 행위에는 활자만 읽는 게 아니라 행간을 읽고, 잠시 멈춰서 생각을 가다듬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저자와 독자가 만나 대화하는 상호작용이 이뤄지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추론적 사고, 논리력 이런 걸 키울 수 있다고들 하니까요. 마치 우리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둘 사이에서 양자택일적으로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 그렇게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또 언젠가 다 디지털화 해버릴 것 같았지만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다시 또 가치를 인정받고 하는 것처럼 책과 영상도 그렇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인간이 지식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책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네요.
 

-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에 셀럽으로 선정되셨는데요. 부록에 워낙 좋은 책들이 많이 소개가 돼있습니다. 그 사이 또 추천해주실 책이 생겼다면 몇 권 소개 부탁드리며, 혹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책이 있다면 몇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 단순히 ‘두꺼운 과학책’인 줄로만 알고 계속 미뤄두던 책이었어요. 최근에 문화계에 계신 한 지인 분이 추천해 주셔서 ‘왜 문화 쪽에 계신 분이 이 책이 좋다고 읽어보라 하시는 걸까?’ 해서 읽게 되었지요.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이 어떤 면에서 확 깨이는 책이었어요. 인류의 역사와 철학,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역사, 또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 우주 안에서의 티 없이 작은 우리 인간에 대한 새로운 성찰... 이런 측면에서 저의 시야를 확 넓혀주는 책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200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에요. 징집되어 전쟁을 겪어야 했던 소녀들부터 여성의 시각에서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보통 지금까지의 전쟁사나 전쟁에 대한 책은 하나같이 누구누구 장군, 제독과 같은 남성 영웅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의 기록들이었죠.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쟁의 참상이나 그 안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전쟁의 폭력성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통찰을 가진 유럽의 석학 자크 아탈리의 최근 신간이에요. 작년에도 『자크 아탈리의 긍정경제학』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보기도 해서 ‘믿고 보는’ 저자인데요.『미래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는 개인이나 사회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각자 자기의, 또 사회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미래를 예측하면, 자신의 운명과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는 못해도 적어도 다가올 일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겠죠? 그것만으로도 우리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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