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헌안과 미투는 안개속에… 3월이 간다
정부 개헌안과 미투는 안개속에… 3월이 간다
  • 박정욱 기자
  • 승인 2018.03.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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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박정욱의 월요산책] 봄의 문을 연 3월이 어느새 마지막 주를 맞았다.

지난 주말에도 봄꽃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고, 프로야구가 지난 24일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2018 정규시즌 개막을 알리며 큰 기지개를 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부터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하고 있다는 소식도 쏟아졌다. 정부의 개헌안 발표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3월의 마지막 주를 여는 26일, 야당의 반대를 뚫고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UAE에서 전자 결재)를 거쳐 정부 개헌안이 발의됐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5월24일까지)에 의결돼야 한다. 반대 입장에 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현재 293석 기준 98석)을 넘긴 116석을 갖고 있어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개헌안은 처리되지 못하고,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도 물 건너간다. 또 가수 김흥국, 정치인 정봉주 등 ‘미투’ 관련 사건은 진실 공방을 이어갔다. 주말에는 영화배우 곽도원을 둘러싼 ‘미투 협박’ 논란도 뜨거웠다. 미투 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실은 여전히 저 편에 있다.

숨 가쁜 일의 연속이다. 주말부터 이어진 고농도 미세먼지에 안개까지 겹쳐 가뜩이나 숨 쉬기조차 힘겨운 현실이다.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착용해야 할 지경이다. 3월 마지막 주가 혼탁한 공기와 뿌연 하늘 아래 힘겹게 출발했다.
 

3월을 보내는 답답함과 아쉬움을 달래볼 겸, 책상 위 달력을 한 번 쳐다보자. 이번 주는 특별한 날, 기념일이 없이 깨끗하다. OO의 날 같은 기념일도, 경칩 춘분 같은 24절기도,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이벤트·상업형 날도 없다. 지난주에는 21일 춘분·상공의 날·암예방의 날, 22일 세계 물의 날, 23일 서해수호의 날, 24일 결핵예방의 날이 있었다. 이번에는 조용하고 여유롭게 한 주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의미를 되새겨볼만한 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26일만해도 그렇다. 정부 개헌안이 발의됐다. 앞으로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을 예고한다. 또 이 날은 1910년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사형 집행으로 31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날이다. 매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일본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목소리에 한번쯤 귀 기울였다면, 40일 뒤인 3월26일 사형 집행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다수의 일본 관료들에 중상을 입힌 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고, 5개월 뒤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10년 이 날에는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 8년 전, 이 사건으로 해군 장병 47명을 잃었다.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 발표 뒤에도,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피격 사건’이다. 지난 23일 서해수호의 날이 이와 관련된 법정기념일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2010년 11월23일) 등으로 숨진 55명의 용사를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북돋으며,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는 날로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도 지난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유족, 참전 장병, 시민,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등 전국 각지에서 관련 행사가 이어졌다.

3월27일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날이고, 세계 연극의 날이기도 하다. 3월 29일은 ‘봄봄’의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이 사망한 날이다.

무슨 날이든 모두, 누군가에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어떤 기념일이 아니라도, 어찌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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