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투운동이 뭐야?” 아이가 묻는다면…
“엄마 미투운동이 뭐야?” 아이가 묻는다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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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연일 계속되는 미투운동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아이가 “엄마, 미투 운동이 뭐야?” 혹은 “성폭력이 뭐야?”는 식의 질문을 할 때면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할지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아동·청소년 성폭력예방교육을 하는 교사들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서울여성회 박지아 성평등교육센터장은 논문 『아동청소년 성교육·성폭력예방교육과 성인지적 관점』에서 “성폭력 뉴스는 교사와 부모님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교육은 단순히 ‘성폭력은 나쁘다’라는 이야기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라며 “성폭력이 어떤 문제이고, 그것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그 교육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성폭력은 '정조의 죄'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이다”, “성폭력은 전적으로 가해자의 잘못이며 피해자는 어떠한 잘못도 없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형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성폭력은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정조의 죄’로 여겨졌다. 법률 개정 후에도 판례와 국민 인식 등에는 성폭력을 정조의 죄로 보는 관점이 남아있다. 최근 일어나는 미투운동을 보고 많은 네티즌들은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도 오히려 ‘자신의 정조가 침해당했다’고 부끄러워해 떳떳하게 나서지 못했다. 박 센터장은 “정조의 죄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을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로 인식하게 되면 여성은 성적 권리를 가진 존재이며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는다”라며 “여성이건 남성이건, 그가 어떤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건 성적인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피해가 성립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흔히 하는 ‘안돼요, 싫어요’ 교육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작정 아이들에게 성폭력 가해가 일어나면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하라고 시키는 '대처 교육'은 아이들에게 ‘성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성폭력 피해 아동들은 ‘성폭력을 당했으니 나는 나쁜 아이야’라는 생각을 가져 자신의 피해사실을 숨기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성폭력 상황에서 저항하지 못한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사실을 숨긴다. 피해를 당하지 않은 아이들조차 일상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어른들을 경계하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박 센터장은 “성폭력은 전적으로 가해자의 잘못이며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 따라서 성폭력 상황에서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대처 교육은 위험천만하다”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성에 대해 건강한 경계교육(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존중하는 교육)을 통해 성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김황수진 서울여성회 성평등 교육센터 성교육 강사는 『순결교육이 아닌 성적자기결정권 교육으로』에서 "많은 아이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을 터부시하는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성에 대한 터부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통념, 즉 ‘성’은 은밀하고 야한 것, 위험한 것, 최대한 멀리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 아이들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지아 센터장도 아이들이 “성을 이상하거나 공포스럽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성을 피하고, 따라서 성에 대해 모를 경우 자기 기준을 갖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기준이 없을 경우 성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택하거나 협상하기 어려우며, 사회의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하거나 일방적으로 끌려가기 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인이 느끼는 성적인 감정과 욕망을 잘못된 것, 이상한 것으로 느끼는 아이들은 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주변 어른들과 나누지 않는다. 그리고 성에 대해 올바른 지식과 관점을 배울 기회에서 멀어진다”고 주장했다.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은 ‘자신의 몸과 욕구까지 있는 그대로 사랑하되, 타인과 폭력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다. 이제부터는 자녀가 “아빠 미투 운동이 뭐야?”, “성폭력이 뭐야”고 물을 때 적당한 말로 얼버무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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