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발표 어려워… 쉬운 설명 필요
개헌안 발표 어려워… 쉬운 설명 필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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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헌법 쉽게 읽기』,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로 쉬운 분석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에 맞게 하루빨리 개정돼 국민이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정치권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중 전문(前文)과 기본권, 국민 주권 강화와 관련된 부분을 발표했다. 21일에는 지방분권과 관련된 개헌안을 발표했으며, 22일에는 헌법기관과 관련된 개헌안을 발표한다. 이 개헌안은 26일 발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10여분에 걸친 개헌안 설명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19일에 발표한 개헌안을 김광민 변호사의 『헌법 쉽게 읽기』와 사회학자 오찬호의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에 쓰인 내용으로 보강 설명해봤다.

먼저, 정부는 헌법 전문(前文)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쓰여 있다. 개정안에는 기존의 4·19혁명과 함께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경상남도 부산과 마산 지역에서 일어난 부마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하자는 의견이 들어갔다.

이러한 ‘민주이념’을 『헌법 쉽게 읽기』의 저자 김광민 변호사는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것은 시민 저항권을 뜻한다”라며 “근대국가의 대표적인 사상인 사회계약론에서는 국가권력은 국민 간의 계약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국가가 국민을 배반한다면 국민은 국가에 줬던 권력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부마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하자는 의견은 헌법 제1조 제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도 의미가 맞는다. 김 변호사는 “‘공화제’의 유래는 주나라 려왕(麗王)의 폭정에 못 이겨 백성들이 난을 일으킨 데서 나온다”라며 “대한민국은 왕이 백성에게 쫓겨나고 권력이 분산됐던 주나라의 공화(共和) 시기를 차용한 ‘공화제’를 따르는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현행 기본권의 개선’에 대한 내용이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 기대하고 있는 인권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려해서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헌법 제2조 제2항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내의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은 대부분 ‘국민’에 맞춰져 있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그의 책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넘어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뉴스는 결코 낯설지 않다. 일상에서 차별에 둔감한 결과일 터다”라며 “인종차별은 외국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지만 한국에서는 별거 아닌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조선적(朝鮮籍)을 가진 재일(在日) 조선인들도 문제다. 김광민 변호사는 “재일 조선인들이 오랜 시간 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적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분단된 조국 중 어느 한쪽 국적을 선택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조선 국적자에게 남한 국적취득을 강요하고 여행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신념을 무너뜨리려고 한 한국영사관을 비판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까지 조선 국적자에 대한 여행 증명서 발급률은 100%에 가까웠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81.3%, 2010년 43.8%로 계속 감소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34.6%까지 낮아졌다.

세 번째로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 한다”고 발표하며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 인정(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만 제외)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광민 변호사는 “근로(勤勞)는 부지런히(勤) 일한다(勞)는 뜻인 반면 노동(勞動)은 움직여(勞) 일한다(動)는 뜻이다. 이(헌법 제32조)는 헌법이 노동을 권리로 규정함과 동시에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태도와 일치한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의무라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으로서 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601년 영국의 ‘빈민법(노동력이 있는 자들은 노역 시키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집단 수용소에 보내는 법)’과 마찬가지로 제32조의 역사적 맥락도 ‘빈민의 통제’와 관련 있다고 설명하며 “(노동이 의무라는 법을 이유로) 정부는 도시의 부랑인을 강제로 수용해 노동력이 있는 자들은 노역을 시키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집단 수용소에 보냈다”며 12년 동안 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형제복지원 사건’을 예로 들었다.

또한 김광민 변호사는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박정희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강력한 권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공무원 조직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고 공무원 노동조합 활동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공무원의 노동3권이 제한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에서 급여를 받는다는 점과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공무원의 노동3권에 반대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조항은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지 특정인을 위해 일하면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공무원의 월급이 주로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은 단순히 공무원 급여의 재원일 뿐 그 이유로 국민과 공무원 간 상하 관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무원 파업이 국민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노동자로서 파업하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불편이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공무원 파업으로 발생하는 국민의 불편은 노동기본권의 확립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파업은 노동자가 하는 것이지만 그 원인까지 노동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역시 파업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라며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역설했다.

네 번째로 정부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를 주장하며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청구주체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오직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광민 변호사는 “한국과 같이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영장)청구권자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략) 미국은 거의 모든 주에서 영장청구권자를 경찰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검찰관·검찰 사무관 또는 사법 경찰원’으로 규정해 경찰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헌법 역시 영장주의만 규정했을 뿐 청구권자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만 유독 검찰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제12조 제3항은 5·16 군사 쿠데타 다음에 (5차 개헌 때) 도입됐다”면서 “당시에는 군과 검찰에 국가의 모든 권력이 집중됐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보면,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이기에 강력한 검찰의 권한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영장 청구권을 검찰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이유다”라며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했다.

그는 “그(5차 개헌) 이후 검찰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2016년 7월 진경준 전 검사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것과 지난해 2월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동일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예로 들며 “헌법이 개정된다면 제12조 제3항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개헌은 기본권 및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민 중심의 개헌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고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또 “헌법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 개헌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개헌의 이유와 배경을 잘 살펴 정부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합당한 안에는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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