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경과 윤상, 그리고 가짜뉴스
방자경과 윤상, 그리고 가짜뉴스
  • 박정욱 기자
  • 승인 2018.03.20 15: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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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박정욱 기자] 방자경 나라사랑바른학부모실천모임 대표가 방북 공연을 앞둔 대한민국 예술단의 윤상 음악감독을 겨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고, 이로 인해 가짜뉴스가 탄생하고 확대 재생산됐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방자경 대표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보궐정권은 반 대한민국 세력들과 한편 먹는데 남북 실무접촉 수석대표로 윤상씨라면 김일성 찬양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간첩 윤이상, 5.18 광주폭동 핵심으로 보상금 받고 월북한 대동고 출신 윤기권, 김일성이 북한에서 만든 5.18 영화의 주인공 윤상원, 이들 중 누구와 가까운 집안입니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가수 겸 음악 프로듀서 윤상은 예술단 음악 감독으로 임명돼 통일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대한민국 회담 대표단을 구성해 20일 통일각에서 열린 대한민국 예술단 평양공연 관련 남북 실무접촉에 수석대표로 참가했다.

방 대표의 글에는 명백하게 잘못된 사실(팩트)들이 포함돼 있다. 윤상의 본명은 이윤상이다. 윤씨가 아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자는 김종률이다. 고(故) 윤이상 작곡가와 무관하다. 김일성 찬양가도 아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탈북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8년 북한 금지곡으로 지정됐다”며 김일성과 무관함을 밝혔었다. 작곡가 김형석은 방자경 대표의 글에 "(윤상의) 본명은 이윤상입니다만"이라는 답글로 ‘팩트 저격’을 했다.

이에 방자경 대표는 19일 “주적 북한에 가서 공연하겠다는 윤상씨에 대해 올린 글 중 정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윤상씨는 본명이 윤상이 아니라고 합니다”라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윤상씨에게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조국인 분이면 북한공연 취소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또 일부 언론이 방 대표의 글에 대해 ‘종북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허위보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20일 SNS를 통해 “저는 윤상씨를 종북으로 모는 글을 쓰지 않았는데 제가 윤상씨를 종북으로 글 쓴 사람처럼 허위기사들로 도배된 사실을 알려주셨네요”라며 “윤상씨 노래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윤상씨가 전세계 유일 독재세습을 하고 있는 주적 북한에 들어가서 공산당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온 가수가 안보가 불안정한 시기에 전세계 테러국으로 불리고 핵무기를 개발해서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고 하고 우리나라 중요기관들을 해킹하고 비드코인 해킹까지 벌인 이런 공산당 집단을 위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방자경 대표 관련 글은 언론을 통해 계속 기사화돼 유통되면서 파장을 키웠다.

SNS와 댓글이 잘못된 사실을 퍼나르고, 언론이 가세해 허위 사실을 담은 SNS글이나 댓글을 기사화하면서 가짜뉴스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유통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회에서 버젓이 그런 일이 벌어졌다.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은 시인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는 잘못된 지적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을 언급하면서 "도 장관은 (성폭력 의혹을) 사전에 모르고 있었나"라고 질의한 뒤 "도 장관의 결혼식 주례를 고은 시인이 서줬다고 하던데, (문체부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도 장관은 "사실을 확인하고서 질의를 하는 것이냐. 제 결혼식 주례는 신부님이 섰다. 고은 시인은 주례를 선 적이 없는데 주례를 섰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반박했다. 이에 전 의원은 "언론 보도를 보고 말씀드린 것이다. 문체부에서 불편부당하게 조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를 보고 질의를 한 것이었다. 도 장관은 "가짜뉴스가 많다. 사실을 잘 확인하고 질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가짜뉴스의 발원지는 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탁수정씨의 SNS 글이었다. 탁씨는 지난 7일 "도종환 장관 결혼식 때 주례 고은인 거 실화? 고은재단 대장이었다가 문체부 장관 된 거 실화? 그러저러해서 묵살하는 거 실화?"라며 도 장관의 결혼식 주례를 고은 시인이 섰다는 글을 올렸다. 확인되지 않은 거짓이었다.

국회에서 가짜뉴스 해프닝이 벌어진 뒤 탁수정씨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탁 씨는 19일 "고은 시인이 도종환 시인의 주례를 섰다는 이야기는 제가 사석에서 모 문인을 통해 들은 것이었다. 사실과 다른 정보였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줄 알고 올린 것에 대해 반성한다. 앞으로 올리기 전 좀 더 확인을 거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라고 사과문을 SNS에 올렸다.

집권여당 내에서 20일 마침 가짜뉴스 등을 차단하기 위해 댓글 기능을 없애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은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짜뉴스 등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털이나 SNS 사업자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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