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박정욱] 잘 싸웠지만 세계 1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정현(26위·한국체대)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 49일 만의 재대결에서도 아쉽게 패했다.
정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달러) 8강에서 페더러에 0-2(5-7 1-6)로 졌다.
정현은 지난 1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뒤 페더러와 4강에서 만나 오른쪽 발바닥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2세트에서 기권패를 했었다.
페더러와 그 이후 49일 만에 다시 만났다. 1세트에서는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첫 번째 서비스 게임을 내주며 게임 스코어 0-3으로 뒤졌지만 페더러의 서비스 게임을 뺏어내며 3-3의 균형을 맞췄고, 5-5까지 대등하게 맞섰다. 그러나 게임 스코어 5-6으로 뒤진 상황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놓치며 아쉽게 1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도 초반에 페더러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페더러의 첫 번째 서비스 게임을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여러 차례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고도 발리 실수를 범하며 결국 게임을 넘겨줬다. 이후 곧바로 자신의 서비스 게임까지 내주며 0-3으로 끌려갔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한 차례 지켜내는데 그치며 결국 1-6으로 무너졌다.
정현이 현역 세계 랭킹 1위와 대결한 것은 세 번째이다. 앞서 2016년 호주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지난해 10월 파리 마스터스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만났다. 이번까지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정현이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과가 적지 않다. 이번 대회를 통해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 처음으로 8강 진입에 성공한 것 만해도 큰 결실이다. 마스터스 1000시리즈는 4대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랭킹 포인트가 높아 '제5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린다. BNP 파리바오픈은 1년에 9차례 열리는 마스터스 1000 대회의 시즌 첫 대회였다. 그는 올해 5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8강에 진출해 ‘차세대 선두주자’의 면모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앞서 ASB 클래식 8강을 시작으로 호주오픈 4강, 델레이비치 오픈 8강, 멕시코오픈 8강의 성적을 거뒀다. 또 8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180점을 얻어 세계랭킹도 23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페더러는 시즌 개막 후 16연승을 달리며 2006년 자신이 세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페더러는 준결승에서 보르나 초리치(49위·크로아티아)와 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