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내가 테러리스트를 변호한 이유는…”
[책 속 명문장] “내가 테러리스트를 변호한 이유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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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리스트의 변호인으로 우리는 폭풍의 한복판에 섰다. 우리는 모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배려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균형이 잡혔으니까. <7쪽>

사회가 모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테러리스트의 위험한 이데올로기와 충분한 대결을 벌이지는 못했다. 우리는 혹시 이어질지 모를 테러를 막을 대책을 논의하기에 급급했을 뿐, 테러리스트와 그 이데올로기가 파괴하려는 근본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강화할 수 있는지 하는 물음은 소홀히 다루었다.

나는 이 책이 신앙, 피부색, 국적 등과 상관없이 우리를 통합해주는 가치를 두고 활발한 담론이 이뤄지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우리를 서로 구분 짓는 것처럼 보이는 문화의 차이를 거론하는 대신, 우리는 내가 재판 과정을 통해 알게 된 많은 청소년이 한 일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즉, 우리는 각 개인의 소중함과 사회의 근본가치(민주주의, 사상의 자유, 평등, 인권)의 의미를 새삼 소중히 새기며 가꾸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할지라도 이런 가치가 무너지는 것만큼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라도,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짓밟으려는 비관용의 태도만큼은 절대 관용해서는 안 된다. <8~9쪽>

그는 폭발 뒤에도 모든 건물이 여전히 그대로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사망자의 수가 의도했던 것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했고 실망이 무척 컸다. 본래 그는 수백 명, 심지어 1,000명 정도의 인간을 살해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중략)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중략) 너무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 피의자 자리에 앉아 1,000명도 넘는 사람을 살해하려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털어놓고 있다. <59쪽>

그는 무방비 상태의 청소년들을 바로 지척에서 사격했다. 총을 맞은 청소년은 대개 즉사했다. 되도록 많은 청소년을 죽이기 위해 그는 도망가는 아이들을 향해 ‘정지 사격’을 했다. ‘정지 사격’이라는 표현은 브레이비크 자신이 한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범행 현장을 다시 돌며 쓰러진 청소년을 확실히 죽이기 위해 여러 발을 쏘았다. <60쪽>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반역자와 전범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크누트 함순 때문에 빚어졌던 상처를 생각해보라. 개인의 의견이 아무리 극단적이거나 전체주의적이라고 할지라도, 그 의견을 정신병자의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도외시하는 것은 위험한 행태의 은폐다. 우리는 그 의견에 참을성 있게 맞서야만 한다. 그래야 미래에 비슷한 테러가 벌어질 위험을 피할 수 있다. <153쪽>

『나는 왜 테러리스트를 변호했나?』
예이르 리페스타드 지음 | 김희상 옮김│그러나 펴냄 | 24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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