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육 평가혁명⑬] 일본 새 수능의 첫 예비시험 논술 강화
[일본교육 평가혁명⑬] 일본 새 수능의 첫 예비시험 논술 강화
  • 신향식 객원기자
  • 승인 2018.03.14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어 26개 문항 중 사고력 측정 논술형 문항 3개 출제
잃어버린 20년은 공교육의 경쟁력 상실에서 시작됐다. 일본이 ‘교육평가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부실한 공교육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은 결과다. 한국 교육계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일본은 대학입시와 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평가혁명’에 착수했다. 객관식 문제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서술·논술형으로 바꾸는가 하면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혁명적인 변화다. 서울대, 고려대, 서울교대 등이 대입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전면폐지하고 다른 대학들도 논술전형을 축소하는 한국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신향식 객원기자를 일본에 급파, 일본 교육의 평가혁명 현주소를 살펴봤다.<편집자 주(註)>

[독서신문] 객관식 대신 논술형 문제를 포함한 일본 새 수능(대학입학공통시험)의 첫 예비시험 문제와 정답이 공개됐다.

일본 독립행정법인 대학입시본부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24일까지 고교생 5만명이 치른 대학입학공통시험의 예비시험 문항과 정답을 최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번 예비시험은 지난해 5월 16일 논술형 문제 유형을 처음 발표한 뒤 실시한 첫 시험이다. 객관식(OMR식) 문제를 재점검하고 논술형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게 이 시험의 목적이다.

일본은 1989년에 시작한 대학입학센터시험을 폐지하고 2020년부터 ‘대학입학공통시험’으로 명칭을 바꿔 대입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기존 100% 객관식에 논술형 문제를 일부 추가하여 새로운 형식의 대입 수능 시험을 보는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이를 위해 △2016년 11월 27일에 대학생 약 400명을 대상으로 제 1회 조사(모니터)를 했다. △2017년 2월 26일과 3월 4일에 대학생 약 600명을 대상으로 제 2회 조사를 실시했다. 1회와 2회 조사에서는 논술형 문제를 포함했으나 그것을 공개하진 않았다. △2017년 5월 16일에 국어와 수학의 논술형 예시 문항을 공개했다. △2017년 11월 13일부터 24일까지 예비시험(시행조사, 프리테스트)을 실시했다. 국어와 수학의 논술형 예시 문항을 공개했다. △올해는 고교생 10만 명을 대상으로 예비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수업 장면


◆ 학생회 규약, 교내 신문기사 등 실용적이고 친밀한 제시문 출제

일본 새 수능 첫 예비시험의 국어 논술형 문제에는 학생회 규약과 교내 신문 기사 등을 토대로 학생들의 대화문의 공란을 채우는 문제가 등장했다. 2017년 5월에 공표되었던 논술형 문제 예시 사례가 주차장의 계약서 등을 소재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친밀하고 실용적인 내용이 되었다.

국어 논술형 문제는 다음과 같다.

“아오하라(青原) 고등학교의 동아리 활동에 관한 사항을 학생회 활동 규약에 따라 학생회 활동 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제시문은 그 규약의 일부다. 집행회의에 제출하는 의제를 검토하는 장면도 대화록으로 제시한다. 집행회의에서 사용한 [자료 1] ~[자료 3]을 바탕으로 각 문제에 답하라.”

제시문은 5개가 출제되었다. 현대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문장 중에서 고교생에게 친근한 ‘학생회 규약(동아리 활동 규약)’ 등 자료 3개를 포함했다.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능력과 특정 조건에 따라 사고한 상황을 글로 표현하는 역량을 측정하고자 했다.

첫 번째 제시문에서는 학생회부 활동 규약을 소개했다. 총칙, 학생회부 운영, 학생회부 신설, 휴부, 폐부 등으로 구성되었다. 제 1조부터 시작하여 제 16조까지 제시되었다. 이 규약문에 사용한 말투와 어휘 등은 공문서나 법조문의 말투, 어휘와 거의 흡사하다.

두 번째 제시문은 회의에 가까운 대화문을 소개했다. 학생회 위원장, 부위원장, 체육부 대표, 문화부 대표, 교사의 대화문이다.

세 번째 제시문은 동아리 활동에 관해 학생회에 전달하는 희망사항과 그 희망사항을 담은 자료다. 희망사항으로는 댄스부 창설, 부활동 연장, 샤워실 개설, 조명기기 증설 등이다. 네 번째 제시문은 시내 5개 학교의 동아리 활동 종료 시한을 담은 자료다.

다섯 번째 제시문은 학교신문에 실린 기사다. 제목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주장’이고, 부제는 ‘1위는 특별 활동의 내실’로 되어 있다.

평가의 초점은 제시문 독해력과 논리적 사고력, 지식 활용 능력에 맞췄다. 전체 26문제 중 논술형은 3문제고, 나머지는 객관식이다.


◆ 제시문 독해 능력, 정보 다루는 방법 등 평가

출제 의도는 △언어 사용법 △목적에 맞춰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 △제시문 독해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데 있다.

국어 문제에서 요구하는 학습 능력은 다음과 같다.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정보를 다루는 방법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제시문을 바탕으로, 추론에 의해 정보를 보충하거나 정리하고, 제시문에 담긴 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제시문을 바탕으로, 조건으로 제시된 목적 등에 따라서 필요한 정보를 비교하거나 관련 짓고, 제시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가.


◆ “채점에 걸리는 시간과 경비 증가하는 게 문제”

요미우리신문(2018년 1월 5일)은 “전체적으로 도표와 자료 해석 문제가 많고, 기존 시험에 비해서 난이도가 높았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2017년 12월 5일)은 “문제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글과 자료 중 어디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를 이해한 뒤 설정된 조건에 따라서 정리하면 된다. 고도의 표현력과 구성력도 요구하지 않았다. 독해력과 함께 제시문을 요약하는 능력이 있으면 해답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2017년 12월 5일)은 대학입시센터 측의 의견을 인용해 “새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하고 논술 실력을 연마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채점에 걸리는 시간이나 경비가 증가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 시험 유형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에바라 토모카즈(南風原 朝和) 도쿄대 고대접속 연구개발센터장은 마이니치 2017년 12월 5일자 인터뷰에서 “정답의 조건을 무척 세세하게 설정해 놓았다. 본래 육성해야 할 표현력(문장력)을 평가하는 문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입학공통시험의 첫 예비시험 국어 논술형 문항]

(2017년 11월 13일~24일 실시)


[문제 1] 대화문에 ‘해당 연도에 부를 신설하기 위해 필요한 신청 조건과 절차’란 구절이 있다. 부를 신설하기 위한 조건과 절차를 50자 이내로 쓰시오.(구두점 포함)

△주의 사항: 대화문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인 학생회 규약문을 참고하여, 학생회 신문에 기재할 내용을 작성해야 한다. 부를 신설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절차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문제 2] 대화문 중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25자 이내로 작성하시오.

△주의 사항: 대화문을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학생회 규약)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학생회 규약에서 볼 수 없는 내용)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문제 3] 대화문 중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다음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하도록 작성하시오.

(1) 80자 이상, 120자 이내로 두 단락으로 쓰시오(구두점을 포함). 회화체로 하지 않아도 됨.

(2) 첫 단락은 ‘확실히’란 표현으로 시작할 것. 구체적 근거를 두 가지 들고, 동아리 활동 종료 시한 연장을 건의하기 위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것.

(3) 두 번째 단락은 접속어 ‘그러나’로 시작할 것. 동아리 활동 종료시한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어떻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 근거를 함께 나타낼 것.

(4) 문항 (2)와 (3)의 근거는 모두 [자료 1]~[자료 3]에서 찾을 것.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