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명마가 고삐에 상한다” 충북교육감 김병우
[지대폼장] “명마가 고삐에 상한다” 충북교육감 김병우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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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나라는 무정신의 역사를 살고 있다. 부처가 조선에 들어오면 조선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조선이 되고, 공맹이 조선에 들어오면 조선의 공맹이 되지 못하고 공맹의 조선이 되며, 예수가 조선에 들어오면 조선의 예수가 되지 못하고 예수의 조선이 되니…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이나 ‘노예정신’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시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다. (중략) MB 정부 임기말인 2012년 10월, 역사교과서 검정 심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일본 ‘국왕’은 ‘천황’으로 바구도록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숱한 예들이 더 있지만 이러한 예들은 1980년대 이후 안병직, 이영훈에 의해 제기되던 ‘식민지 근대화론’이 어느새 교과서에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제 때 식민지배의 정당화 논리로 내세워졌다가 그 후 일본에서조차 극우파들에게서만 내세워지는 논리가, 우리나라 ‘뉴라이트’ 계열에게는 열렬한 신앙으로 남아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심어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75~76쪽>

요즘, ‘교육의 위기’를 말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학력저하’ 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학력은 이미 세계 상위권이다. 다만 그것이 맹목적 주입의 결과라 위태로울 뿐이다. 그로 인한 학습흥미의 저하, 창의력과 상상력의 고갈이 문제라면 문제다. 위기라면 그게 위기다.<119쪽>

광야를 달릴 말을 고삐로 묶어두면 어떻게 될까. 그 고삐에 메이고 만다. 우리 속담에도 “명마가 고삐에 상한다”는 말이 있다. 고삐에 매인 말은 처음에는 벗어나려고도 해 볼 테지만, 이내 좌절과 체념, 무력감에 길들여지게 된다. 그러다 종내는 고삐가 풀려도 그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그 말에게 더 이상 광야는 없다.

아이들에게 세계무대의 주역이 되라면서 책상 앞에만 묶어두는 교육,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라면서 밤늦도록 교실에만 붙잡아두는 교육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그 눈먼 아집의 고삐를 끊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기대할 것이 무엇일까.

이것들이야 말로, 맹목적 교육열에 불타는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공부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해보자고 권하는 이유다.<301쪽>


『신나는 학교가 진짜 경쟁력이다』
김병우 지음 | 일공일 펴냄 | 323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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