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지켜보고, 지원하라” 김병우 충북교육감
[책 읽는 대한민국] “지켜보고, 지원하라” 김병우 충북교육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09 20: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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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반가운 얼굴로 본지 기자를 맞이한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에게 쓸모없는 권위는 없었다. 그의 옆에 있는 교육청 사람들은 교육감에게 자유롭게 발언했고 김 교육감은 경청했다.

“장학사에게 교사들을 절대로 주도하려고 하지 말고 참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켜보고, 지원하라 그러면 저절로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가장 아래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충청북도 교사들은 “김병우 교육감이 자신들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낮은 곳에서 좋은 교육의 길을 제시하고 지켜봐주고 방파제가 돼주는 것이 감사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아직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교육감의 인기가 높다. 충북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18일, 19일 이틀간 충청북도내 거주하는 성인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교육감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김병우 교육감의 지지율은 36.1%로, 경쟁자인 황신모 전 충주대학교 총장(8.3%)과 심의보 충청대학교 교수(9.5%) 등을 큰 차이로 이기고 있으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높은 지지율은 단순히 김 교육감의 리더십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해 충북교육청의 성과가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한 해 ‘2017년 지방 교육재정 운용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으며 ‘2017년 공무원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인증’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에서 4년 연속 최상위 평가를 받았으며, 전국 시·도교육청평가에서 8년 연속 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됐다.

충북교육청이 이뤄낸 높은 성과와 김 교육감의 인기, 그리고 활기차고 밝은 충북교육청 사람들과 교사들… 그에게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물었다.

- 올해 충북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으로 송무백열(松茂栢悅·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를 제시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의 송무백열은 벗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할 때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에도 그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상록교목입니다. 변치 않는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벗, 굳은 뜻을 지켜낸 벗이 잘 되는 것을 함께 기뻐한다는 말 속에는 공감의 미덕과 더불어 행복한 동반 성장을 향한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 우리 교육이 지나친 경쟁 위주, 개인 성공 위주였음을 생각해보면, 송무백열은 우리 교육이 지향해 나가야 할 공감과 존중, 협력과 배려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 교육감께서 생각하시는 우리나라 교육의 당면과제는 무엇인지요.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교육은 국제적인 모범이었고, 우리나라는 교육 강국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나 여태 우리나라가 추구했던 교육은 동아시아형 주입식 교육이었습니다. 이것은 소위 ‘쓸모있는 인간’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교육 강국을 넘어서 교육 선진국이 되려면 20세기형 교육으로는 안 됩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20세기형 교육은 저금하기식 교육이었습니다. 정보가 들어오면 암기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정보와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시대입니다. 지식이 12시간에 2배로 늘어나는 시대에, 구닥다리 지식들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1세기형 교육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에 더해 쓸모가 없어진 지식들을 없애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지식을 채워 넣는 형식이 돼야 합니다. 이것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게 하는 나라가 교육 선진국입니다.

또, 20세기 인재는 ‘정답의 노예’였다면 21세기에는 ‘해답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답의 주인’은 바로 ‘사람다운 사람’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정답의 노예’는 인공지능이 대체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은 문제를 스스로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고 상상하고 협력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하지 못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 충북교육청에서 올해 독서교육 활성에 힘쓰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요. 성과는 어떠신지요.

독서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교육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서교육에 있어서 단순히 국어교사만이 아닌, 독서교육 전문가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충북교육청에서는 독서교육 전문 교사들을 늘려가려고 하고 있는데 정원이 정해져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에서 진행하는 독서 관련 행사에 선생님들과 독서교육 담당자들이 출장 갈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전임 교육감 때보다 독서교육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아는 선생님들이 늘었습니다. 또 교사들 중에 독서교육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을 모아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독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잘 되고 있는 편입니다. 또 학부모들에게도 독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독서에 빠질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지원하니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독서교육에 참여합니다. 저는 이분들이 충청북도 독서교육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도서관은 학교의 맹장이 아니라 심장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학교 도서 확충을 위해 학교 운영비의 3% 이상은 도서구입비로 쓰게 했고, 도서관은 되도록 아이들 접근성이 좋은 교내 중심에 두게 했습니다.

- 교육과 독서는 필수불가결한 관계라고 생각하는데요. 교육감으로서 독서량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새로운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와 비전수립을 목적으로 독서를 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사회학, 미래학, 정책학, 교육학, 현장실천 관련 서적들입니다. 독서 방식은 주로 한 권을 통독하기보다는 중요한 부분과 관심이 가는 부분을 중심으로 읽는 발췌독을 하고 있습니다. 독서분량은 한 달에 최소 20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06년 국어교사로 지내는 동안의 교육 현장을 담은 『신나는 학교가 진짜 경쟁력이다』를 출간하셨고 이번에도 책을 내실 계획이신데요.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나는 학교가 진짜 경쟁력이다』는 제가 국어교사로서 교육현장을 지키며 느꼈던 애절한 사연과 눈물, 교육운동에 헌신하며 고민해왔던 교육에 대한 비전 등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교육은 1등 만능주의, 경쟁 제일주의, 엘리트 교육 중심주의 등이 판을 쳤고 지식과 암기, 시험과 성적이 곧 교육인 양 여기는 그릇된 교육관이 팽배했습니다. 충북교육을 희망과 긍정의 교육으로 바꾸기 위해 책을 출간했습니다.

또 이번에는 『내일이 기다려지는 교육』이라는 책을 써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부제는 ‘김병우의 행복교육 이야기 2’입니다. 지난 4년간 행정을 추진하며 밝힌 충북교육의 방향, 교육현안에 대한 저의 교육철학과 비전 등을 담고 있습니다.

- 독서신문에서 진행하는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샐럽으로 선정되셨는데요. 책 몇 권 추천해주신다면…

먼저 청소년들에게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를 권하고 싶습니다. 유전자를 통해 인간이 보이는 각양각색의 행동과 태도를 설명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이기적 유전자와 달리 이타적 유전자는 공존과 희생의 태도를 보이게 만듭니다. 자신과 인간에 대한 성찰의 토대로 삼을 만한 책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님들께는 교육잡지 <개똥이네 집>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어른들의 교육애와 고민을 담은 월간지입니다. 아이들 교육이 걱정될 때,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되돌아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자신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운 독서신문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인터뷰를 통해 한 교육자의 인품을 언급하는 것은 경솔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인터뷰 내내 그가 풍긴 겸손한 눈빛은 그것이 연기이든 진심이든, ‘가장 낮은 자리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바른 길을 깨달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사람’이 진정한 교육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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