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 ‘그들은 적군인가 시민인가…’
태극기 집회, ‘그들은 적군인가 시민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04 11:56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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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 참가한 5·18계엄군 단독 인터뷰
“지금 정권은 완전히 빨갱이”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1일, 삼일절에 맞춰서 서울 시청 앞·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벌어졌다. 집회의 이름은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로 참가자들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연합 등 기독교단체와 태극기행동본부 회원들로 구성된 ‘3·1절연합집회실행위원회’였다.

집회자들은 “우리나라가 문재인 정부 때문에 공산화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정부 탄핵이 잘못됐다”, “문재인 정부는 빨갱이 정부다”, “북한과 한 편이다” 등 현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들을 쏟아내며 오후 6시께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 인근에 설치된 촛불 조형물을 쓰러뜨리고 불을 붙였다. 그들은 비판하려는 사람들을 적으로 받아들였다. 당당했고, 강한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듯 보였다.

이들의 집회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시위자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다 잘못됐는데도 저들은 믿지 않으려는 것 같다. 어떤 강한 신념이 머리에 박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한 시민은 “저들은 현 정부가 공산당이고 빨갱이라고 무작정 주장만 한다. 그 주장의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독서신문에서는 이날 집회에 참가한 집회자 중 과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계엄군으로서 광주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눈 특전사 출신 퇴역 군인과 대구에서 올라온 한 시민을 만나보고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를 통해 그들이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분석해봤다.

-왜 시위에 참여했는지

우리나라가 공산화 되는 것을 막으려고 참가했다. 지금 정권은 완전히 빨갱이다. 북한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이러다가 적화통일된다. 북한은 무섭고 악한 놈들이다. 내가 5·18 때 계엄군으로 광주에 내려가 봐서 안다.

-광주에 북한군이 있었다는 것은 거짓으로 밝혀졌는데

그것은 잘못 알려진 일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엄연히 북한군 소행이다. 특수부대 600명이 광주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무기고를 탈취했다. 일반인이 그렇게 빨리 무기고를 탈취할 수는 없다. 분명히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군 소행이다.

-당시 사살된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광주 시민으로 밝혀졌는데

그렇지 않다. 당시 광주교도소 앞에 3공수여단이 주둔해서 북한군을 소탕했다. 그런데 왜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는지 아나? 정주영(현대 그룹 창업자)이 북한에 소 건네다 줄 때 트럭 밑에다가 시체들을 묶어서 북한에 넘겨 준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광주가 그랬듯 우리나라의 현 정부도 간첩의 소굴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시위에 참가한 이유였다. 그는 진심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으로 믿고 있거나 자신이 계엄군으로 참가해 시민들을 사살한 이유를 정당화하려는 듯이 보였다.

대구에서 올라온 한 시민의 태도도 당당했다.

- 왜 시위에 참가했는지

문재인 정권은 완전히 빨갱이 정권이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성장하고 경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다 박정희 대통령 때문인데 그 은혜를 모르고 있다. 너무나 화가 나서 이렇게 내가 대구에서 올라오게 됐다.

- 경제 발전을 위해서 시위한다는 말인지

당연하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장 청와대로 다시 데려오고 문재인은 내려가야 한다.

다른 신념의 이유

사회학자 오찬호는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 간첩이 침투해 벌인 일이었다는 추잡한 분석이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부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일단 북한과 연결되면 합리적 의심 능력을 상실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라며 시위자들의 잘못된 신념의 이유를 전두환 정권 탓으로 돌렸다.

그는 “전두환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끊임없이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시국 토론을 하거나 추모제를 하는 단체는 예외 없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이라고 엮어버렸다. 1982년, 전북 군산의 교사 9명을 이적 단체 조직과 간첩 행위 등으로 구속한 ‘오송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받으면서 허위자백을 했다. 어부로 위장한 간첩을 잡았다고 하면 죄다 전라도 지역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어? 전라도에 간첩이 많이 있긴 있는 모양이네’, ‘예전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 북한과 연관됐다는 말이 사실이었나봐’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간첩의 위험이 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시위자들이 촛불시위로 탄생한 우리나라 정부가 공산화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 유독 대한민국이 경제분야를 숭배하고 경제성장을 논할 때 ‘박정희’를 연결시키는지도 설명했다. 오찬호는 “경제지상주의가 가져온 폐해를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박정희와 관련된 논쟁만 봐도 한국 사회에서 경제가 종교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박정희 독재에 대한 반론은 늘 ‘그래도 경제가 발전했잖아’라는 논리뿐이다. 사람들이 탄압을 받았든 말았든 경제성장이라는 공이 있으니 과만 따지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오찬호는 “(경제지상주의 때문에) 한국의 기업과 가계의 소득격차가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훨씬 빠르게 커지고 있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8년 동안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에서 62.3%로 8.3%포인트 하락했다. OECD 회원국의 가계소득 하락률은 4.2%포인트다. 기업소득의 비중은 오르고 있다. (중략) 경제를 강조하다보니 경제가 발전은 했는데, 발전의 혜택은 일부만 누리고 있는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어떻게 보면 태극기집회에 참가하는 이들도 역사의 피해자다. 어떤 정권이 특정한 프레임을 주입했기에 비이성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시민이라면 이들을 무작정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이른바 ‘태극기 신념’을 갖게 됐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이 잘못된 신념을 주장하고 있다면 ‘어떻게 계몽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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