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미투(Me too)' 캠페인의 열기에 힘입어 웹툰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웹툰 <예민보스 이리나(이하 이리나)>는 최근 상습적으로 입맞춤을 하고 술에 취한 주인공을 모텔로 데려가는 록밴드 베이시스트의 행동을 고발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밴드 이름과 밴드 내 역할 등 가해자 묘사 부분에 각색이 이뤄졌지만,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에 바탕을 뒀다.
<이리나>의 곤(필) 작가는 "의도를 갖고 '필름이 끊긴' 사람을 모텔에 데려간 것은 잘못이다. 거절하지 못한 것과 동의를 하는 것은 다르다"고 만화에서 꼬집었다.
2년 전에 연재를 시작해 지난해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됐던 웹툰 <단지>의 두 번째 시리즈에서도 '미투' 운동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 시리즈에는 직계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소담(가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가 등장한다. 시즌 1에서는 단지(필명)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면, 시즌 2에서는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일반 독자의 사연으로 구성했다. 단지 작가는 "시즌 1을 연재하며 말 못 할 답답함과 억울함을 가진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시즌 2를 구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웹툰을 보고 용기를 얻어 온라인으로나마 본인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독자도 생겨났다. 웹툰의 댓글에는 "회사 상사를 성희롱으로 내부 고발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 퇴사할 수박에 없었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네가 예뻐서 그래'라며 덮었다"는 내용이 잇따르고 있다.
이 웹툰들은 웹과 모바일 등에서 유통된다는 점을 봤을 때, 온라인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맥락이 통한다. 곤 작가는 "침묵의 문화 속에서 익명성을 담보하며 피해자 입장에 잘 공감하도록 연출할 수 있는 수단이 만화였다"고 했다.
한편 <이리나>와 <단지>의 작가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양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곤 작가는 "피해 사실을 만화로 그리면서 '이게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하면서 "누가 당했다보다는 진정성 있는 고백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