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마음으로 관찰하는 작가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요”
세상을 마음으로 관찰하는 작가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요”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2.28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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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모자, 에세이 『방구석 라디오』에 이어 『숨』 펴내…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독서신문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 『숨』을 발간한 모자 작가를 인터뷰 했다. 『숨』은 평범해서 더 특별한 일상의 기억들, 잊고 지낸 추억들, 무심코 흘려보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과장이 아닌 평이함이 전율을 일으킬 때가 있는 것처럼, 최근 따뜻한 문체로 위로를 전하는 책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 역시 평범함 일상을 꾸밈없이 담백하게 풀어내 최근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필명은 '모자'다. ‘모자를 좋아해서, 모자라서’ 필명을 ‘모자’로 지었다는 그를 독자들이 많이 궁금해 하고 있는데, 끝까지 얼굴을 가려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나게 됐다. 지금부터 얼굴 없는 작가, ‘모자’를 만나보자.

-필명이 ‘모자’로 독특한데, ‘모자’라고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사실 필명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원래 하나에 빠져들면 집착하는 성격인데, 첫 책이 나올 당시 취미로 모자를 수집하고 있었거든요. 매번 모자를 바꿔 쓰고 나오는 저를 보고 절친한 지인이 모자라는 필명을 추천해줬습니다. ‘모자란다는 말이 나를 수식하기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쭉 필명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또 모자라는 필명을 볼 때면 ‘아직 나는 많이 모자라는 구나’라는 자기반성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구가 들거든요. 여러모로 저와 잘 어울리는 필명인 것 같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셨고, 작가님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는데 혹시 개인정보가 알려지는 것을 회피하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이야기의 전달자로만 존재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숨』은 살아가면서 한 번은 스쳤을 법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며,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저의 지인입니다. 저는 익명의 그들이 변화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유지되려면 그들과 엮인 저 역시 익명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도에 에세이 『방구석라디오』에 이어 최근 출간한 『숨』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제 선정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평범하다는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들리는지 모르겠어요. 제게 평범함이란 ‘특별한 소수가 아닌 모든 것’ 정도로 인식되거든요. 우리가 매일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사실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먹는 음식도 각양각색이고 출근하는 방법도 서로 다르죠. 어쩌면 평범함과 특별함이란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2권의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처음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어느 그믐날 집에 가는 중에 폐지 줍는 할머니를 봤어요. 그날은 달이 없어서 정말 캄캄했거든요. 골목길에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고 가로등도 없다시피 했는데, 어떤 할머니가 유모차에 폐지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모습을 봤어요. 그냥 지나치기에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할머니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죠.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왔는데 계속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스치는 모든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진 않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평범하게 지나친 사람들이 조금씩 특별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글을 썼고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작가님의 책에 모두가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직접 경험한 이야기인지.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곁을 스쳐 간 이들입니다. 책을 읽어주신 분들이 그들의 일화를 읽고 공감해 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그러면 적어도 그들의 삶이 잘못된 건 아니라는 거니까요. 때로는 우리가 서로에게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잖아요.

 

-책을 많이 읽는지. 어떤 종류의 책을 즐기는지.

 

저는 장르에 구분 없이 읽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상상력을 탐닉하는 행위가 제게 즐거움을 주거든요. 그래서 소설과 시를 좋아하고, 만화책이나 동화책도 읽고 추리 소설도 읽어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여유’와 ‘사색’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한동안 여운 같은 게 남거든요. 그 여운을 음미하고 되새김질하다 보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던 것들이 머리에 맴돌아요. 그리고 그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흩어졌다가, 우연히 책 제목을 듣거나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되돌아오죠. 일종의 추억처럼 말이에요.

 

-앞으로의 계획과 모자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우선 모자란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쓴 글을 누군가 즐겁게 읽어주시는 건 정말 행복한 경험인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면서 살고 싶지만 그건 욕심인 것 같아요. 운 좋게 두 권의 책을 내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거든요. 다음 책을 내려면 아마 공부를 많이 해야겠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려고 해요. 저는 노력의 가능성을 믿어요.

<사진출처=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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