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지엠 군산 공장 폐쇄, 해고는 곧 학살이다" 『마카로니 프로젝트』
[리뷰] "한국지엠 군산 공장 폐쇄, 해고는 곧 학살이다" 『마카로니 프로젝트』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2.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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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최근 전해진 한국지엠 군산 공장의 폐쇄 소식과 이 소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일치한다. 지엠의 이번 발표로 수천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공장을 중심으로 상권을 이뤄 살아가던 사람들까지 생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 그리고 어디서부터 이러한 재앙이 시작됐는지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이 소설과 같다.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무기회사가 영업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탈리아 피렌체 공장의 폐쇄 결정을 내린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회사란 무엇인지, 이 세계에서 온전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윤리'가 아닌 '생존'의 영역에서 묻는 동시에 갑작스러운 선고를 접한 직원들의 심리가 사태의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한편 이 작품은 피렌체라는 이국적인 공간과 프랑스, 네덜란드, 그리스 등 다국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대량 해고'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줘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본 저서는 자본주의의 단편적인 모습에만 머물지 않고, 더 깊게 들어갔다. 저자 김솔은 오랜 직장생활과 소설가로서의 삶을 균등하게 병행하면서 회사, 즉 자본주의라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외면할 수 없는 세계의 본질에 대해 생생하게 물었다.

"우주는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운 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그 암흑 물질이라고 하면 시행착오가 아니겠는가. 인간은 결코 똑바로 걸을 수 없다. 설령 똑바로 걷는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똑바로 진행되지 않는 시간 위에 올라타고 있는 이상 목적지에 곧바로 이를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인생이든 반드시 시작한 곳에서 끝이 날 것이고 이 우주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나갈 수는 없으리라."

'이것이냐 저것이냐' 양자택일할 수 없는 상황에 속으로 인물들을 몰아넣어 질문 자체의 모순을 드러낸 이 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선의 삶'을 도모할 때 어느 쪽이 절대 선이거나 윤리적으로 우선한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줬다. 

최근 한국지엠 군산 공장 폐쇄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가올 운명에 자포자기하며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 퇴사하려는 쪽과 어떻게든 공장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쪽 사이의 팽팽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두 각자의 생존을 위한 그들의 노력이기에,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다. 

『마카로니 프로젝트』
김솔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64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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