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만 영장 청구할 수 있다?’, 개헌안 찬반 진행중… 
‘검사만 영장 청구할 수 있다?’, 개헌안 찬반 진행중…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2.25 09:0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누구나 ‘개헌 제안 및 찬반투표’ 가능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 합의만을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닌, 현실에서 이제 대통령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따라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가 구성됐다.

20일 자문특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헌 관련 22가지 주요 쟁점을 카드뉴스 형태로 소개했고, 댓글과 공감 지수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댓글로 안건을 제안할 수 있으며 올라와 있는 안건에 찬성과 반대 입장을 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문특위 홈페이지에는 개헌안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 나와 있을 뿐 개헌안을 충분히 알기에 자세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개헌이 나라의 중대사인 만큼 개헌안에 얽혀있는 문제점들을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시민단체 활동가이자 변호사인 김광민은 저서 『헌법 쉽게 읽기』에서 쟁점이 되는 개헌안을 자세하고 쉽게 설명했다.

# 검찰만 영장 청구권 가져야 하나?

지난 22일 기준으로 댓글 1,322개가 달려 가장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안건은 ‘검사가 없으면 구속이 안된다?’(찬성 5,192명, 반대 232명, 중립 1명)으로 검사만 가지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경찰 등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오직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광민 변호사는 “한국과 같이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영장)청구권자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략) 미국은 거의 모든 주에서 영장청구권자를 경찰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검찰관·검찰 사무관 또는 사법 경찰원’으로 규정해 경찰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헌법 역시 영장주의만 규정했을 뿐 청구권자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만 유독 검찰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제12조 제3항은 5·16 군사 쿠데타 다음에 (5차 개헌 때) 도입됐다”면서 “당시에는 군과 검찰에 국가의 모든 권력이 집중됐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보면,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이기에 강력한 검찰의 권한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영장 청구권을 검찰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이유다”라며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했다. 

그는 “그(5차 개헌) 이후 검찰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2016년 7월 진경준 전 검사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것과 지난해 2월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동일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예로 들며 “헌법이 개정된다면 제12조 제3항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근로’를 ‘노동’으로?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자는 목적으로 현재 헌법에 ‘근로’라고 적힌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노동’으로 바꾸자는 안도 찬성 683명, 반대 157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헌법 제32조에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적혀있다. 자문특위는 여기서 ‘근로’는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가치를 내포한 국가주의적 성향을 띤 용어이므로 노동권 존중과 기본권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노동’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근로(勤勞)는 부지런히(勤) 일한다(勞)는 뜻인 반면 노동(勞動)은 움직여(勞) 일한다(動)는 뜻이다. 이(헌법 제32조)는 헌법이 노동을 권리로 규정함과 동시에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태도와 일치한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의무라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으로서 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601년 영국의 ‘빈민법(노동력이 있는 자들은 노역 시키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집단 수용소에 보내는 법)’과 마찬가지로 제32조의 역사적 맥락도 ‘빈민의 통제’와 관련 있다고 설명하며 “(노동이 의무라는 법을 이유로) 정부는 도시의 부랑인을 강제로 수용해 노동력이 있는 자들은 노역을 시키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집단 수용소에 보냈다”며 12년 동안 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참사 ‘형제복지원 사건’을 예로 들었다.

# 근로3권, 공무원은 가질 수 없나?  

공무원의 근로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찬성 582명, 반대 283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헌법 제33조 제2항은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며 공무원의 근로3권을 철저히 제한한다. 또, ‘공무원 노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노동조합의 가입 범위를 6급 이하 공무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같은 법률 제11조에는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또는 그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어 제6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김광민 변호사는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박정희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강력한 권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공무원 조직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고 공무원 노동조합 활동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공무원의 노동3권이 제한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에서 급여를 받는다는 점과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공무원의 노동3권에 반대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조항은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지 특정인을 위해 일하면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공무원의 월급이 주로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은 단순히 공무원 급여의 재원일 뿐 그 이유로 국민과 공무원 간 상하 관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무원 파업이 국민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노동자로서 파업하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불편이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공무원 파업으로 발생하는 국민의 불편은 노동기본권의 확립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파업은 노동자가 하는 것이지만 그 원인까지 노동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역시 파업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라며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역설했다.  
 
이 외에도 『헌법 쉽게 읽기』에는 자문특위 홈페이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헌 의견들의 역사적 배경과 쉽고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부족한 설명을 읽고 무턱대고 찬성이나 반대를 누르기 전에 개헌안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