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8명 데이트하다 숨져…
한 달 8명 데이트하다 숨져…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2.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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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지난해 데이트폭력 상담 건수가 두 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22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여성 긴급전화 1366 전국센터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상담 건수는 총 28만9천32건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이 중 데이트폭력의 경우 2014년 1,591건에서 2015년 2,096건, 2016년 4,138건, 2017년 8.291건 등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TV조선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 <세븐>에서 명백한 범죄임에도 ‘사랑해서’라는 이유로 포장되는 데이트 폭력 실태를 집중 고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별한 전 남자친구에게 두 달 가까이 스토킹 당하다 결국 죽임까지 당한 여성, 7년 전 단 5일 사귄 대학 선배에게 성관계를 거부했다가 수차례 성폭행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급증하는 데이트폭력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1만303명을 기록했다. 이는 집계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보다 1,936명 증가한 수치이며, 2014년 6,675명에서 매년 1,000명가량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데이트폭력은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인 폭행, 성폭력 등을 의미한다. 지난해 발생한 데이트폭력 유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55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체포·감금·협박도 1,189명으로 적지 않았다.

데이트폭력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살인· 살인미수가 67건 발생했다. 2016년 11월 서울 은평구의 한 요양병원 주차장에서 박씨(52)가 퇴근하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후 불산을 얼굴과 목 부위에 부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살인의 동기를 조사한 결과, 박씨는 1년가량 만나던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협박과 폭행으로 대응했고, 여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살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회사원 김씨(26)가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는 앞서 3월에도 인천시 남구의 한 노래주점에서 소주병으로 여자친구의 머리를 내리친 바 있다.

경찰청 집계 결과 이와 같은 데이트폭력으로 숨진 사람이 지난 5년 동안 467명으로 드러났다. 즉 한 달 평균 여성 8명이 데이트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데이트폭력 처벌 수위 약해…

데이트 폭력 혐의를 받고 있던 10대 남성이 형사처벌을 면했다. 지난 22일 인천지법 형사6단독 임정윤 판사는 “사귀던 여자친구 B양(18)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수차례 폭행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된 A군(19)을 인천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A군은 2016년 4월부터 교제하던 B양을 학교 복도와 영화관, 카페, 식당 등지에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았으며, B양이 수학여행에서 다른 남학생들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담뱃불로 B양의 다리를 지지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A군은 지난해 3월 B양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폭행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있다.

A군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행과 협박, 상해, 공갈, 재물손괴 등 5가지였지만, B양과 합의해 재판부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가 제출됐기 때문에 폭행과 협박에 대한 부분은 기각됐다. 이에 재판부는 폭행 및 협박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심리했고, 그 결과 피고인은 소년법상 소년으로서 보호처분을 받을 사유가 있다고 최종 판단해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데이트폭력의 빈도수가 증가하고, 폭력의 강도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건 방지 대책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원인으로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58.7%를 차지했으며,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가 73%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낙연 총리가 지난 22일 열린 제28회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에서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 수립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최근 3년 동안 경찰청이 파악한 스토킹은 46%, 데이트 폭력은 54.4%가 늘어났다”고 말하면서 “이런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정부는 이미 몰카 범죄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다. 그것에 이어서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방지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징역까지 가능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데이트폭력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데이트폭력을 각각 가정폭력방지법과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특히 영국에서는 남자친구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가정폭력 전과공개제도, 일명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스토킹은 성폭행·감금·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미비해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범칙금 수준의 처벌만 이뤄졌다.

지난 22일 국정현안조정점검 회의에서 정부가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스토킹을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범칙금 수준이 아닌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으며, 연인관계 등을 악용한 데이트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양형 단계에서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적정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엄정한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스토킹·데이트폭력에 대한 경찰 대응력과 피해자 신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112신고 시스템상 ‘스토킹 코드’를 별도로 부여 관리하는 한편 스토킹·데이트폭력 관련 위험성이 크거나 피해자가 요청하는 경우 피해자와의 핫라인(hot-line)을 구축해 피해를 방지키로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폭행·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스토킹과 데이트폭력 사건이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을 제고하고 국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데이트폭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광기다. 이제는 데이트폭력을 그들만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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