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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종이잡지’ 무너지고 ‘전자잡지’ 일어서다
왼쪽부터 1,2번째 오사카에 위치한 서점 / 3,4번째 교토에 위치한 서점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이번 달 ‘여성중앙’이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1970년에 창간돼 전성기 때 10만부까지 찍었던 잡지 ‘여성중앙’이 휴간 소식은 잡지 시장의 불황을 방증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2015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잡지 등 정기간행물 산업의 매출액은 2012년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스마트폰 보급이 일상화된 시기다.

이는 곧 스마트폰이 종이 잡지 멸종의 요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잡지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미용실, 병원, 은행, 카페 등을 가보면 잡지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모두 스마트폰에 코 박고 있다. 이 상황에서 광고비만으로 인건비와 제작비를 충당해 수만 또는 수십만부를 발행하는 잡지 모델은 지속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종이매체의 위기 속에 ‘잡지천국’인 일본은 이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도쿄의 출판과학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출판물 판매상황’에 따르면 책과 잡지의 판매금액은 전년 대비 3.4% 감소했으며, 잡지는 2015년 대비 5.9% 줄어든 반면 서적은 0.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출판시장은 전통적으로 잡지가 책보다 많이 팔리는 ‘잡고서저(雜高書低)’ 로 요약할 수 있는데, 최근 책 판매가 잡지를 웃돌면서 잡고서저 현상이 1975년 이후 처음으로 붕괴했다. 이에 일본 출판업계에서는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본 편의점에서도 최근 침체되고 있는 잡지시장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일본 편의점을 처음 가본 사람들은 보란 듯 진열돼 있는 성인잡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 일쑤였으나, 일본 대형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이 ‘유해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바 시내 43개 점포에서 성인잡지 판매를 중지했다. 또한 지난 1월부터는 일본 2,245개 전 점포의 잡지 진열대에서 성인잡지를 빼고 있는 가운데 일본 출판업계에서는 “미니스톱의 규제는 잡지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다”라면서 반발에 나섰다.

‘종이 잡지 불황’의 요인 2가지

일본의 출판계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잡지 매출이 책 매출을 웃도는 현상이 지속돼왔으나, 40년 이상 이어진 잡고서저(雜高書低)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잡저서고(雜低書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와 같은 종이 잡지 불황의 요인으로 ‘일본의 출판·유통 시스템’과 ‘스마트폰’이 언급됐다.

현재 일본의 출판·유통 시스템은 잡고서저를 전제로 형성돼 왔다. 잡지를 매주, 매월 대량으로 전국 동네서점에 배포하는 방식에 기초한 이익구조로,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과거 수백만부의 잡지가 팔리던 시대에 형성됐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미국 출판업계에서는 “서점에서 잡지를 정기적으로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서구권에서는 잡지를 정기구독 해 집에서 읽는다. 어떻게 팔릴지도, 누가 사 볼지도 모르는 잡지를 매주, 매달 서점에 배포하고 있는 일본 잡지시장의 비즈니스 방식은 원래 위험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일본 잡지시장 위기의 본질은 잡지 판매장소의 협소화와 유통상의 고위험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일본 잡지시장의 위기의 요인으로 ‘스마트폰’을 언급했다. NHK는 “스마트폰과 전자잡지 등의 영향으로 종이잡지를 사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만화잡지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하면서 “전자출판으로 만화를 보는 것이 정착돼 이제 만화는 ‘종이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독자가 늘고 있다”고 일본 잡지시장의 위기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잡지의 서적화’, 잡지부활의 신호?

일본 출판업계에서는 ‘잡지 불황’을 이야기하면서도 ‘잡지의 증쇄’ 현상도 간간히 목격할 수 있다. 2015년 9월호 일본의 대표적인 문예지 『문예 춘추』는 발매와 동시에 증쇄했고, 2015년 10월호 문예지 『신조』는 4,000호가 증쇄됐다. 또한 2016년 1월호 여성지 『부인 공론』은 1만부가 증쇄된 바 있다. 일반 서적이 잘 팔리면 증쇄를 하는 것과 달리 잡지는 증쇄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에, 잡지 증쇄 소식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일본출판업계에서는 ‘잡지부활로 볼 수 있다’와 ‘잡지증쇄는 한시적 현상이지 전체 잡지시장을 끌고 갈 만한 사례는 아니다’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한편 잡지의 증쇄현상에 따라 통상호보다 증간호, 특별호, 별책부록 등에 집중해 잡지를 발간하는 출판사가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출판계에서는 ‘잡지의 서적화’라고 지칭하는데, 잡지의 서적화가 잡지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잡지,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일본의 전자출판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종이책출판 시장의 12%를 차지했으며, 일본의 전자잡지 시장의 규모는 242억엔으로 전년도 145억엔에 비해 약 1.7% 확대됐다. 그 가운데 2014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NTT도코모의 『d매거진』 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일본 출판업계에서는 “『d매거진』은 일종의 전자잡지 무제한 읽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같은 사이트다. 월 400엔으로 마음껏 잡지를 읽을 수 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au(KDDI)』, 『BookPass』, 『뷰엔(viewn)』이 먼저 시작했지만 전자잡지 시장은 『d매거진』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d매거진』의 서비스 확대로 전자잡지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d매거진』 성공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사 잡지의 성공과 관련이 있다. 최근 1년간 계속된 특종으로 종이 매체에서 매출이 증가한 『주간 문춘』, 『주간 신조』, 『주간 현대』, 『주간 플레이보이』 모두 서비스하고 있는 곳은 『d매거진』이 유일하다. 또한 『d매거진』은 인기 연예인을 기용한 TV 광고도 2016년 2월말 시작하면서 전자잡지 자체의 인지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앞으로도 일본 전자출판시장은 확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오는 2020년에는 2015년의 1.9배인 3480억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전자잡지 시장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곧 일본 잡지 시장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전자잡지 시장이 종이잡지 시장을 보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가상현실에서도 종이잡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샤프가 설립한 벤처기업 팀에스가 오프라인 서점을 가상현실 공간에 재현한 VR 서점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점에 실제 서적과 잡지는 없지만, 손님이 웨어러블 단말기를 머리 부분에 장착하면 눈앞에 서점을 모방한 VR 공간이 펼쳐지는 구조다. 조만간 실증실험을 개시해 2020년을 전후로 지방 상점가의 빈 점포에 VR 서점을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걸으면서 책을 찾거나 서서 읽기도 가능하며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페이지를 넘기는 등 전통 서점에서의 행동과 유사하게 체험하고 마음에 드는 책은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팀에스의 타가시마 아키라 시장은 “샤프에서 대형 모니터가 부착된 비디오카메라 ‘액정 뷰카무’ 등을 기획했던 경험을 토대로 전자서적 배포 대기업 이북이니셔티브 재팬과 함께 VR 서점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잡지를 자랑하는 일본, 이제는 종이에서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가상현실에서도 잡지를 구독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권보견 기자  mjko281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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