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육 평가혁명⑪] “소논문 쓰면 강의식 수업에서 얻지 못하는 재미 만끽”
[일본교육 평가혁명⑪] “소논문 쓰면 강의식 수업에서 얻지 못하는 재미 만끽”
  • 신향식 객원기자
  • 승인 2018.02.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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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은 공교육의 경쟁력 상실에서 시작됐다. 일본이 ‘교육평가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부실한 공교육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은 결과다. 한국 교육계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일본은 대학입시와 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평가혁명’에 착수했다. 객관식 문제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서술·논술형으로 바꾸는가 하면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혁명적인 변화다. 서울대, 고려대, 서울교대 등이 대입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전면폐지하고 다른 대학들도 논술전형을 축소하는 한국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신향식 객원기자를 일본에 급파, 일본 교육의 평가혁명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註)>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소논문 포스터 발표 행사에서 지도하는 모습

[독서신문]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여 대학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 이름을 공저자로 올리는 사례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교육에서 소논문 활동을 해결하는 일본 고교의 사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공교육에서는 교수와 대학원생(연구원), 기업체 연구원, 공무원, 시민단체(NGO) 관계자 등 외부 인력을 활용하여 수준 높은 소논문을 작성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교내활동으로 소논문을 지도하는 제도가 구축돼 있어서) 사교육에 의존하는 일은 없습니다. 부모에게 조언을 들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이 직접 연구하여 논문을 작성해야 합니다.”

일본 삿포로 시립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을 담당하는 오오니시 히로시(大西洋) 수학 교사는 “소논문은 반드시 학생들 스스로 작성해야지 대필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에서도 논문을 대필하는 일은 절대 금지사항(‘Academic honesty’)으로 규정해 놓았다”고 밝혔다.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는 문부과학성이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SSH)로 지정한 학교다. 선진적인 이과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로, 대학과 공동 연구를 하여 소논문을 집필한다. 과제연구 수업을 위한 창의적인 지도방법과 교재도 개발한다.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은 지난해 현재 일본 전국에 178개교가 있으며 이는 전체 고교의 3.6%에 해당한다. 일본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드는 일이 SSH의 목표다.

 

◆ ‘자율 구조 로봇’ 등 창의적 연구결과 뿌듯

SSH 발표 포스터

오오니시 히로시 교사는 연구 성과로 소개하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 5학년 코즈모사이언스1 수업의 과제연구 사례를 들었다.

“마사키 타테라란 남학생이 ‘자율 구조 로봇’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로봇은 ‘로보컵 주니어 구조 미로’ 대회 출품용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미로를 통과하는 데 적합한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연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타테라 군이 개발한 로봇은 하단 바퀴, 마이크로 컴퓨터, 센서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나 돌멩이가 쌓여있는 까다로운 지형을 통과할 수 있도록 바퀴를 섬세하게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또, “거리와 색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이용하여 미로를 탐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두 개를 직접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타테라 군은 로봇을 완성한 뒤 미흡한 점을 고찰하여 향후 연구목표를 세웠습니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 컴퓨터를 개선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로봇의 몸체를 바꿔보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 3D 프린터는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 마이크로 컴퓨터 개선에 적합한 모터도 물색 중입니다.”

 

◆ 5년간 총액 4,000만엔 예산 배정 받아

SSH 발표를 마치고 포스터를 정리하는 장면

오오니시 히로시 교사에게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SSH)에 관해 들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 논문 지도는 어떻게 하나요?

“논문은 5학년 때 작성합니다. 코즈모사이언스 과목에서 매주 2시간을 논문 연구 시간으로 활용합니다. 지도교사는 연구 주제별로 배정하여 실질적으로 도와 줍니다. 우리 학교 교사가 쓴 논문 작성법 안내서를 이용하여 논문 쓰기를 익힙니다. 영어 논문의 구성과 작성법은 영어 시간에 배웁니다.”

 

- 정부 예산을 지원 받나요?

“우리 학교는 문부과학성에서 특별히 지정한 학교입니다. SSH는 국가에서 심사하여 막대한 예산을 지원 받습니다. 심사를 통과한 학교에는 5년간 총액 4,000만엔(약 4억 원)을 예산으로 배정 받습니다. 덕분에 일반 고교에서 실시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실험과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 언제부터 시행하였나요?

“우리 학교는 2012년에 모체 학교인 가이세이 고등학교에서부터 1기 SSH를 시행하였습니다. 6년제인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는 2015년도에 개교하면서 가이세이 고등학교와 함께 문부과학성의 심사를 거쳐 지난해부터 2기 SSH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 우수작 선정하지 않고 참관자 의견 반영하여 연구 보완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학생들이 포스터 앞에서 소논문을 발표하는 장면

- 소논문 과제연구는 정규 수업 시간 내에서만 진행합니까?

“학교 수업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연구 주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준비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수업 시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휴일에도 시간을 냅니다.”

 

- 박사나 석사 학위를 받은 교사들이 지도교사로 나섭니까?

“반드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교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논문 지도를 교내의 교사만으로 하면 그들에게 상당히 많은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대학이나 기업 등 외부와 제휴하여 전문적으로 논문 지도를 받게 합니다.”

 

- 외부 인사들이 논문 지도를 도와 주는군요.

“교사의 지도만으로 연구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대학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체 연구원, 관공서의 전문가, 시민단체(NGO) 직원 등 외부 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홋카이도 대학교의 대학원생이나, 독일의 고등학교 교사가 지도 조언해 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 SSH 행사를 얼마나 자주 엽니까?

“이동식 게시판에 소논문 요약본을 부착하고 발표를 하는 ‘포스터 세션’은 SSH를 선택한 모든 학생이 참가합니다. 5학년 이과 학생은 SSH, 문과 학생은 SGH(슈퍼 글로벌 행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연구를 합니다. 모든 행사를 합하면 한 해에 대략 20번 정도 됩니다. 강연회와 연구활동 참여, 이바라키현(茨城県)의 츠쿠바(筑波)와 독일 등 국내외 수학여행을 합해 20회 정도가 됩니다.”

 

- 우수 작품을 따로 선정합니까?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참관자들의 평가와 도움말을 토대로 연구방법을 개선하게 하고, 그를 바탕으로 논문 최종본을 완성합니다.”

 

◆ 해외교류와 국제적 시야 키워주려 영어로 논문 발표

지도교사가 학생들에게 소논문에 관해 도움말을 해주는 모습

- 논문도 많이 읽히겠군요.

“연구 주제를 정한 뒤 선행 연구를 조사하게 합니다. 그 때 논문과 보고서를 읽게 합니다. 다만, 참고문헌을 보면 우리 학생들이 다른 논문과 보고서를 참조하고 인용한 게 부족합니다. 참고문헌을 폭넓게 활용하는 일이 해결 과제라고 봅니다.”

 

- 영어 논문으로 발표하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5학년 때 호주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 수학여행을 갑니다. 그 때 영어 논문으로 발표를 합니다. 영어는 해외에서 우리 학교를 방문하는 학생들과 교류할 때 필수입니다. 논문 번역을 통해 연구 성과를 내는 일이 국제적인 시야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고 봅니다.”

 

- SSH의 목적을 설명해 주세요.

“우리 학교는 SSH의 목적을 ‘미래의 삿포로와 일본을 지탱하며,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는 과학적 교양을 갖춘, 자립적인 삿포로인 육성’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행사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소양을 키워 주려고 합니다.”

 

- SSH 프로그램은 전원 참가합니까?

“4학년(고1)에서는 모두 SSH나 SGH에 참가합니다. 모두 이수한다고 보면 됩니다.”

 

◆ 독일, 중국, 호주 등의 고교들과 청소년 학술연구 교류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학생들이 소논문 발표를 지켜보는 모습

- 과제 연구 발표회는 언제합니까?

“9월과 3월에 SSH, SGH 합동으로 진행합니다. 학부모들도 참관합니다.”

 

- SSH 관리 부서가 별도로 있겠군요.

“SSH 위원회를 교내에 둡니다. 연 4~5회 부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연구 방향을 논의합니다. 연구 테마는 국가에 신청하는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우리 학교는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에 기초한 전방위 지식의 최첨단(코스모 프론티어이즘, Cosmo frontierism)입니다.”

 

- SSH의 장점을 소개해 주셔요.

“일본에서는 한때 이과 기피 현상이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SSH 활동을 통해 과학실험 연구를 직접 해 보면, 과학 수업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과학 본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기관리능력과 비판적 사고력도 연마하게 됩니다. 일본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 추가로 소개할 게 있는지요.

“해외 학교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SSH만의 매력입니다. △찬다이니아 특별학교(베트남) △프린세스 츄라본 과학고등학교 피사로누쿠(태국) △로버트 허드만 고등학교(독일) △선양시 콘난구 제2중학교(중국) △엣핑구보이즈 고등학교(오스트레일리아)와 과학 연구에 관한 교류를 합니다. 국제적인 시각을 키우고 해외 학생들과 교류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통역=임문택 삿포로무지개한국어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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