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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무늬가 안겨주는 허상
김혜식 <수필가/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건물은 삶을 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인간의 모든 삶이 이루어지고 있다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 삶과 건축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며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건축물이 지닌 특성이며 효용가치이기도 하다.

연일 경제 뉴스에 빠지지 않는 게 아파트 시세인 것만 보더라도 건축물이야말로 인간의 총체적인 삶을 담는 공간임을 방증한다. 오죽하면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 조건인 의·식·주 중에 주거(住居)가 이에 해당이 될까.

이런 건축물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면 이미 건축물로써 가치를 상실한 거나 진배없다.

얼마 전 제천 및 밀양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만 하여도 그렇다. 이 화재의 불씨는 무엇보다 안전 불감증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천 화재의 경우 무리한 건물 증축은 물론 평소 소방 시설 점검도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밀양의 모 병원은 건물에 스프링쿨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동안 일어난 화재가 실은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인재는 또 있다. 어느 노인 요양 병원 화재 때는 치매 노인들의 출입을 막는 쇠창살 문을 비상구 앞에 설치하여 노인들이 건물을 미처 탈출하지 못하여 많은 인명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그것이다.

그동안 대형 화재 사건을 접해서인지 필자 또한  고층 빌딩을 들어설 때마다 습관처럼 비상구를 확인하곤 한다. 이는 무늬만 비상구 역할을 하는 건물도 있다는 텔레비전 뉴스 때문이다. 비상구 미등만 건물 벽에 설치해 놓으면 화재 시 탈출구 역할을 하는게 아니잖은가.

화재가 발생 했을 때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물 안을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비상구이다. 그럼에도  제 구실을 못하는 비상구가 건물에 존재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영화관은 스크린을 통하여 화재 발생 시 관객이 대피할 장소를 알려주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방심할 일이 아니었다. 며칠 전 가족들과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을 때 일이다. 상영 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어 ‘비상구’라고 쓴 문을 밀어봤다.

그런데 어인일인지 문이 안 열렸다. 마침 청소 하는 아주머니께 이유를 물으니 일부러 잠갔다고 한다. 비상구 계단 쪽의 문을 열어놓으면 이 문을 통하여 무단출입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항상 문을 잠근다고 하였다.

이럴 경우 화재 발생 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 몫이다. 위급한 상황에선 촌각을 다투잖는가. 비상구 문을 잠그는 일이 정녕 영화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직원을 비상구 쪽에 배치하여 무단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을 제지 하는 방법도 불의의 사고를 막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로 안전 불감증을 꼬집기도 한다. 이 속담처럼 삶 속에선 자각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어떤 일이 터지고 나서야 황급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화재 시 인명 구조에 긴요하게 쓰일 헬리콥터가 고장이 난다거나 장비가 미비하다면 불의의 사고 때 국민의 안전과 재산은 어찌 지킬 수 있으랴.

소방서는 어떤 곳인가.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곳이 아니던가. 노후 된 소방 장비는 새것으로 교체 하고 미리 고장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우리도 각성 할 일이 있다. 큰 건물에 자리한 식당이나 마트, 쇼핑몰 등을 찾을 때 우선적으로 비상구를 스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늘이라도 건물주들은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자신의 눈을 돌려 건물 안전 점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건축물의 안전 점검은 건물주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귀한 생명을 지키는 뜻 깊은 일이기도 하다.

이 때 그동안 물욕으로 말미암아 양심의 거울을 닦는 일에 소홀했다면 이제라도 가슴 속에서 꺼내어 닦고 또 닦는 일 만이 진정으로 안전을 지키는 일 아니던가. 안전 불감증은 도덕 불감증과 그 궤를 함께 하기도 하므로 건물주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천금보다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권동혁 기자  kdh@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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