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빛’보다 ‘빚’
평창 올림픽 ‘빛’보다 ‘빚’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2.05 18: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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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등 국제 행사, 축제 속 그늘 직시해야
<사진출처=픽사베이>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평창올림픽 개회식이 얼마 안 남았다. 지난달 20일 청와대는 북한이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에 관하여 일부 언론이 과도한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청와대는 “남북 관계가 오래 단절되고 악화한 만큼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의견, 비판적 부정적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한다”면서 “현 시점에서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 언론에서도 평화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협조해 줬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있든 없든 각종 매체들은 연일 평창올림픽의 선수들에 대해, 게임들에 대해, 경기장에 대해, 메달에 대해 보도하고 있고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러한 보도를 쏟아낼 것이다. 보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평창올림픽에 관한 뉴스가 많을수록 정작 ‘고공 행진하는 실업률’, ‘극심한 빈부 격차’, ‘높은 자살률’, ‘평창올림픽으로 국가가 지게 되는 빚’, ‘평창올림픽 이후의 북한’ 같은 더 중요한 뉴스들은 묻힐 것이다.

역사적으로 올림픽은 사회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흐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데 아주 효과적인 도구였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속기 시작했다』의 저자 오찬호는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결함을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이른바 ‘탈정치화’시키는 방법으로 모면해나갔다. ‘5공 정부와 3S 정책’은 그렇게 탄생한다. 3S는 ‘Sex, Screen, Sports'를 뜻하는데 이에 바탕을 둔 정책은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굳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유도한다”며 “그때의 정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략) 사람들은 여전히 ‘스포츠 민족주의’에 매몰돼 ‘국가대항전’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올림픽은 그런 마케팅으로 넘쳐난다. 언론은 이런 사람들의 요구를 맞춰야지 시청률을 유지하고 광고를 보장받기에 바보 뉴스를 보도하기에 바쁘다. 실례로 지난 2014년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이 러시아와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하자 한 공중파는 메인 뉴스의 25개 보도 중 19개를 축구 소식으로 채운다. 이 기간에는 북한에서 미사일이라도 날아오지 않는 이상, 시사 이슈는 등장하지 않는다. 참고로 그날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64일째 되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 산책』의 저자 강준만은 “서울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개최도시로 선정된 직후부터 전두환 정권에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스포츠행사가 아니라 정치 그 자체였다. 아니 ‘전가의 보도’였다. ‘86, 88’은 마법의 주문이 됐다. (중략) 올림픽은 ‘민족우수성 과시, 국제적 위치 입증, 세계 속의 한국 부각’의 기회로 활용됐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반민주적이고 억압적인 조치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이름으로 정당화됐다”고 말하며 ‘국가적인 행사’라는 변명으로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본질이 흐려졌음을 지적했다.

 

평창올림픽은 ‘빚’이다

정부는 일단 빚을 지게 생겼다. 정부의 빚은 국민의 세금이고 빚을 많이 질수록 나라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유치 당시 8조 8천억원 정도로 예상했던 평창올림픽 개최 비용은 현재 13조까지 늘어났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예측한 평창올림픽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입이 2조 5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적어도 11조원의 빚을 질 거라는 예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매년 시설관리에만 142억원이 들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3수 평창의 3가지 실수’라는 제목의 한 신문사의 칼럼에서는 “한국은 ‘빚더미에 앉으면서도’ 온갖 국제대회를 끊임없이 유치하고 있다. 언론은 한국은 동·하계 올림픽, 동·하계 아시안게임, 월드컵까지 그랜드슬램을 세계 6번째로 달성했다고 자랑 한다”라며 손해가 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공을 세우려는 목적으로 평창올림픽을 생각 없이 개최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예상되는 적자는 단순한 예측치가 아니다. 올림픽이 나라에 빚더미를 안겨준다는 사실은 과거가 증명한다. LA올림픽에서 약간의 흑자를 기록한 미국을 빼고 올림픽을 통해 돈을 번 나라는 없다. 1976년에 열린 몬트리올올림픽이 끝난 뒤 몬트리올시가 짊어진 부채는 무려 100억달러(약 11조2,640억원)였다. 한때 ‘거대한 경이’(The Big Woe)라는 애칭이 붙었던 올림픽 주경기장은 대회가 끝난 뒤 소를 파는 우시장으로 사용 됐다. 경기장은 ‘거대한 빚’(The Big Owe)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게됐다. 몬트리올시는 무려 30년이 지난 2006년이 돼서야 그 빚을 청산할 수 있었고 뒤이은 모스크바올림픽도 약 9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그리스 정부는 2004년 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출을 16억달러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지출액은 10배로 뛰어오른 160억달러로 집계됐다. 2008년 올림픽을 치른 중국 정부도 유치 비용을 16억달러로 잡았지만,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사용한 예산을 모두 합하면 지출은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영국은 런던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 예상비용을 4조 5천억달러로 내다봤지만, 2009년에는 21조 4천억달러로 증가했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테사 조웰은 2008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때 우리가 (비용에 관한) 진실을 알았더라면, 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을까요? 거의 확실하게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전용배 동명대 교수(체육학)는 “국내외의 학문적 연구 분석을 보면,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투자 덕분에 한동안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효과는 있지만, 올림픽이 지역 경제를 장기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혁신연구교육을 위한 노르딕연구소’ 올라브 스팔링 박사는 “동계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의 경제 효과에 대해 말하자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의 경험을 볼 때 예산 낭비라는 분명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존 달버그는 “역사를 돌아보면 올림픽은 항상 문제를 낳는 프로젝트였고, 납세자들은 결국 부담만 떠안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 평창올림픽으로부터 시작된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길 바라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핵심 전제 사항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은 북핵 유지를 위한 북한의 노림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어느 외교부 당국자의 말처럼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많은 나라에서 북한 외교관이나 노동자가 추방되고 대북교역 역시 단절됐다. 최근에는 몽골에서 북한 노동자 1000명을 추방했고 앙골라에서는 북한 건설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런 국제적인 제재 상황에서 북한과 교역량이 93%에 달하는 중국까지 제재에 들어가니 북한은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평화·대화 공세’에 나선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 대화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를 먼저 국제 공조에서 이탈시키고, 이를 통해 중국에도 채찍을 거둘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북핵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앞장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하면, 중국이 “우리한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할 때 미국도 할 말이 없어진다. 제3국들의 제재도 빠르게 흐지부지 될 것이다. 수년간 어렵게 쌓아온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화나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핵을 유지할 모멘텀을 얻기 위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며 대화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땀을 흘릴 것이고 메달보다 값진 노력의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강한 빛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짙은 그늘이 진다. 빛이 너무 세다고 그늘을 무시하면 언젠가 그 그늘에서 우리 사회를 좀먹을 곰팡이가 피어날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그늘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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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나 2018-02-08 18:29:02
올림픽이 사회 현상 이면을 흐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올림픽을 그러한 용도로 사용한 정부나 미디어의 문제가 아닌가? 평창을 주도한 정부는 보수정권이었고 올림픽으로 다른 중대한 사실을 놓치게 만드는 것은 미디어가 아닌가? 3s로 정권이 사회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도록 그늘을 만들었다면 그늘을 짙게 만든 건 미디어다. 자기 성찰을 통해 쓴 소리하기 힘들고 정부에 대해 비판하기 힘드니 스포츠에 초점을 맞추는 걸로만 보인다

txq 2018-02-06 08:56:50
실속없이 겉만 번지르한 국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스포츠행사는 정객들의 치적쌓기에 불과하다.

ㅇㅇ 2018-02-05 19:18:06
이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창올림픽을 위해 재계 (삼성, SK, 현대, LG, 한화 등)에서 정부에 1조원 이상을 기부했습니다. 기사 찾아 보세요. 내로남불도 이럴 순 없죠. 이 정권 논리면 이것도 뇌물인데 어떻게 그들은 이리도 뻔뻔한지. 답이 안나오는 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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