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사랑하고, 제대로 여행하고 싶어?
예쁘게 사랑하고, 제대로 여행하고 싶어?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2.03 0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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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요즘엔 사람들이 거의 책을 안 읽는다. 육아, 직장을 비롯해 “책을 가지고 다니기에 무겁다”, “글자가 너무 작다”, “읽을 가치 있는 책이 없다”, “끈기가 없다”, “책만 펴면 졸리다” 등 책을 멀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철저히, 전혀 읽지 않는다. 그들은 늘 시간쟁탈전에 시달리고, 세상에는 책 이외의 오락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책을 떠올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책이라는 콘텐츠는 이러한 상황에서 늘 패배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요즘 사람들은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접하는 효용만을 강조하는데, 그건 결코 중요하지 않다. 외부기억장치에 의존하는 사람은 빠르지만 단편적인 답만 얻을 수 있는 한편, 독서라는 일대일의 정신적 교류는 다소 느리지만 확실한 답을 알려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독서는 단지 몇 시간 가상 세계를 여행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책의 문장 하나와 단어 하나는 일상에 스며들어 끙끙 앓고 있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더 풍성한 삶을 살게 해준다.

예를 들면 엄청난 업무량에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던 사람이 회사에 십 분 먼저 출근해 할 일을 미리 정리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거나, 저녁에 패스트푸드가 아닌 건강한 집밥을 해 먹어 봐야지라고 떠올리는 등 책은 사소하지만 일상을 채우는 한 조각에 영향을 준다.

요즘 기자는 책을 추천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누군가를 위해 책을 고르는 일에 정답은 없다. 실패해도 본전이다. 추천한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바로 다음 책을 내밀고, 그 책도 아니면 또 다른 책. 추천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자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는 사랑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인생에 쉼표를 찍고, 여행을 떠났지만 도리어 피곤함만 더 얻어오는 이들에게 책 두 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첫 만남의 설렘을 잊을 수 없어”

사랑을 함에 있어 시행착오는 누구나 겪고 있다. 관계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마냥 시간을 보낸다면 절대 사랑을 깨우칠 수 없다. 사랑에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연애 초기의 낭만적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관심을 두면서,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손톱만치도 아는 게 없다.

이 책은 연애 초기 이후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낭만적 연애와 일상생활 사이 거리감은 상당하다”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여러 편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접한 후에야 라비는 몇몇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16쪽)

시작은 흔히 여러 단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간주되기 않기 때문에 특별히 주목을 받는다. 낭만주의자들에게 시작은 사랑 전반의 모든 중요한 것들이 압축된 형태로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수많은 사랑 이야기에서 화자는 주인공들이 최초에 부딪히는 일련의 장애를 극복하고 나면 그들을 두루뭉술하게 만족스러운 미래로 넘기거나 아예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 외에 할 게 없다.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17~18쪽)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28쪽)

 

“일상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협상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모든 집안 문제가 동등한 권위를 갖진 않는다. 상대방이 시리얼을 먹을 때 얼마나 소리를 내는 지나, 발행일이 지난 잡지를 얼마나 오래 보관하고 싶어 하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면 즉시 바보처럼 보일지 모른다. 식기 세척기에 그릇을 어떻게 포개 넣어야 하는 지나, 버터를 사용한 뒤 몇 분 안에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해 엄격한 규칙을 고수하는 사람은 무안을 당하기 십상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갈등이 대단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고민에 하찮고 별나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휘둘리게 된다. 결국 좌절하는 동시에 우리의 좌절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지 마저도 의심하게 되어 우리를 미덥지 않아 하거나 인내심이 부족한 청중에게 문제를 차분하게 설명할 자신감을 잃고 만다. (78쪽)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 없으면 비통해진다. 원인도 잊은 채 화가 나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쪽은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려고만 하고, 잔소리를 듣는 쪽은 자신의 반발이 합리적 반론이나 그도 아니면 가엾고 용서받을 만한 성격상의 결함에서 나온 것임을 더는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양 당사자는 그들에게 똑같이 지루하기만 한 이 문제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79쪽)

 

“꼭 가봐야 하고, 먹어봐야 해”

얼핏 보면 과시하기 위한 여행이 아닌가 싶다. 자랑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던가. 매번 ‘이번 여행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처음 가보는 동네를 거닐고, 작은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다 올 거야’ 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욕심이 들끓기 시작한다. ‘내가 또 언제 여기를 와보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거긴 가봐야지’, ‘SNS에서 유명한 카페래’ 등 무언가를 가보고, 먹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길들여져 있다.

이 책은 ‘나의 여행’은 타인이 아닌 ‘나의 선택’으로 이뤄지며,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지금까지의 여행, 반성하자"

에펠탑 아래에서 남편은 잠을 잤고 나는 반성문을 썼다. 에펠탑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앉아, 노트를 펴들고, 끝도 없이 반성문을 써 내려갔다. 그것도 여행 첫날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39쪽)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스물일곱 시간이 걸려 도착한 도시였고, 그게 하필 파리였고, 마침 도착한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고, 그날이 하필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었고, 그렇다면 에펠탑에서 불꽃놀이가 있을 테고, 파리와 에펠탑과 불꽃이라니! 결국 나는 또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좀 쉬어도 됐을 텐데, 좀 천천히 가도 됐을 텐데, 남편이 눈에 띄게 지쳐가는 걸 인정해야 했었는데. 솔직히 에펠탑 불꽃놀이 따위는 건너뛰어도 됐었다. 집 앞 불꽃놀이에는 관심이 없었으면서 왜 멀리까지 날아와서 이 고생일까. (40쪽)

여행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모든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그때그때 답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찰리 브라운이 말했다. ‘인생이란 책에는 뒷면에 정답이 없다’고, 정확하게 같은 결론이다. 여행이란 책에도 정답은 없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 나의 선택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82~83쪽)

 

“쉬어가는 여행도 중요하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해.” 그 한마디에 순식간에 욕심이 버려졌다.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한 것처럼, 열심히 여행하는 순간만이 가득한 여행도 잔인한 것이었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했다. 포르투칼의 비 오는 일요일, 우리의 선택은 그날을 ‘일요일답게’ 보내는 것이었다. (83쪽)

기어이 죄책감을 버리고 그 자리에 ‘나는 여기까지 와서 배짱 있게 이러고 있다’라는 자부심을 채워 넣었다. ‘어차피 이 비에 어딜 간다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합리화도 채워 넣었다. ‘이 비에 뭘 더 보겠다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다’라는 고집도 채워 넣었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나한테 계속 말해주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고. (83~84쪽)

 

기자가 추천한 두 권의 책이 입맛에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장은커녕 한 문장도 읽지 않고 책을 덮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읽지 않아도 좋다. 독자들의 사랑과 여행을 포함한 일상생활에 책을 접목시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권했으니 말이다

기자는 “언제 책을 읽어요?”, “한 달에 몇 권 읽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전부 읽지는 않죠?”라고 묻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무엇을 기준으로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전부 기억하면 다 읽은 것일까?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일뿐더러 애당초 모든 문장, 문단을 기억하기 위해 의식하고 읽지도 않는다.

그럼 사람들은 무엇을 읽으려 하고, 무엇을 읽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는 무엇을 읽으려 할까?”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떠올려보니 기자는 자기 전에 소설 속 주인공이 돼 대리만족 하기 위해 읽기도 하고, 요리에 재능이 없어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요리 서적을 펴곤 한다.

돌아보면 여러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사랑을 지켜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나, 가던 길을 멈춰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그리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오히려 피로만 얻는 것 같은 고민에 빠질 때면 책을 찾는다. 책이 나의 발을 붙잡는 고민을 해결해줄 유일한 수단임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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