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북] “냉혹한 인생 속 따듯함” 정미경 유작 『새벽까지 희미하게』
[메트로북] “냉혹한 인생 속 따듯함” 정미경 유작 『새벽까지 희미하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1.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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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작년 이맘 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모두를 안타깝게 한 소설가 故 정미경의 유고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됐다. 소설집으로 묶이지 않았던 근작소설 5편과 함께 고인의 동료인 소설가 정이현과 남편 김병종 화백이 그리움을 담아 써내려간 추모산문 3편을 함께 묶었다.

“지나온 삶에서, 우연히 다가온 따뜻하고 빛나는 시간들은 언제나 너무 짧았고 그 뒤에 스미는 한기는 한층 견디기 어려웠다. 그랬다 해도, 이 순간의 따뜻함을 하찮게 여기고 싶지 않다” 작가는 삶의 고통을 그리는 동시에 삶 속에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따뜻함을 담았다.

「새벽까지 희미하게」 주인공 송이는 자신의 성과를 가로채고 모른 척 했던 유석과 놀이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쏟아 놓았던 시간들을 불행 속에서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 따뜻함이라고 느낀다.

또 다른 단편 「목 놓아 우네」에서는 고단한 삶을 사는 트럭운전사인 주인공 ‘심’이 설계기획팀에서 일하는 남자 ‘심’에게 잘못 보낸 문자로 우연히 소통하게 되고 종내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서로의 깊은 마음을 나누게 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놓은 「장마」에서는 양육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러 낯선 도시에 온 여자 ‘윤’과 기계적인 일에 시달리는 남자 ‘장’이 함께한 따뜻한 하루를 담았다.

“아아, 인생을 일 천 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작가는 생전 늘 습한 반지하 방에 서서 글을 쓰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에게 인생은 냉혹하지만 살아볼만한 따뜻한 것이었다.

이제는 떠나가버린 저자를 그리며 남편 김병종은 추모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학이라는, 내가 그리워만 하며 건너지 못했던 강 저편의 아슬한 능선에서 늘 푸르른 나무 한 그루로 서 있던 사람. 나의 가난한 응원에도 늘 넘치게 답했던 사람. 잘 가라 아내여. 내가 진실로 사랑하고 흠모했던 이 세상 단 한 사람의 작가여.”

 

■ 새벽까지 희미하게
정미경 지음 | 창비 펴냄 | 24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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