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추위도 괜찮아… 겨울 낭만객의 열기
역대급 추위도 괜찮아… 겨울 낭만객의 열기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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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한파가 기승이다. 매일 아침 눈 떠보면, 또 최저기온을 갱신했다는 뉴스가 인터넷을 도배한다. 이처럼 지독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혹한의 계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겨울 바다, 겨울 등산, 스키와 스노보드를 비롯해 겨울 캠핑 족이 크게 늘었으며, 빙과업계가 겨울 성수기를 맞았다. 이열치열 못지않은 이한치한을 즐기는 마니아들 덕분이다.

전국 곳곳 철만난 겨울철 이색 스포츠

얼어붙은 강의 얼음을 깨고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 칼바람을 무릎 쓰고 빙벽을 찍고 오르는 클라이머, 차디찬 바다로 뛰어드는 북금곰 같은 스위머들에게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는 반가운 손님이다.

지난 13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일원에서 ‘2018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렸다. 전국 지자체 축제 개발 열풍에 불을 지폈다고 평가받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올해 개장 첫 주에 시설이 마비될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찾으면서, 겨울 축제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7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북금곰 수영대회’가 열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부산에서 처음 개최한 이후 올해로 31회 째를 맞이한 북극곰 수영대회는 영국 BBC방송에서 세계 10대 겨울 이색 스포츠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4,500명이 참가해 해수욕장을 뜨겁게 달궜다.

강원 화천군 화천읍 상리에 위치한 ‘딴산 빙벽’을 찾는 이들도 많다. 딴산 빙벽은 북한강 상류 딴산에 조성된 인공폭포가 맹추위에 얼어붙으며 만들어진 얼음 구조물이다. 주말이면 빙벽클라이밍을 즐기려는 등반가들로 북적이면서 겨울철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추워야 잘 팔려… 아이스크림의 역설

계속되는 한파에 아이스크림 관련 제조기나 떠먹는 홈스타일 아이스크림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겨울에도 아이스 디저트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홈메이드 아이스크림과 컵 타입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유통업체들이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온라인마켓 옥션에서 발표한 ‘판매 신장률’에 따르면 한파가 몰아쳤던 최근 한 달 동안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급상승했다. 컵·구슬 아이스크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5배 급증했고, 팥빙수와 빙수재료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옥션은 “여름철 야외에서 즐기던 아이스크림이 겨울을 맞아 실내로 들어오면서 추운 날씨에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이른바 ‘홈스타일 아이스크림’의 판매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겨울 아이스크림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1월, 겨울 모나카 아이스크림 수요 증가에 맞춰 ‘가나아이스모나카’와 ‘밀크카라멜모나카’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모나카 아이스크림은 10월부터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유지방 함량이 높아 추운 날씨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은희 옥션 리빙레저실 팀장은 “바(막대)나 쭈쭈바와 같은 빙과류가 성수기인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유지방 함유량이 높거나 부드럽고 포만감이 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예부터 여름엔 ‘삼계탕’, 겨울엔 ‘냉면’

우리 조상들은 더위는 뜨거운 음식으로 다스리고, 추위는 찬 음식으로 다스렸다. 더운 날일수록 삼계탕과 육개장, 보신탕으로 더위를 풀었고, 추울수록 냉면과 김치말이 국수, 동치미 국수 등 찬 음식으로 풀었다.

『동의보감』에서는 "하절기에는 천기가 서열 하여 땀이 항상 많으므로 인체의 양기가 기표와 피모로 들떠서 흩어지므로 복부 중의 양기가 허약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 현존하는 의학 문헌 중 가장 오래된 『황제내경』에는 "태양이 뜨겁고 비도 많이 내리는 여름은 천지의 기운이 서로 어우러져 만물이 번성하는 계절로, 사람들은 마땅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긴 낮을 즐기면서 심신을 유쾌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먹는 동물 중 가장 양적인 동물이 닭이므로, 우리 조상들은 한여름에 뜨거워진 외기로 인해 빼앗긴 양기를 보충하려고 삼계탕을 먹어 왔다.

냉면도 마찬가지다. 요즘 여름에 즐겨 먹는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었다. 한겨울, 얼음 동치미 국물에 성질이 찬 메밀국수를 말아먹은 이유는 겨울에 뜨거워진 속을 식히기 위함이었다. 조상들이 음식에도 자연의 이치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롯데마트가 발표한 '매출 신장률'에 따르면 대표 보양식으로 불리는 상품들이 평균 2배 이상의 초복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계탕의 메인 재료인 '마리용 닭(백숙용 닭, 토종닭)'의 경우 초복 2주간 매출이 그 직전보다 2.5배 이상 늘어났으며, 인삼은 2.6배, 찹쌀과 대추도 각 56.8%, 60.6%씩 매출이 증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중화된 오리고기 역시 초복 인접한 무렵에는 백숙용 오리의 매출 신장률이 3.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겨울철에 실제로 냉면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에 따르면 2017년 1~2월 빙수와 냉면 주문 건수가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3배, 3.5배 증가했다.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는 "평양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겨울은 유독 더 춥다. 지독한 한파를 피해 집에만 있으면 운동 부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 냉면과 동치미 국수 등 겨울 별미와 빙벽 등반, 겨울 서핑, 겨울 하이킹 등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겨울 스포츠만의 매력을 느끼면서 겨울 한파를 이겨 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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