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매서운 한파, 겨우살이에서 '겨울 나는 법'을 배우다"
[책 속 명문장] "매서운 한파, 겨우살이에서 '겨울 나는 법'을 배우다"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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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본론으로 돌아와, 옛날에는 달팽이를 '와우(蝸牛)'라 했는데, 한자 와(蝸)는 달팽이, 우(牛)는 소라는 뜻으로, 행동이 소처럼 느릿느릿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말 '달팽이'는 어디서 왔담? 어근(말뿌리)을 찾을 수 없으니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것이, 밤하늘에 비치는 둥근 달과 땅바닥이나 얼음에 지치는 팽글팽글 돌아가는 팽이를 닮아 붙은 이름이리라. 하늘(天)의 달과 땅(地)의 팽이, 둘이 짝지음이 썩 마음에 든다. <50~51 쪽>

'겨우살이'는 겨울에도 푸르게 산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내 생각으로는 '겨우겨우, 가까스로 살아간다'라는 뜻으로 보인다. 겨우살이는 겨우살잇과(科)의 상록 기생 관목으로 다른 나무에 빌붙어 근근이 살아간다. 어렵사리 숙주 나무에 기생하면서도 살이 통통한 잎사귀에 엽록체를 듬뿍 담고 있어서 적으나마 스스로 광합성을 한다. 따라서 겨우살이를 반기생 식물이라 부른다.

(중략) 서양인들은 통상 겨우살이를 생기와 사랑, 생식력을 상징하고 귀신을 내쫓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 크리스마스 장식에 쓰고, 또 부엌이나 현관에 주렁주렁 걸어 놓고 그 아래에서 입 맞추며 청혼도 한다. 게다가 열매 점액을 '끈끈이'로 써서 벌레나 새, 쥐 등을 잡는다. 또한 한방에서는 특별히 뽕나무 겨우살이를 요통과 동맥 경화, 동상, 중풍의 치료용 약재로 썼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우리는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겨우살이 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니, 항암 성분인 비스코톡신이 많이 들어 있어 암을 다스린다고 한다. 하여 바로 지금도 산들의 겨우살이가 된통 박살이 나고 있다. 한계령 자락의 그것들도 모진 수난을 당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136~138 쪽>

이제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 넘게 아파트에 살지 않을까. 하여 땅에 묻은 김칫독 속의 온도가 겨울 내내 변하지 않고 섭씨 영하 1도 근방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흉내 낸 것이 세상에 둘도 없는 기찬 김치냉장고다. 하긴 여느 발명품치고 필요의 산물에, 자연을 모방하지 않은 것 없다. 

그렇다. 김치란 말만 들어도 이리도 침이 동하는 것은 분명 오랜 세월 이어 온 조상의 숨결이 서린 김치 DNA 탓이렷다. 어릴 적에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은 커서도 꺼리기 마련이니 자라는 아이들에게 김치를 자주 먹여 인이 박히게 해 줄 것이다. 김치 또한 귀중한 우리 문화 유산이기에 말이다. <287 쪽>

『생명의 이름』
권오길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 304쪽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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