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스트코’와 ‘이케아’에 열광하는 이유
한국인, ‘코스트코’와 ‘이케아’에 열광하는 이유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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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프랜차이즈 성공 비법은 ‘현지화’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창고형 대형 마트인 코스트코가 오는 3월 세종시에 생긴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코스트코 회장의 과거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코스트코 회장 짐 세네갈 회장은 2011년 미국 일간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정말 환상적”이라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가장 매출이 높은 코스트코 지점이 어디냐”는 질문에 “한국에 있다”고 답했으며, “엄청나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지점은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수도권 지역 8곳을 포함해 13개의 코스트코 매장이 한국에서 운영 중이다.

한편 1990년대 유통시장 개방으로 미국 월마트·프랑스 까르푸 등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한 바 있으나, 한국에서 자진 철수하는 굴욕을 맛봤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같은 창고형 대형 마켓이지만, 월마트·까르푸는 낭패를 본 반면 코스트코가 흑자를 낸 이유는 ‘제한’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트코 경쟁력의 비결은 '제한된 품목 수', '제한된 마진 폭', 그리고 '제한된 고객'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고형 대형 가구매장인 이케아도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예로 꼽힌다. 이케아 광명점의 2016년 매출은 3,450억 원이다. 세계 40여 개국 328개 매장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영학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는 이케아의 성공 원인을 "본연의 강점을 살린 현지화 성공"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에 있어 까다로운데, 코스트코와 이케아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비법은 ‘제한’과 ‘현지화’에 있다.

‘현지화 실패’로 철수한 ‘월마트’와 ‘까르푸’

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는 2006년 국내 모든 매장을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이 지났으나, 업계 5위를 벗어나지 못하다 결국 떠난 것이다.

까르푸 역시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 유통업체이지만,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월마트가 떠난 그해 한국에서 철수했다. 까르푸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고군분투했지만, 어떠한 실적도 내지 못했다.

전 세계 27개국에 1만1천여 개 매장이 있는 월마트와 전 세계 34개국에 1만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까르푸는 한국에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에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한국에 맞게 현지화하지 않고 본사 영업 스타일을 유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로 말했다.

서구식 할인점과 한국형 할인점은 개념이 다르다. 서구인들은 신선식품보다는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다.

반면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할인점의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은 신선식품에서 이루어진다. 갖가지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주부들이 할인점을 먹여 살린다고 봐도 될 정도다”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신선 식품보다는 바코드가 부착된 가공식품을 매대에 올려놓고 팔았다. 이후 식품 코너를 넓혔지만, 고객들이 많이 찾지 않았으며 팔리지 않는 제품의 진열 시간도 길어져 신선도가 떨어졌다.

까르푸도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이상구는 “채소와 곡류를 많이 소비하는 우리나라에서 까르푸는 공산품 중심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선 식품 제공에 소홀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 본사와의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이 느린 점도 한국 시장 정착의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까르푸는 사장과 임원, 심지어 점장까지 프랑스 인이었고, 월마트는 그나마 3,500명 직원 중 외국인은 단 2명에 불과했지만, 그 2명이 사장과 부사장으로 의사결정의 최고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제한’에 ‘현지화’ 곁들여 승승장구하는 ‘코스트코’

코스트코는 월마트와 까르푸처럼 본사의 영업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며 한국에서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트코와 월마트의 가장 큰 차별점은 '취급 품목 수'이다. 월마트의 경우 취급 품목 수는 14만 개에 이르지만, 코스트코는 약 4,000개의 품목만 판매한다. 제한된 취급 품목 수는 선택과 집중의 대량 구매를 가능하게 하고, 자영업자를 끌어오는 데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제한된 마진 폭'이다. 코스트코 창업자는 "마진 15% 정도면 고객도, 기업도 만족할 만한 선이다"라고 말하며 창업 때부터 공개적으로 마진 15%를 지키고 있다. 마진이 더 생기면 가격을 더 낮추거나, 이익 공유를 통해 공급업체와 상생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은 '제한된 고객' 이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국내에서 기업회면이면 3만 3천원, 개인 회원은 3만 8,500원이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미 국내 회원만 100만 명을 넘었고, 멤버십 갱신율이 85%다.

갱신율이 높은 이유는 '보상서비스'에 있다. 코스트코 회원은 상품 구입 후 불만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전략이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고, 그 가치는 모방이 어렵도록 여러 경영 활동들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이처럼 명확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대형마트에선 찾기 힘든 해외 유명 상품을 직·병행 수입해 가격을 낮춘 것도 창고형 할인매장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코스트코의 성공에 대해 전문가들은 '희소가치'를 첫 번째로 꼽는다. 까르푸와 월마트가 지난해 한국을 떠난 이후 다량의 해외 상품을 직소싱해 판매하는 유일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스트코의 수입 상품 비중은 약 70% 수준이다.

‘현지화’를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는 대만 코스트코 매장이 있다. 대만 코스트코 푸드코트에는 ‘북경 오리 피자’가 있다. 미국식 피자에 중화권 요리인 북경 오리를 접목한 메뉴다. 다른 제품도 현지 수요에 맞췄다. 샤부샤부를 선호하는 대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소고기를 얇게 저며 팔았다. 미국에서는 살만 발라내 팔던 생선을 대만에서는 통째로 팔고 있다. 생선을 뼈째 고아 먹는 대만 식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철저한 ‘한국 시장 분석’으로 성공한 ‘이케아’

지난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시에 이케아 국내 1호점이 오픈했을 때 이케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웠다. 오픈 당일은 30분간 대기해야만 매장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케아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에 2호점을 오픈했다.

이케아의 한국 시장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광명점은 오픈 이후 1년간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시장에 총 5개 매장을 오픈하겠다던 당초 계획을 6개로 수정했다. 이케아가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명점의 매출은 지난 4년간 꾸준한 성장세다. 첫 연 매출 3,08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회계연도(2016년 9월~2017년 8월)에 전년 대비 6% 상승한 3,6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는 4,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은 데는 한국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 주효했다. 이케아는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시장을 관찰했다. 지점을 열기 수년 전부터는 수백 개 가구를 조사 방문해 한국인의 취향을 면밀히 검토하기도 했다.

앤드류 존슨 이케아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광명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80여 가정을 방문해 한국인들의 생활방식과 니즈, 어려움 등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나홀로족'의 수요를 예측해 1인용 가구를 많이 배치해 매출을 높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후반에 달했으며, 오는 2035년에는 34.3%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반적인 이케아 매장 가구와 소품의 비율은 6 대 4인 반면 한국 매장에서는 집이 협소한 것을 감안해 가구와 소품의 비율을 5 대 5로 조정했다.

한편 이케아는 SNS를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거나, 트렌드 분석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늘어난 식기 판매도 ‘하이 밥’이라는 SNS 캠페인을 통해 확산시킨 것이며, 1인 가구 확대와 소득 증가로 인한 생활습관 변화 흐름도 포착했다.

유명 프랜차이즈도 ‘현지화 마케팅’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이하 스타벅스)의 현지화 및 지역 상생 전략이 주목을 끌고 있다. 커피전문점 정체 속 지난해 한국 진출 17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매출상승 원인으로는 ‘현지화 및 지역 상생 전략’으로 꼽힌다.

스타벅스는 매년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제품명에 특정 도시나 지역명을 넣어 메뉴로 출시한다. 2016년에는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음료인 문경 오미자 피지오, 2017년에는 지역 특산물 음료인 광양 황매실 피지오, 공주 보늬밤 라떼 등을 선보였다.

지역 농가를 위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에서 수거되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하는 자원 선순환 캠페인을 통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1,640톤 분량의 친환경 커피 퇴비 8만 2,000포대를 경기도와 보성 농가에 무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또한 2016년 10월에는 지진 피해를 입었던 경주 지역에 문화재 보존 및 관광 활성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경주시티 머그잔 및 텀블러 3종을 출시했다. 연말까지 판매된 수익금 전액에 회사 매칭금을 더해 5,000만 원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경주고도지구 발전기금’으로 전달했다.

대표적인 햄버거 업체인 맥도널드도 각 나라 사람의 기호에 맞춘 ‘현지화 마케팅’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잡았다.

맥도널드는 국가별 고유의 조미료를 사용하여 메뉴를 선보이는데, 이슬람 문화권인 아랍과 터키에서는 할랄 인증을 받은 양고기나 소고기, 닭고기를 햄버거 패티로 사용한다. 물론 종교적 금기 식품인 돼지고기류는 팔지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유대교 신자가 많은 이스라엘에서는 코셔 인증을 받은 식재료만 사용하며 유제품과 고기를 같이 내지 않는 교리에 맞춰 치즈버거 등을 메뉴에서 제외했다. 같은 기준으로 힌두교 종교권인 인도에서도 소고기를 쓰지 않는다.

본사 운영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에도 장점이 있지만, 외국에 진출해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필요하다. 브랜드 정체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현지 문화를 수용하고, 시스템과 서비스 방식도 현지화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운영 스타일을 유지하되 현지 문화를 잘 접목한다면, 소비자에게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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