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단축’, 표심 위한 ‘포퓰리즘’
‘군 복무 단축’, 표심 위한 ‘포퓰리즘’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24 17: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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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인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 ‘인기 영합주의’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군 복무 단축이 화제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라지만, 논란이 가실 줄 모르고 있다. 국방부의 단축안 발표 시점이 6·13지방선거를 앞둔 3월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군인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복무기간 단축은 군 병력을 약화시키는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은 "국방개혁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할 문제"라며 "진보·보수 정부 모두 복무 기간 감축을 국방에 맞추기보다 공약 실천과 정치적 수단으로 봐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도 군 복무 기간을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비판적 여론을 인식해 21개월로 단축했다"면서 "표심보다 튼튼한 안보라는 큰 틀에서 충분한 대책 방안을 세워놓고 복무 기간 단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군 복무 단축 보도’… 국방부 ‘협의 중’

군 복무 기간을 3개월 줄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2016년 10월 이후 입대한 병사부터 순차적으로 복무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지난 16일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협의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 오는 3월 중이면 모든 사안이 정리될 것인데 그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맞다. 그러나 보도처럼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 군 복무 단축은 ‘시기상조’

15일 MBC가 군 복무 기간 단축을 보도하자, 국민들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사회 전반에서 ‘군 복무 단축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군 복무 단축은 언젠가는 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군의 과학화와 전력화가 먼저 완성돼야 감축 병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군 복무 기간 단축으로 군 입대 대기자 적체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다. 그런데 수년 뒤에는 군인이 많이 부족해질 전망인데, 전력 유지에는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은 계속 몸집 키우는데”, “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나”, “휴전 국가에서 군 복무 단축이라니”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복무 단축 계획에 대한 찬성 입장도 있다. 찬성하는 네티즌은 "젊은이들이 그런 곳에서 허송세월 보낼 바엔 사회에서 일하라고 하는 게 낫다",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승민, ‘군 복무 단축 막을 것’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추진 중인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저지하기 위해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군 복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존 병역법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유 의원 측은 지난 4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를 둘러싼 열강의 긴장과 갈등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는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안보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군 복무 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등 군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병역법 제18조 제2항은 육군 현역병 24개월 등 각 군 현역병의 복무 기간을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으며, 병역법 제19조 제1항 제3호는 복무 기간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6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복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의원 측은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은 병력 부족 문제를 외면한 위험한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면서, "병역법상 행정부의 재량에 의한 현역병 군 복무 기간 조정 범위를 6개월에서 3개월로 개정함으로써 복무 기간 단축으로 야기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사전에 차단하고 안보 포퓰리즘에 대한 국회의 입법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안 없는 군 복무 단축, ‘정치적 포퓰리즘’

군 관련 공약들은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군복무기간을 1년까지 단축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은 "10개월로 줄이자"라는 제안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은 "젊은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주자라면 안보문제만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군 복무기간 단축이 현실적인 대안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복무기간을 현 21개월에서 3개월 단축하게 되면 약 3만 명의 병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상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인구감소로 인해 상비병력 중심의 군 구조 유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청년 인력 감소로 인해 복무 기간을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복무 기간을 24개월에서 21개월로 줄이면서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군 야전부대 한 관계자는 “복무기간 단축으로 향토 사단과 군수 관련 부대에서는 이미 업무 피로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마련한 대안에도 한계점이 보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간부충원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의 한 수단일 뿐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을 속이는 '대 청년 사기극' 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평균 임관하는 간부의 38%가 장기복무로 선발되는데, 초임 간부가 늘어나면 이들의 진급적체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일정 기간 복무 후 전역을 하면 취업 시장에서 밀리기 마련인데 진급적체까지 더해지면 간부를 지원할 청년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군 내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공약이라고 강행하는 행동은 지양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한 뒤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군 복무 단축’ 뿐만이 아니다. 다가오는 6·13지방선거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 판을 치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카드수수료 인하’를 비롯해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동조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포퓰리즘 정책 남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이런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특히 심하다. 대중들의 인기가 필요할 때마다 펼치는 포퓰리즘 정책은 ‘인기 영합주의’ 그 자체다. 이는 곧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먼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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