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김동규 "카피라이팅도 하나의 학문"
[작가의 말] 김동규 "카피라이팅도 하나의 학문"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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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가름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사도 요한과 유다인들이 주고받는 대화다. 느닷없는 인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대화가 저자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인생의 어느 시기든 자기 정체성 확인이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질문은 저자에게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봐야 할 나이가 됐기 때문일까.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그렇지 못할 거라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에 카피라이터 생활을 시작했고, 1990년 말부터 대학에서 카피라이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저자에게 대학에 몸담은 후 줄곧 떠나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카피라이팅이 하나의 학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이는 "카피라이팅 수업이 '글 잘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실무적 강의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자문에서 비롯됐다.

"카피라이팅 교육은 그저 도제적 체험을 전해주는 기능 전수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카피라이팅 업계에서 오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문학 창작이 그러하듯, 탁월한 광고카피도 뮤즈의 영감을 받아 태어나는 것이란 생각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저자가 책을 쓰도록 만든 핵심적인 동기였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카피라이팅의 본질은 무엇인가?", "카피라이팅의 체계적 이론화는 가능한가?", "그것은 기술, 설명, 에측, 통제가 가능한 독립적 사회과학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로 크게 3가지다.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십몇 년간 험난한 여행을 했고, 그 결과가 이 책에 담겨있다. 

하지만 원고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목표했던 산의 정상은 아득한 눈에 덮여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단계에서는, 카피라이팅의 과학화를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향후 더욱 정교하고 체계적인 후속 연구와 저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꿈을 꿔본다. 

『광고 카피의 탄생』 
김동규 지음 | 한울엠플러스 펴냄 | 480쪽 |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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