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 향후 어찌 되나...전망 어둡나?
가상화폐 규제 향후 어찌 되나...전망 어둡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1.2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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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투기 규제? 미래기술 블록체인 약한 규제?
심하면 자살까지... 사회적 비용 발생 논란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17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인원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가 하루만에 60% 이상 곤두박질치며 올 들어 최저가를 보였다. 일주일 전만 해도 2천400만 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이 지난 17일 한때 1천100만 원대까지 추락해 가격이 반 토막 났다. 비트코인 국제시세도 28% 급락해 심리적 지지선인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정부의 잇따른 규제와 중국의 추가규제로 비트코인 시세 폭락이 이어진 것이다.

연이은 규제로 인한 폭락으로 상처받은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벌써 21만 명이 넘는 청원자가 모였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가 나 모니터를 부수거나 목욕탕 욕조를 파손하고 밥상을 엎는 등 비이성적인 행동을 인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갤러리’ 게시판에서는 “수저 한번 바꿔보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일주일 만에 1년 연봉을 날렸다”며 “우울한 마음에 노트북 모니터를 깼는데 정신을 차리니 ‘이 돈이라도 아껴야 했는데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이용자들도 “600만 원을 투자해 1200만원을 벌었는데 한번에 1000만원을 잃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 새로 들어올 때가지 밥 사먹을 돈도 없어 우울하다”거나 “알바를 전전하는 대학생인데 월세까지 날렸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우울증을 호소했다.

13일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발표 이틀 전 자신이 보유한 가상화폐 절반 이상을 매도해 50%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된 일부 금융감독원 직원은 투자자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작전의혹도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가상통화 정책 보도자료 엠바고(공공의 이익을 위해 언론사 뉴스보도를 일정시간 비공개하는 것)가 걸렸던 40분이 작전 시간이 됐다”며 가상통화 관련 정책 언론 보도자료에 엠바고를 설정한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규제로 인한 시세 급락 사태로 가상화폐에 투자한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억울하고 화난 감정을 토로하며 죽고 싶은 심정까지 느꼈다. 그들은 지금까지 가상화폐 시세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보느라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겪었다. “이렇게 정확한 명분도, 말도 없이 규제할 바에는 애초에 가상화폐 투자를 막아놨으면 이럴 일이 없을 것 아니냐. 정부가 우리를 가지고 논다”는 말이 나온다.

 

가상화폐... 어쨌든 규제 필요

지난 18일 JTBC에서 ‘가상화폐,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라는 주제로 방영된 가상화폐 토론회에서 유시민 작가와 한호현 경희대학교 교수는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반대편에선 정재승 교수와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가 출연해 가상화폐를 규제는 하되 합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주식시장에는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거래를 제한하는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 등 과열을 막을 제도가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이런 장치가 전무하다. 가상화폐가 사행성 도박과 마찬가지로 투기이므로 강한 사행성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주식시장처럼 소프트한 금융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이유다.

어쨌든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모두 같으나, 어떠한 명분으로,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강도로 규제를 해야 하는지는 입장차가 있는 상황이다.

한 행정 전문가는 “정확한 명분이 없는 규제는 화만 돋울 뿐이다.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정부는 먼저 제대로 된 명분을 찾아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가상화폐 = 투기 = 강도 높은 사행성 규제?

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이현욱 변호사는 한 신문사 칼럼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도박의 베팅칩에 비유하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행위 역시 사행성 도박을 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사행적이고 따라서 강도 높은 사행성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신경의학회에 따르면 사행성 도박이란 ‘우연에 의해 주도되는 불확실한 사건의 결과에 금전적 내기를 거는 것’을 말한다. 도박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산업을 사행산업이라고 부른다.

이현욱 변호사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재화에는 투기수요가 붙기 쉽고 요행을 노리는 투자자가 증가한다”며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행위자체가 사행성 도박이며 규제가 없는 가상화폐는 도박의 베팅칩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100원을 가지고 내기 고스톱을 한다고 할 때 여기서 100원은 도박판의 베팅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100원은 승패가 결정 날 때가지 운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예측하기 어려운 총체적인 변수들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거나 내려도 규제는 없다. 이러한 사행성 도박처럼 비트코인도 순간의 운으로 일확천금을 얻는 것도 혹은 파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그는 “비트코인은 현실세계에서의 거래 가능성을 국가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오직 개개인 간의 신뢰에 의해서 비트코인의 유통성이 보장될 뿐이다”라며 비트코인의 등락을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나 다양하고 알 수 없어 마치 운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비트코인은 명백히 사행적이며 따라서 비트코인 규제는 사행성 규제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화폐 사행성 규제의 일환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감독위원회 설치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라이선스 체제 도입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이용자 보호 규정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에서도 규정을 위반해야 규제할 수 있는데 제제를 할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과도하게 투기적인 성격을 갖는다면 유사수신행위나 사행성 도박에 준하여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사행감독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사행산업은 스포츠 토토, 경정, 경륜, 경마, 복권 등 7가지 업종이 있다.

정부는 '사행산업 건전화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법을 개정해 스포츠 토토에 대해 매출총량제 위반 시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경마의 모든 발매수단을 사실상 동결하는 등 각종 사회비용이 발생하는 사행산업을 건전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가상화폐 = 미래화폐 = 소프트한 금융 규제?

JTBC 가상화폐 토론회에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가상화폐를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암호 화폐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가상화폐가) 얼마든지 화폐의 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키워서 성장해야 할 새싹이라면 물과 거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시민 작가의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 돼야 하고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가상화폐’는 거래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치의 변동성이 커 화폐로 볼 수 없다. 국가의 관리, 감독이 없는 화폐가 관리 하에 있는 화폐보다 신뢰할만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말에 “그것은 물물교환의 상황에서 나온 경험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거래소 숫자로만 비트코인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은행이 화폐를 찍고 관리하고 국가가 통제하는 신뢰를 블록체인의 기술로 일궈낼 수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한데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잘라야 한다. 하지만 키워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잡초는 뽑되 거름은 줘야 한다”며 "과거처럼 잘못 규제해서 IT업체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중독 = 어쨌든 사회문제

이러한 논란 속에서 어쨌든 가상화폐 중독이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41명 중 31.3%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고 그 중 54.2%가 투자 이유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서’라고 응답했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문제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 대다수가 업무 시간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자주 확인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수익률에 따라 우울증 등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고 답한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했을 때 보이는 폭력적인 행동들도 가상화폐를 적절히 규제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도박중독이 일으키는 사회문제와 비슷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보이는 사람에게서는 극심한 감정기복과 우울증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고, 자살사고나 자살계획을 세우고 있을 확률이 도박 문제가 없는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다. 또 도박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거나 삶의 목표나 방향을 잃고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맡은 바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 사회적 비용이 생기는 것이다.

가상화폐 중독이 심리적으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사행성 도박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면 가상화폐 중독자 역시 치료와 관심이 필요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흙수저 탈출 도구’로 너무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규제가 들어오고 폭락이 이어지자 이것 또한 안 된다는 패배감과 좌절감에 빠진 것”이라며 “이렇게 막막해지면 좌절감과 불안감, 우울증이 이어지고 심하면 자살까지 갈 위험성도 있다”며 “주변에 가상화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비난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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