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에 이어 심석희, 스포츠계 폭력 문화 언제까지…
안현수에 이어 심석희, 스포츠계 폭력 문화 언제까지…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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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지 않고 운동한 날 없어”, "그냥 시합 자체가 하기 싫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선수를 폭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21·한국체대)다.

지난 16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 도중 A 코치와 선수 사이 문제가 발생했다. 18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물의를 일으킨 지도자를 직무 정지 시켰다"고 밝혔다.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심석희는 16일 저녁에 A 코치와 둘이 면담하는 과정에서 손찌검을 당하고 그대로 선수촌을 나갔고,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진천선수촌 방문 행사 때도 불참했다.

심석희가 A 코치와 어떤 연유로 불화를 겪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빙상계 관계자들은 "심석희가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만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아 담당 코치와 마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포츠계는 각종 폭행 논란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몸살을 앓았다. 2004년에 코치의 지나친 사생활 간섭과 상습적인 구타를 참지 못하고 쇼트트랙 여자 대표선수 6명이 태릉선수촌을 무단이탈했고, 2015년 9월에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훈련 도중 선배 선수가 후배에게 욕설을 내뱉고 주먹을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안현수, ‘폭행 피해 러시아로’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러시아로 귀화한 남자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에게 관심이 일고 있다. 안현수 선수 선수가 국내에서 겪은 승부 조작 요구 및 폭행 사실을 폭로한 사연이 관심을 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MBC<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해 국내에서 겪은 승부조작 요구 및 폭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왜 한국이 아닌 러시아 대표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힌 바 있다.

안현수는"(선배가) 개인전 금메달이 필요하단다. ‘1등 시켜주자'고 얘기하더라. 그러나 전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경기를 했다"며 "그냥 시합 자체가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이후 승부조작을 거부한 안현수는 후배와 함께 선배에게 집합돼 폭행을 당했다.

한편 안현수는 귀화 과정에서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이(국내 빙상연맹 관계자로부터) ‘이 선수는 한국에서도 문제가 많은 선수니까 절대 받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더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재혁, ‘리우 올림픽 앞두고 폭행’

지난 2016년 스포츠계에서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새해부터 폭행 사건으로 얼룩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자신에게 맞은 일을 소문내고 다닌다는 이유로 후배인 황우만을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역도 관계자는 “사재혁에게 폭행을 당한 황우만이 현재 춘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황우만은 왼쪽 눈 밑에 뼈가 부서져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번져 올림픽을 앞두고 희망과 기대로 넘쳐나야 할 신년 스포츠 뉴스가 ‘사재혁 폭행’으로 뒤덮였다.

뱍철우, ‘모든 선수 앞에서 구타 당해’

코치의 폭행 사건, 쇼트트랙에서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남자배구 국가대표였던 박철우 선수가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당했다고 폭로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박철우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모든 선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상렬 코치로부터 구타당했다”고 밝혔다.

박철우 주장에 따르면, 이상렬 코치는 김호철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불러 세웠고, 선임 선수들에게 후배 관리에 대한 부분을 지적한 뒤 박철우를 불러 “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박철우는 “이런 폭력이 처음이냐”는 질문에 “일선 지도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고 답했으며, 배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과거에 맞으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일본, 체벌과 폭력 행위로 몸살

지난 2012년 사쿠라노미야 고교 농구팀의 2학년 주장 선수가 자택에서 교복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했다.

시 교육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고무라 감독은 자살한 주장 선수가 여자팀과의 연습 경기 중에 볼을 뺏기자 “남자가 칠칠치 못하게 왜 여자에게 볼을 뺏기느냐”라며 손바닥으로 뺨을 수차례 때렸으며, 며칠 후 다른 학교 남자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볼을 끝까지 쫓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정신을 차리는 것은 서커스에 나오는 동물과 진배없다”라며 따귀를 몇 차례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감독의 되풀이되는 폭력과 인격 모독에 분을 참지 못한 주장 선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항의 수단을 선택했다.

오사카 시 교육위원회는 2013년 시립 사쿠라노미야 고등학교 농구부 감독 고무라 하지메를 징계 면직시켰다.

여자 유도 대표 선수 15명이 소노다 류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폭력 행위를 고발하는 문서를 2012년 말 JOC(일본 올림픽위원회)에 제출한 사건도 있다.

여자 유도 대표 선수들은 고발장에서 “런던 올림픽을 대비한 합숙 훈련 중에 소노다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죽도(竹刀)로 마구 때리기, 발로 걷어차기, 폭언 등을 일삼아 훈련 중에 눈물을 흘리거나 잠을 못 이룬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게 한다는 핑계로 자행되는 폭력 행위를 이대로 방치했다간 여자 유도계의 장래가 암담하다고 생각해 들고 일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 체벌’에 이어 ‘여자 유도계의 폭력 행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일본 유도계를 총괄하는 ‘전 일본 유도연맹’은 일단 소노다 감독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예상 밖의 경미한 처분에 여자 유도계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폭행 사건,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

사실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스승과 제자, 선·후배 간의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스포츠 인권강사를 육성해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대한체육회도 스포츠 인권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위계질서 문화 때문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스포츠계는 이러한 원인으로 일부 선수들의 잘못된 스타 의식, 후배 교육 시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 ‘솜방망이 처벌’ 등을 꼽았으며, "그동안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만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곧 있으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우리 땅에서 개최된다. 스포츠의 절대 묘미가 ‘승부’라면, 올바른 승부는 ‘공정’하고 ‘정당’한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포츠 정신에 ‘폭력’이란 부품은 없다. 올림픽 개최국다운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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