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잡아먹은 ‘밤토끼’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잡아먹은 ‘밤토끼’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19 09:06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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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고 있는 웹툰 산업이 불법 유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의 트래픽이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 ‘다음 웹툰’을 따라잡고 있다.

통계분석업체 닐슨 코리안클릭의 집게를 보면, 지난해 11월 밤토끼의 모바일 웹 월간 순방문자수는 51만 6,641명으로 41만 7,447명을 기록한 다음 웹툰을 추월했다.

밤토끼는 2016년 말에 생긴 사이트로, 국내에만 약 200개의 불법 사이트를 생성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모바일 웹 사이트를 통해 보는 페이지뷰(PV)에서는 밤토끼가 웹툰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기준 네이버 웹툰 페이지뷰가 약 1억 2,000만 건인 반면, 밤토끼는 약 1억 3,700만 건을 기록했다.

웹툰 플랫폼, ‘피해 극심’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과 같은 포털의 웹툰 플랫폼은 미공개 회차 유료서비스, 완결작 유료전환으로 매출을 창출한다. 하지만 최근 불법 웹툰 사이트에 의해 웹툰이 무료로 노출되고 있다. 미공개 한 회당 대여 결제금이 약 200원인데, 불법 웹툰 사이트에서 인기 작품의 경우 최소 5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레진코믹스, 투믹스 같은 유료 웹툰 플랫폼의 피해는 더욱 극심하다. 투믹스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한 추정 피해액이 약 400억 원이다.

또한 웹툰은 웹툰 자체 콘텐츠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영화, 게임 등 2차 창작물로 확장할 수 있는 ‘원천소스’다.

최근 1,200만 관객만 돌파한 <신과함께>. 지난 2014년 한국에서의 흥행에 힘입어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된 <미생>, KBS에서 시트콤 부활의 선두주자가 된 <마음의 소리>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 2차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처럼 원소스 멀티유즈 (One-Source Multi-Use)의 원천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웹툰의 영향력이 단순한 웹툰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작품성 있는 웹툰이 계속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의 창작물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데,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작가들의 창작 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0년 웹툰 산업의 규모를 1조 원까지 내다봤지만, 불법 웹툰 사이트에 의해 웹툰 산업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지금까지 웹툰 산업이 각광받고 작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서 다양성이 확보돼 독자와 매출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였는데, 불법 사이트로 완전 반대가 됐다”며 “산업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절박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불법 생태계 주범, ‘밤토끼’

웹툰 업계를 발칵 뒤집은 ‘밤토끼’는 국내에서만 약 200개의 불법 사이트를 생성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밤토끼는 최근 요일별로 작품을 나눠 업데이트하고, 완결작을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해 서비스하는 등 포털의 웹툰 플랫폼을 모방하면서 이용자들을 빠르게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이 사이트에는 불법도박, 불법조건만남과 같은 광고 배너가 판을 치고 있다. 사이트의 높은 트래픽을 활용해 광고를 얻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2차, 3차로 공유하는 사이트가 등장해 수익을 배분받는 불법 생태계가 조성돼 작가의 창작물에 대한 존중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웹툰 업계는 불법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정부도 법 제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범식 투믹스 부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가장 성공한 웹툰 사이트는 밤토끼”라면서 “이 때문에 다른 웹툰 플랫폼들의 성장률은 둔화돼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정근 NHN엔터테인먼트 코미코 팀장은 “협회 차원에서 해외저작권진흥협회 등을 통해 12억 정도 받아 불법복제 모니터링 업무를 하지만 사이트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그런 절차를 빠르게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팀장은 “해외 불법 사이트 대부분은 서버가 해외에 있는데 SK, KT, LG를 통해 회선을 차단해야 하나, 보안이나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면 기술적 차단이 어렵기도 하다. 정부 기관과 ICT 사업자들과 어떻게 할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절반, ‘불법 공유 사이트 이용’

2000년대 초반 DVD가 등장하고 인터넷과 태블릿 PC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영화 및 음반, 게임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불법 다운로드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대학 생활 앱 ‘에브리타임’이 대학생 2,39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콘텐츠 이용 행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 절반이 토렌트를 비롯한 불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보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중 34.8%가 불법 무료 스트리밍 웹 사이트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6.7%가 토렌트를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 시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화 불법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작, 구작 분류 없이 저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영상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리얼>의 특정 장면이 온라인에 유출된 데 이어 <옥자>는 개봉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일부 공유 사이트에 유출됐다.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의 경우 최초 유포자에게 민사상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에브리타임 관계자는 "대학생의 71.7%가 음악 서비스에 비용을 지출하며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웹툰과 영화·TV 콘텐츠에 대한 유료 이용자 비율은 낮았다"고 말했다.

웹툰의 경우 초창기 포털 사이트의 웹툰 무료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 ‘웹툰은 무료로 봐도 된다’는 인식이 이용자들 사이에 퍼져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웹툰 사용자들의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불법 사이트 근절을 위한 웹툰 업체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편의 웹툰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서의 무궁한 가능성과 창작자들의 노력,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위해 하루빨리 이용자들의 인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웹툰 산업을 살릴 ‘골든타임’ 지나가…

불법 웹툰 사이트를 없애기 위해 웹툰 플랫폼 사에서 불법 공유 모니터링 전담팀을 꾸리고 캡처 방지 기능 도입, 불법 공유 계정 추적 등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자체 단속은 일회적일 뿐,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웹툰 불법 공유와 관련해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저작권 침해물 시정 권고·삭제요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해외사이트 차단 요청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조치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난해 6월부터는 방심위에서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 시정명령 권한을 가진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임기만료 후 구성되지 않아 접속차단에도 손을 놓고 있다.

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개 불법 사이트, 621개 게시판에 대해 방심위에 접속차단을 요청했고, 이 중 3개 사이트와 566개 게시판이 방심위 심의에서 가결됐다. 지난해 7월, 11개 사이트와 44개 게시판에 대해서도 접속차단을 요청했지만, 방심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문체부 저작권 보호과 관계자는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가 많아 당장 조치를 취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방심위를 거쳐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데 2개월 정도 걸리는데, 또 사이트에서 우회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문체부 지원으로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를 만들기도 했다. 권정혁 레진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회장을 맡아 국내 행정력과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 현지 불법 사이트, 호스팅 업체 등에 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이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웹툰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선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가결까지 걸리는 2개월을 2주로 줄이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지만, 관련 대책을 구상하는 동안 작가들의 창작물은 절도 되고 있으며 웹툰 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매출은 110조 원을 넘어섰다. 콘텐츠 산업 종사자만 63만 3,000명이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콘텐츠 산업은 청년에게도, 국가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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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비쌈 2018-05-09 12:50:45
대여점 책방에서 권당대여 400원하던때도 잘빌려는데 학생시절에 유료웹툰은 1분에 200원 책한권분량 보려면 몇천원 하루만 휴일잡거 웹툰보면 몇십만 ㅎㄷㄷ함

2018-05-05 01:48:19
무료웹툰 막는다고 무료로 보던 사람이 결제를 할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무료니까 본거지 안보면 그만이거든. 1-2시간짜리 야동도 50원 비싼건 250원인데 1분정도 보는 웹툰을 2-300원 내고 봐야하냐? 웹툰 안보면 그만이여 나는 호랑이형님 이건 단행본 나오면 꼭 살거다 유일하게 결제해서 보는 웹툰이거든. 다른건 가치가 없음

가나다 2018-03-27 16:54:18
웹툰들이 너무 비싸 한번사서 영구구매도아니고 읽는데 5분도안걸리는분량을 몇일 대여하는데 몇백원씩하고...

나무위키미러 2018-03-19 13:10:12
ycareer.co.kr 같은 밤토끼 유사사이트도 늘고 있어서 문제가 크네요

마티맥플라이 2018-03-17 01:23:55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도 책임이 크다 어른아이닷컴 같은 불법사이트를 검색결과에 노출시키고 있으니 미성년자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 그런건 차단해놔야 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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