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미국예외주의의 허구성
[책 속 명문장] 미국예외주의의 허구성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1.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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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초강대국 미국의 국력은 눈에 보이는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국력의 가장 강력한 원천은 국가에 대한 미국인의 자부심인지도 모른다. 그럴 만도 하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청교도들은 황무지와 인디언 그리고 자신들의 뿌리인 영국으로부터 억압받던 식민지 시절마저 극복하고 신세계를 건설했다. 이후 악의 세력인 독일과 소련을 굴복시킨 미국은 문명 세계의 구세주이자 지도자가 됐다

박해받던 이들이 고난을 이겨내고 세계를 지도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이 과정은 마치 고대 영웅의 탄생 설화를 연상시킨다. 미국인들은 조국의 탄생부터가 다른 나라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며, 조국이 가장 이상적이고 강렬한 국가라고 믿어왔다. <19쪽>

미국 내부적으로도 미국예외주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1970년대 베트남전 패배, 1980년대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에서 동시에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로 인한 경제 위기와 같이 미국의 압도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있을 때 일부 학자들은 미국예외주의의 종언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하지만 곧 미국은 기사회생했다. 미국 경제의 붕괴가 곧 세계 경제의 붕괴라는 협박에 가까운 논리로 일본과 독일을 설득해 1985년 미 달러화 가치를 낮추었고, 냉전 종식을 주도했다. 미국은 세계의 주도권을 이어갔고 미국예외주의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중략) 그러나 레이건 시대를 지나며 분명해진 것은 미국예외주의의 위험성이다. 이 위험의 근원은 미국인 자신들이었다. 바로 미국인들이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미국예외주의는 그저 평범한 민족주의가 되고, 미국도 평범한 국가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었다. 미국 정치가들은 미국예외주의에 대한 불신이나 포기가 애국심의 저하와 국력의 손실을 초래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더욱 미국예외주의는 신성시됐고 이에 대한 비판도 금기시됐다.

미국예외주의가 완벽한 명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 역시 확산됐다. 미국예외주의라는 절대명제는 반드시 국력으로 증명돼야 하는데, 국력은 강해질 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이라는 국가의 행위가 언제나 도덕적이지는 않았고, 신의 선택을 받은 나라라는 주장 역시 종교적 신념에 불과했다.

결국 미국예외주의는 그 출발부터가 불완전하고 추상적이었다. 더구나 그 원형이 만들어졌던 시대가 불변하지 않는 이상, 미국예외주의는 사회적 모순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다. 1990년대 미국 지식인들은 이를 깨닫고 미국예외주의의 허구성을 공격하게 된다. 그 계기는 미국의 역사 기술이었다. <24~25쪽>

■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
윤상욱 지음│시공사 펴냄│28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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