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인생 최대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90세 할머니의 시각에서 인생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90세의 꿈』은 90년 세월에 담긴 연륜으로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그리고 6.25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나라 1세대 여의사의 경험과 통찰을 고스란히 녹여낸 에세이다.
저자 김길태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나 1세대 여의사가 됐다. 그는 인민군에게 납치돼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가까스로 탈출하고 남편이 유신체제에 반대해 홀로 가정을 지키는 등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았다.
이 책에는 그가 이러한 어려운 삶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것들이 담겨있다. 그는 “고생스러우면 고생스러운 대로, 고달프면 고달픈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삶에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늙어서야 느끼니 물 흐르는 듯이 살아 볼만한 것이 바로 삶이다”라고 털어놓는다.
또 그는 여전히 멋지게 보이고 싶고, 예쁜 옷을 입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으며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영화나 연극을 보고 감동을 느끼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 쉽게 하지 못하는 점을 한탄하며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나서야 스스로 늙었음을 후회하지 말라"고 했다.
저자는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미뤄왔음에 후회하며, 90세 가까운 나이에 '책 쓰기'라는 꿈을 찾아 도전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는 말을 직접 실천한 것이다.
그가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 책을 읽다보면 어렸을 적 할머니 무릎에 머리를 올리고 옛날이야기를 듣던 것이 생각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90세의 꿈
김길태 지음 | ARTWA 펴냄 | 177쪽 |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