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웠던 조선의 예술가, 장승업”
“자유로웠던 조선의 예술가, 장승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1.1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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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숙·유소정의 『장승업』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김홍도, 안견과 더불어 조선 3대 화가로 불리는 장승업은 대단한 명성에 비해 알려진 게 많지 않다. 혹자는 그의 고향이 경기도라고 하고, 혹자는 황해도라고 할 만큼 그의 출신 성분조차 희미하다. 그러나 그가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으며, 뛰어난 재주와 솜씨를 가진 천재 화가라는 점만은 그의 삶과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기명절지도 <사진출처=도서출판 다림>

장승업은 무엇이든 잘 그렸지만 당시 남들이 잘 그리지 않았던 ‘기명절지도’를 그려 유행시킨 화가였다. 중국 청나라식 정물화를 참조하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기명절지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장승업의 기명절지도의 특징은 자유로움이다. 보통 ‘정물화’라고 하면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정지된 느낌을 주는 그림을 생각하는데,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가로로 들쑥날쑥한 구도가 특유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수선화 그릇, 쏘가리와 그릇 <사진출처=도서출판 다림>

당시 조선에서 잘 쓰지 않았던 새로운 명암법을 사용한 것도 독특하다. 이러한 명암법은 그의 작품 ‘수선화 그릇’에서 잘 드러난다. 수선화를 엷은 색으로 채색해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에 비해 청동화로는 먹으로만 그리고 명암을 표현해 묵직한 입체감을 주었다. 이 작품은 독특한 구도도 눈여겨볼만 하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그림을 위아래로 소재를 배열하여 장식적이고 재미있는 화면으로 구성했다.

산이나 계곡이 심하게 왜곡돼 있거나 항아리가 삐뚤빼뚤하게 표현돼 있는 작품들에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열정이 잘 드러나 있다. 대표적으로 ‘쏘가리와 그릇’이 그렇다. 커다란 도자기가 삐뚤하니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림이 당당하고 멋스럽다.

호취와 쌍취, 방황자구산수, 화조영모 10폭 병풍(부분) <사진출처=도서출판 다림>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이는 그림도 있다. 용맹하고 수려한 한쌍의 매와, 꿩을 그린 ‘호취’와 ‘쌍취’에서 그 개성을 엿볼 수 있다. 당시 매 그림은 한 화면에 한 마리만 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 나라에 왕이 둘이 있을 수 없듯, 하늘의 제왕인 매도 한 폭에 두 마리를 그리지 않았던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적 제약과 신분의 틀을 깨려는 생각과, 남들과 똑같이 그리는 것을 싫어하는 까칠한 성격이 한몫한 것 같다.

"그림 기법을 끊임없이 공부하며 마치 그림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림에만 정신을 쏟았다"는 기록도 있다. 사람들은 그의 일취월장한 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방황자구산수’는 그가 존경했던 중국 화가 황공망(黃公望, 1268~1354)의 그림을 모방한 그림이다. 당시 모방은 그림을 배울 때 사용하던 방법 중 하나였다.

삽살개를 여러 장 그렸던 이유는, 사람들이 나쁜 기운을 쫓기 위한 주술적인 용도로 삽살개 그림을 그에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화조영모 10폭 병풍’ 중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이 강아지도 삽살개다. 무심하게 툭툭 붓질한 강아지의 모습이 그의 개성을 반영하듯 익살맞다.

『장승업』
송미숙 지음 | 유소정 미술놀이 | 다림 펴냄 | 120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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