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피 문화, 나라가 부추겨...
중소기업 기피 문화, 나라가 부추겨...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1.1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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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증가 속 인력난 지속, 근로조건 나쁘면 안 가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 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같은 근본적인 일자리 개혁 방침들을 말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을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동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더 기피하게 할 뿐이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수는 58만 518개로 전체 기업 수의 99.2%를 점유했다. 점유율로는 나라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높은 점유율에 비해 매출액은 전체 기업 매출액의 35.7%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까지 단축하는 것에 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귀한 아들 딸, 월급 적으면 NO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7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 전체 실업자 수는 102만 8000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지금 기준으로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이다. 아예 일자리 구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까지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7%에 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업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전국에 사는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대국민 중소기업 이미지 인식도 조사결과,  중소기업 종합적인 이미지 호감도는 51.4점으로 대기업(71.5점)보다 20.1점이나 낮았다. 중소기업 호감도 점수는 지난해(54.0점)와 비교해서도 2.6점 내려갔다.

비호감의 이유는 단연 근로조건이었다. 임금수준, 근로시간, 작업환경, 복리후생 환경 등을 포함하는 근로조건은 2016년 조사(49.0점)에 이어 지난해도 5개 항목 중 가장 낮게 나타나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中企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허울뿐인 '일자리 안정 자금'

16.4%의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근로조건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기업은 월 200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6470원일 때보다 7530원일 때 21만 2000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줄여보려는 정부의 노력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다. 정부에서 월급 190만원 미만인 근로자 1인당 ‘일자리 안정 자금’을 월 최대 13만원 지원해준다지만 4대 보험을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4대 보험을 가입할 경우에 사업주는 보험료로 약 15만원, 근로자는 약 13만원을 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증가한 퇴직금을 합하면 사업주는 한 사람 고용 시 30만 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에서 19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허모 씨(30)는 “당장 살기가 어려운데 월급에서 13만원을 떼어갈 바에는 가입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또한 허모 씨를 고용한 사업주도 “주는 것보다 가져가는 게 많은데 근로조건 악화시키는 거지 어떻게 지원이냐. 내가 더 일하지 더 고용을 더 늘리겠느냐”고 했다.

 

돈 벌기도 힘든데 노동시간 단축? 고용은?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설상가상으로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은 더 악화되고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더 기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더 이상 과로 사회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정시 퇴근을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일주일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 연장 근로는 주당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동안 정부는 토요일, 일요일 근무(각 8시간)를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통해 최대 68시간 근무를 허용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일부 여당 의원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며 관련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추가 임금 부담이 커지고 근로조건이 나빠져 오히려 고용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당장 최저임금 인상도 힘든데 근로시간 단축까지 되면 직원은 어찌 챙기고 돈을 어찌 벌란 말이냐. 부담이 너무 된다. 신규 고용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한 수출 제조업체 사장은 “사람 한 명 더 고용하면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근로 시간까지 짧아지면 수출 납품 기한이 훨씬 늘어날 텐데 수출은 어떻게 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나라를 살리려면 공무원 수를 늘리기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을 더 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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