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책 읽는 대한민국 책 읽는 대한민국
[인터뷰] KOTRA 김재홍 사장 "더 크게, 더 멀리"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올려봐야 할 정도로 키가 컸다. 덩치가 크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김재홍 사장의 첫 인상이었다.

큰 키만큼 그가 쌓아올린 경력도 높다. 그는 공직생활 31년 6개월에 KOTRA 사장 3년을 더해 거의 35년을 공조직에서 일했다. 나이로도 어느덧 환갑에 이르렀다.

행정고시(26회)로 공직 입문 후 법제처 등을 거쳐 상공부(현 산업통상지원부)에서 산업, 무역, 기술, 통상, 에너지 분야를 두루 거치고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산업통상부 1차관을 지냈다. 그는 현재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KOTRA를 맡고 있다.

그는 2015년 1월부터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출 구조개선을 위해 수출 중소기업을 10만개로 늘려 수출 주체를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전환하고, 품목·시장·방식을 다변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으며,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해 유관기관들과의 ‘개방형 협업’에도 앞장섰다. 임기 말인 2017년에 수출 1조 달러를 회복한 것에는 그의 공이 크다.

이런 그가 지난해 12월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동안 쌓아온 인생 경험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인생길을 밝히는 한 줌 빛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한다.

역경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그의 첫 번째 원천은 ‘멀리 보는 것’이었다. 인생을 붕정만리(鵬程萬里)의 시각으로 ‘더 크게 더 멀리’ 보고자 했다. 유혹이 많아도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지 않고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며 행동하려고 했다. 그것이 당장에 손해가 될 수 있어도 결국은 이득이 되고, 성공하는 인생으로 이끄는 길임을 느꼈다. 이런 인생관을 지침으로 삼아온 덕분일까. 그의 인생에 대과(大過)가 없었다.

그는 “(젊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고난과 역경이 많은 인생이었지만 굴하지 않고 극복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면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에 대한 자신의 인생경험을 나누려는 것이 이 책을 쓴 일차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의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관료의 길>, <2부 인생관>, <3부 KOTRA에서 3년>에서는 그의 인생 경험을 다루며, <4부 우리 수출의 미래>에서는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갈수록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줄어들고, 고용창출 효과도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 주체를 중소·중견기업으로 전환하고, 품목·시장·방식의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수출이 대기업 위주의 양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글로벌 통상환경은 신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상품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외 진출 및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김재홍 사장은 ‘메이크 위드(Make with)'를 강조한다. 이는 상생과 호혜의 관점에서 해당국의 산업발전, 소득증대,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는 모델을 말한다. 그는 책에서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했는데, "이런 모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어 지속가능한 무역성장을 이끌어 가면 좋겠다"고 했다.

35년의 대과 없는 공직생활, 청년들의 워너비 KOTRA, 그리고 저서까지. ··· 그가 궁금했다.

처음으로 책을 쓰셨다. 재임 기간에 지구 22바퀴나 되는 거리를 다녔다고 들었다. 출간하기까지 어느 정도 걸렸고, 책을 쓰는 데 힘든 점은 없었는지...

- 쉽지 않았다. 공직에서 31년, KOTRA에서 3년을 일했다. 공무원 생활이 끝날 즈음해서 책 출간 권유를 받았으나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KOTRA는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 끝날 시점을 대비해 책을 쓸 여유가 있었다. KOTRA 끝날 때, 공직생활과 KOTRA 생활을 되돌아보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쓰기 위해 틈틈이 6개월을 준비했다. 해외 출장기간이 거의 1년이었는데 장기간 비행할 때 6-7시간 정도를 원고 구상과 수정할 시간으로 활용했다.

본인의 책을 소개한다면...

-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담았다. 개인 인생사와 재임 중에 KOTRA에서 했던 무역과 투자에 대해서도 다뤘으며, 전체적으로 왜 무역과 투자가 중요하며 지금 우리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서 책에 녹였다. 무역투자하시는 분,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모두 권한다.

책에서 ‘무한도전(무조건 한없이 도와주자 전화오기 전에)’, 이청득심(以聽得心: 경청하면서 다가가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를 언급하셨는데...

-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말을 잘 들으려고, 타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신입사원의 자세와 마찬가지다. 윗사람이 어떤 생각을 할 지 고려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면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경청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져 넓고 높은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기 능력 개발이나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책 4부에서 세계적으로 신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된다고 하시면서 중국, 미국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 가장 중요한 시장이 중국과 미국이지만 너무 많이 의존하거나 매달리다보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영향을 너무 크게 받는다. 따라서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는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어려움을 한 몸으로 받지 말고, 분산시켜 덜 영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KOTRA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6년 연속 수상하게 되었고, 또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장이 됐다.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 KOTRA는 사실 근무 조건이 좋은 회사는 아니다. 사원으로 들어와서 3년은 국내에 있고 그 후에는 해외로 나간다. 보통 4년을 해외로 나가고, 간부가 되면 3년 간 또 해외 근무를 한다. 국내와 해외 순환 근무가 계속된다. 따라서 서로 못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주최하여 각자 중요한 주제 (해외생활, 언어, 일과 육아 병행 등)를 가지고 토론하고 또 그 분야에 유명인사 강연을 진행했다. 나가는 사람, 새로운 사람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소통을 늘렸다. 간부회의에서도 자기가 소속된 본부 외 다른 본부의 업무도 활발하게 논의하게 했다. 이러한 “소통을 위한 노력”에 사원들의 의사표현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KOTRA가 일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업무에 있어서도 시너지 효과가 났다.

출산율 저하가 이슈다.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은 뭔가 다를 것 같은데, KOTRA는...

- 여직원이 40%이상인데 출산으로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KOTRA 차원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KOTRA 차원의 노력과 국가 차원 노력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남성도 가사를 분담하고 양육을 같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을 늘리거나 남자도 여성과 같이 출산 또는 양육 휴가를 받아 같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KOTRA에서도 회사 어린이 집을 만드는 것을 추친 중이다. 자체 어린이집을 확보하고, 탄력 근무시간을 추진 중이며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는 것을 계획 중이다.

KOTRA처럼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취업시장에서 역경과 고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면...

- 요즘 청년들도 힘들지만 사실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하면 역경과 고난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지나 1945년 광복을 맞았고, 1950년 6.25전쟁으로 황폐화됐다. 1962년 경제개발계획부터 시작해서 불과 56년이 지났다. 과거에 겪었던 고난, 역경과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식주와 소비가 해결이 돼있다. 교육문제나 취업문제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본인의 여건을 잘 활용한다면 취업의 길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어려움을 겪고 성공을 거둔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노력,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이겨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회를 찾아봐야 한다. 어려움 없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공무 수행과 저서, 바쁘실 텐데 한 달 독서량은...

- 요즘 책을 많이 안 읽는다. 그래도 한 달에 최소 2~3권은 읽는 것 같다.

추천도서가 있다면...

- 생각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하는 책이 좋다. 책은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책에 삶이나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교과서는 좋은 책이 아니라 공부하기 위해 보는 책이다. 도움이 되는 책은 생각의 틀을 느낄 수 있거나 그 사람의 삶이나 인생관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남는 게 있고 감동이 있는 책이다.

정호승의『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한 마디』는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가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의『청개구리 성공 신화』는 한국의 경제 발전이 왜 가능했는지 설명한 책이다. 전 세계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발전 신화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활자와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은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거나 책을 봐야 가능하다. 모든 것을 자신 혼자 경험할 수 없다.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책을 통해서다. 경험, 생각의 폭, 또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책이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속독이 가능해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의 폭이 커지지 않나. 활자보다 모바일 기기. 전자책도 나오고 있다. 책을 읽는 다양한 형태가 나오고 있는데,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접하는 방법이 다를 뿐.

한 시간이 넘는 긴 인터뷰와 이어지는 영상촬영에도 그는 시종일관 따듯하며 밝았다. 기자를 바라보는 진지한 눈에서 그가 책에 쓴 대로 역지사지, 이청득심, 무한도전의 자세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책 읽는 대한민국 파이팅! 독서신문 파이팅!’을 힘차게 외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승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책 읽는 대한민국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