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나이 들어갈수록 미혹이 사라져야 하는데 미혹은 심중에 재처럼 쌓이고 있다. 또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어떤 안정감이 생긴다는데 나는 쓸쓸함과 서글픔이 일어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내가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 제 존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영혼을 느끼려는 행위인 '비평'으로 나의 존재성을 희미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인들이 쓰는 하나의 시 세계 속에 잠겨 그들의 시적 향취를 맡고 그들의 삶을 상상적으로 살아볼 때 잠시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얻어 혼의 충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를 보면 나는 아직도 비평가보다 시인으로 한 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비평으로 시적 창작의 열망을 대신하려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비평은 시인의 의식에 나의 의식을 동조시킨 의식비평. 한마디로 주관적 비평, 좋게 말하면 창조적 비평이다.
쓰는 나도 재밌고, 시인들의 반응도 자신의 내면적 의식을 잘 포착해줬다고 감사와 동시 부끄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객관성이 조금 결여된 듯해 보여 비평으로서 위엄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를 깊이 음미해 살아있는 풍경으로 그려내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글쓰기도 나이 들어가는 일 못지않게 방황하고 있다. 문제를 꼽으라면 어떤 치열함이 없다는 것이다.
열정을 잃은 나의 삶과 글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서는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글을 좀 더 성찰적으로 써야 한다. 글은 언제나 나의 삶과 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의 발판이 된다.
비평이 인간적인 위안으로 나아가는, 더불어 존재성을 희미하게 느끼게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고백 『연민의 시학』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평안과 기쁨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연민의 시학』
김경복 지음 | 문학의 전당 펴냄 | 352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