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블랙리스트 뿌리 뽑고 재도약 시동 ‘부릉’
출판계, 블랙리스트 뿌리 뽑고 재도약 시동 ‘부릉’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7.12.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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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도서’ 공정선정에 창비·문학동네 등 출판업계 웃음꽃

블랙리스트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출판계가 ‘앓던 이’를 뽑고 순항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정부가 도서관에 비치할 도서를 선정하여 구매를 지원하는 ‘세종도서’의 심사과정에서 불법으로 도서를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및 산하단체 관계자들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후 문체부는 세종도서 심사 및 선정 방식을 개편하고 사업의 취지와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들을 추진했고, 블랙리스트가 사라진 세종도서의 선정은 공정했고 세종도서 리스트는 다양해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1332명·피해 건수 2670건

지난 20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 건수가 26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체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조사한 결과다. 특검과 감사원이 밝힌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보다 400여건 늘어났다. 문체부 산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 가운데 실제로 검열이나 지원 배제 등의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은 1012명, 문화예술단체는 320개로 조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발표는 2008년 8월 27일 만들어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부터 2017년 7월 서울중앙지법이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 첨부한 범죄일람표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와 관련 문서 12건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심사 조작해 지원 배제

출판진흥원이 블랙리스트 인사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심사 채점표, 회의록까지 조작한 사실이 추가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심사위원 개별 조사와 출판진흥원의 2016년 초록ㆍ샘플 지원사업 심사결과표를 대조한 결과, 출판진흥원에서 보고한 심사결과가 임의로 조작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본 12차 심사결과표에는 이기호 작가의 소설 『차남들의 세계사』, 정지형 작가의 동화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과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 등 3권이 번역지원 사업 ‘적격’으로 기재됐지만, 위조된 심사표에는 모두 부적격으로 바뀌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도 14차 심사에서 심사 조작으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제3회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역시 진흥원이 60종을 지원 도서로 선정했지만, 진중권(미학오데세이1~3), 박시백(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 블랙리스트 인사들의 저서 5종을 탈락시키고, 애초 55종만 지원하기로 한 것처럼 회의록을 조작했다.

진보 작가에 이어 출판사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지난 1월 10일 진보 작가에 이어 문학동네, 창작과 비평(창비) 등의 출판사마저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은 바 있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눈먼 자들의 국가』,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등의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을 낸 대표적인 출판사다. 이 때문에 출판계는 지난 정부와 정치적 이념이 다른 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세종도서에 선정된 이들 출판사의 책은 2013년 30여 종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5종으로 급격히 줄었다.

많은 독자를 확보해 온 문학동네와 창비에 정부가 칼을 들이댔다는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문학동네는 회사 트위터 계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창비와 문학동네를 언급하며 지원 삭감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을 펴냈다는 이유다. 문학동네는 앞으로도 글과 사유의 힘을 아는 독자들을 믿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겠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변화를 꾀하는 ‘세종도서 사업’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블랙리스트'의 직격탄을 맞은 정부의 세종도서 사업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연 1회 선정하던 것에서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선정으로 늘렸다. 기존에는 진흥원이 학회나 단체 추천을 받아 심사위원을 선정했지만, 올해부터는 심사위원 숫자의 3~5배수로 후보자 풀을 구성한 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최종 심사위원을 확정했다. 심사는 총 3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심사평과 회의록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당초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지원을 배제당한 작가의 작품들이 올해 세종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선정결과에서는 진보 성향이 짙은 공지영 작가의 수필집 『시인의 밥상』,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가 문학 부문에 선정됐다. 하반기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황석영 작가의 『수인』과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 각각 교양부문과 문학나눔 부문에 선정됐다.

세월호 관련 책을 펴내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출판사 창비와 문학동네도 선정 종수를 2015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편 대형출판사들이 다소 줄고 선정 상위에 오른 출판사들이 이전보다 다양화됐다. 대표적인 대형출판사 창비·문학동네·문학과 지성사 외에도 민속원·소명출판·시그마프레스·한국문화사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블랙리스트 굴레 벗은 ‘2018년의 출판 트렌드’는?

올해 출판계엔 어두운 소식이 잦았다. '진보좌파'로 낙인찍힌 저자와 출판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종도서 등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사실도 드러나 출판인들의 가슴을 멍울지게 했다. 조기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적폐청산 작업, 페미니즘 논쟁, 북핵 위기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이슈들이 출판계에 영향을 미쳤던 한 해이기도 했다.

그래서 2018년의 출판 트렌드는 '개인의 행복'이 되지 않을까. 교보문고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등 숨 가쁜 정치적 흐름이 한차례 지나가고 다가올 2018년에는 스스로 나아갈 길에 대한 물음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며 "거대한 사회적 담론에서 개인의 행복으로 시선이 옮겨가면서 △『소프트 르네상스』(일상 속에 다가온 인문학 부흥)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스타워즈』(Star wars, 남녀의 대립과 공존) △『바이 앤 셀』(Buy & Sell, 부동산 재테크) △『트랜스포머』(Transformer,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등이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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