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책맥’ 한 잔 하실래요?
퇴근길, ‘책맥’ 한 잔 하실래요?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7.12.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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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인터넷 서점에 맞서, ‘술 마시는 서점’ 등 이색 서점 등장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30대 후반의 한 직장인 L씨는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습관처럼 서점에 들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지적인 자극도 받고 약속 장소로도 괜찮았다”면서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형서점이 아니면 주변에서 서점 자체를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울어가는 ‘지식의 사랑방’

지난 8월 18일 한국은행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점’ 부문 개인 신용카드 사용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이 통계는 전국의 모든 오프라인 서점에서 지불된 신용카드 사용액을 집계한 것이다. 교보문고 영풍문구 반디앤루니스 같은 대형서점의 경우에만 온·오프라인 사용액이 모두 포함된다. 예스24 같은 온라인 서점의 경우 합산되지 않는다.

서점을 이용하는데 지불한 돈의 감소세는 매우 뚜렷하다. 한은이 이 통계를 내놓은 지난 2010년 12월 이후 플러스(+) 증가율을 보인 달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에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웬만한 중소형 동네서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서점의 몰락은 다른 통계로도 감지된다. 국세청이 집계하는 5월말 기준 서점 사업자 수는 789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8% 감소했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는 0.58%, 3월말 기준으로는 0.45% 각각 줄었다.

서점의 경영난에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무엇보다 2000년대 이후 영상매체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책을 손에서 놓게 됐고, 자연스레 서점, 특히 규모가 작은 동네서점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한 달 평균 책값으로 지출한 비용은 1만6623원으로 나타났다. 5년 연속 감소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적의 유통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고 있는 것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기 위한 변신 ‘이색 책방’

인터넷 서점의 발달과 함께 책 내음을 맡으려면 대도심 대형서점까지 나가야 가능할 정도로 집 주위 책방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지향점을 추구하는 이색 책방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1)책과 맥주의 조합, ‘북바이북’

상암동 미디어시티 빌딩 숲을 길 앞에 위치한 ‘북바이북’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책맥’이다. 이 서점에서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책꼬리 쓰기, 구매한 책 되팔기, SNS에 사진 올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포인트를 제공한다. 적립된 포인트는 커피와 책 구매, 특강신청 등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한편 ‘북바이북’에서는 팝업스토어, 콘서트, 강좌 등이 열리고 있다.

2)팟캐스트 오픈 라디오가 오프라인으로, ‘빨간 책방’

책벌레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팟캐스트 '빨간 책방'이 인기에 힘입어 젊은이들의 메카, 홍대 앞에 동명의 카페 '빨간책방‘을 오픈했다. 이 서점에는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하는 신간과 베스트셀러들이 주를 이루고, 이 외에도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책이 가득하다. 한편 이곳 3층에서는 이동진 평론가의 빨간책방 녹음을 직접 볼 수 있다. 팟캐스트 오픈 라디오 스케줄은 빨간 책방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3)독립 출판물 전문 서점, ‘유어마인드’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책방이다. 이 서점에서는 매대 앞에 놓인 방석에 자리 잡고 털을 고르며 꾸벅꾸벅 조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독립책방의 책들은 핸드북 사이즈의 팸플릿 형태부터 비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얇은 잡지까지 모양도, 디자인도,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이곳의 주인은 책방 주인이기 전, 1인 잡지 [수상한 M]을 비롯해 국내외 사진집 등 스스로 글과 사진, 디자인까지 해 출판하는 배테랑 제작자다. 자신들처럼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이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다양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또한 유어마인드는 매년 독립출판물에 대해 소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이와 더불어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이 상암동에, 고양이 책 전문 서점 ‘슈뢰딩거’와 수시로 소규모 영화 상영회를 여는 서점 ‘퇴근길 책 한 잔’이 이화여대 앞에, 이 밖에도 특색 있는 동네 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동네 서점 살리기 추천 책 『북숍 스토리』

-젠 켐벨의 『북숍 스토리』

거대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세계의 많은 동네 서점들이 위기에 처했다. 『북숍 스토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동네 서점 주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서점들은 어느 때보다 힘들게 싸우고 있으며,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동네 서점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고, 기존 서점들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 지역의 특색을 살려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지역 서점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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