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으로 몰락한 ‘출판기념회’
선거용으로 몰락한 ‘출판기념회’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7.12.19 18: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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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13일 실시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유력시되는 서울의 각 구청장과 시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구청장·시의원들은 자성의 움직임 없이 기념회를 열고 있다. 정치인에게 출판기념회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자금 저금통, ‘출판기념회’

지방선거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책을 앞세워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을 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전략이다. 변질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는 두 가지 이유 아래 개최된다. 지방선거 전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이 첫 번째이고, 정치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 지연, 혈연, 그리고 학연 등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수천 명의 사람을 한 데 모아 ‘홍보축제’를 이끈다. 또한 거물급의 출판기념회에서는 한 번에 수억 원을 모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출판 기념회가 정치인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하다.

내년 6월 13일 실시하는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벌서부터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선거에 필요한 탄환을 모으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앞으로의 계획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기 위한 출정식으로 변모한 ‘출판기념회’. 내년 지방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지방자치단체장) 도전에 나서는 도의원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출판기념회도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변질된 ‘출판’의 의미, 껍데기만 남은 ‘출판기념회’

1990년을 되돌아보면 현역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자 등만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내 기초의원 출마자들도 책을 출간하지 않으면 낙선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인의 자서전 중에 자신의 성장 이야기와 정치철학을 풀어내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책이 전무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홍보’와 ‘자금 마련’ 등의 명목 아래 출판된 책과 개최되는 출판기념회는 본질을 잃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지만, 책을 쓰는 목적은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 선거 출마자들이 대필 작가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에 기입된 저자, 책 표지에 삽입된 사진, 책에 담긴 내용까지 모두 정치인의 것이지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유권자는 별로 없다. 대부분이 대필 작가가 정치인의 스토리를 억지로 꾸며 써내려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돈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자신이 써내려간 책을 소개하는 출판기념회가 ‘장사’로 탈바꿈했다.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함에 돈 봉투를 넣고 책을 한 권씩 받아가는 것이 관례다. 봉투에 얼마가 들어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가 ‘자금 마련’으로 변질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시끄러운 출판기념회

지방선거 관련 출판기념회 개최제한•금지행위 적용 시기는 2018년 3월 14일 까지다. 이후부터는 출판기념회를 진행하면 선거법위반이 적용되므로 더 이상 개최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구청장·시의원들은 자성의 목소리 없이 기념회를 열고 있다. 출판기념회 제도의 존속은 후원금을 빙자한 거액의 돈과 출판기념회에 안에서 이루어지는 뇌물은 합법적인 금액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또한 공적 영역에서 직무 청렴성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김영란 법의 의미도 퇴색시킨다. 더욱이 공직자의 범위를 공공성을 가진 영역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정치권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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