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동남아 배낭여행이 가져온 변화
[리뷰]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동남아 배낭여행이 가져온 변화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1.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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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딸이 배낭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그런 딸의 앞을 엄마가 가로막는다. 이유는 하나. 부러우니까. 순간 벙 찐 딸은 엄마를 여행에 데려갈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단순 여행도 아닌, 20kg 배낭을 메고 힘들게 돌아다닐 모습이 눈에 선한 ‘배낭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은 엄마가 과연 이 여행을 버틸 수 있을까?’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딸에게 엄마는 쌈짓돈 200만 원을 내민다. 자린고비 같던 엄마가 여행비는 각자 부담하자는 식으로 나오니 거절할 수가 없다. 결국 함께하기로 결심한 딸. 엄마가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지 묻는다. 하지만, 엄마는 그저 “엄마는 상관없어. 어디든 좋아. 다 괜찮아”라고 답한다. 답답해서 명쾌하게 말해 달라 하자 “엄마는 옛날 사람이라 너처럼 그렇게 말하는 게 조금 어려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 말에 한 방 맞은 딸은 그제야 엄마의 말에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거면) 상관없어”, “어디든 (네가 좋아하는 곳이면) 좋아”,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 괜찮아”라는 뜻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동남아로 향하는 한 달간의 여행이 모녀 관계를 변하게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배낭을 단디 메고’ 나선 여행길. 들뜬 마음으로 탑승한 저가항공은 생각 같지 않다. TV에서 보던 편안한 항공 서비스는 무조건 제공되는 게 아니었다. 저가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유료라는 직원의 안내에 여행 로망이 무너진다. 첫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낯선 외국인이 딸과 머무는 방에 당당하게 들어온다. 깜짝 놀라 나가라고 비명을 질렀는데 알고 보니 여럿이 함께 머무는 방이었다. 이처럼 엄마에게는 배낭여행자들의 문화가 충격적이다. 

그래도 엄마는 이왕 해외까지 떠나온 거 어떤 상황이든 즐기기로 한다. 단출한 게스트하우스 조식 재료는 엄마 손끝에서 먹음직한 샌드위치로 변신한다.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에서는 흥정의 달인이다. 상인들의 기를 꺾고 300바트라고 적힌 아기 코끼리 장식을 150바트에 산다. 쁘렌띠안 섬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는 호흡법을 몰라 짠물을 실컷 들이켜지만 끝내 다이빙 수료증을 받아들고 뭉클해 한다. 

딸은 여행을 통해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됐다. 노을 지는 해변을 함께 걷다 “엄마, 여행 오니까 좋지?”라고 묻자 엄마는 “우리 엄마 보고 싶다”며 예상치 못한 말을 한다. 그 엉뚱한 대답은 딸의 걸음을 멈췄고, 이 이야기를 소개한 에피소드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독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너무 예쁘다. 우리 엄마도 이런 광경 한 번쯤은 보고 가셔야 했는데. 엄마는 못난 딸이라 이런 데 한 번도 못 모시고 왔어” 엄마의 굽은 등을 보며 딸은 ‘이번 여행,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와 딸은 티격태격한다. “누가 엄마랑 (여행) 또 온대? 난 한 달도 충분했네요” “엄마도 너처럼 구박하고 성질 더러운 사람이랑 안 가” 두 사람은 여전히 싸우고 화를 낸다. 하지만 딸은 어째서인지 엄마의 툴툴거리는 모습이 전처럼 싫지가 않다. 

여행을 다녀와 여행기를 엮은 에세이까지 출간된 지금, 이미 엄마는 유럽여행까지 정복했고 딸은 남편과 세계 일주 중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엄마와, 또는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 것이다. 그리고 미뤄왔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볼 용기를 낼지도 모른다. 삶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이들에게 에세이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를 권한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펴냄 | 288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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