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보러 떠난 아이슬란드. 오로라보다 용암이 굳은 자리를 뚫고 올라온 풀 한 포기가 더 감동이었다. 지난 해 남편과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저자는 6개월 만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아이슬란드의 겨울과 여름을 골고루 담기 위해서다.
불과 얼음의 나라에서 그가 본 것은 연하늘색 물빛을 지닌 블루라군과 황량한 화산 길, 백야의 밤이다. 다친 친구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던 말, 중력을 거스르며 자라는 이끼, 휘날리는 눈보라 속에서도 개를 데리고 유유히 산책을 즐기는 한 남자다. 저자는 이 모든 것에서 아이슬란드의 정신, ‘어떤 상황에도 극으로 치닫지 않을 것 같은 의연함’을 발견했다.
“정직함(Honesty). 그것이야 말로 아이슬란드 사람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지. 그건 이 대자연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단어이니까.”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여행 가이드는 정직이라는 단어로 조국을 표현했다.
레이캬비크 숙소 주인할머니는 열쇠도 갖추지 않은 오래된 방 앞에서 불안해하는 저자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안심해도 돼. 이 방의 여자 손님은 혼자 빙하 하이킹을 하러 왔고, 저기 저 방의 남자애는 늦게 돌아올 거야. 밤에 고래를 보러 나간다고 했거든. 그리고 일층에는 쌍둥이 남자애들이 방을 쓰는데 엘프처럼 순한 아이들이야.”
그가 아이슬란드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지구보다 더 태초의 지구를 간직한 나라, 매 순간이 천국보다 낯선 나라라고.
『아이슬란드, 여기까지이거나 여기부터이거나』
박유진 지음 | 더블엔 펴냄 | 31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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