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라인서점에서 굿즈를 사고 책을 얻었다
나는 온라인서점에서 굿즈를 사고 책을 얻었다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1.2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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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박 씨에게는 주기마다 누군가가 찾아온다. 지름신이다. 연말을 앞두고 지름신은 더 자주 방문한다. ‘2018년 달력도 준비해야 하고, 다이어리도 필요해. 겨울이라 책상 위에 둘 가습기도 있으면 좋겠고, 머그컵도 바꿀 때가 됐네.’ 박 씨는 어느 새 스마트폰을 들고 굿즈의 세계로 접속한다. ‘자기계발서 2만원을 채워서 수첩을 받고, 총 5만원을 채우면 갖고 싶던 에코백. 아, 맞다. OOO 작가 신작 출간 기념 굿즈도 꽤 쓸만 하다던데….' 박 씨는 잘 빠진 굿즈를 가득 사고 책을 덤으로 얻었다.

“어머, 이건 꼭 ‘어서’ 사야 해”

바야흐로 굿즈의 시대다. ‘굿즈를 사고 책을 얻었다’ ‘굿즈를 사는 김에 책도 같이 산다’ ‘난 굿즈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책을 보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쓰일 정도다. 이제 굿즈는 책을 사면 얹어주는 사은품이 아니라 책 구매를 좌우하는 핵심 상품이 됐다. 책 관련 굿즈는 소장가치와 문화를 소비한다는 자부심이 결합한 고관여 매력 상품군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한정판매 굿즈는 ‘어머 이건 꼭 ‘어서’ 사야 해’하는 심리와 연결, ‘독특한’ ‘꼭 가져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소비자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간 굿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류도 다양화하고 있다. 책 표지를 적용한 에코백, 우산, 베개, 북램프, 컵 등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굿즈 소비자는 온라인 서점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신상 구즈를 검색하고, 관련 사이트, SNS 등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하 “맥주잔이 탐나서 그만…”

『오직 두 사람』을 펴낸 작가 김영하는 지난 6월 ‘인터넷 서점에서 굿즈로 준다는 맥주잔이 탐이 나서 그만 내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고 SNS에 털어놨다. 굿즈는 작가의 마음도 홀린다. 굿즈는 신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연관 분야 매출을 동반 상승시키는 마케팅 요소이자, 없던 구매욕까지 끌어내는 효자템인 셈이다.

최근 한 굿즈족은 “굿즈는 ‘예뻐서’ ‘귀여워서’ ‘갖고 싶어서’ 소장한다는 점에서 애인을 닮았다”고 표현했다.

한 인터넷서점과 출판사는 책 판매 시 도서 제목과 연관한 양은냄비를 굿즈로 제공했다. 이는 입소문을 타고 냄비 사재기 열풍을 낳았으나, 도서정가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 조치를 받으며 본품 보다 값진 사은품에 대한 부작용을 드러내기도 했다.  

꼬리(굿즈)가 몸통(책)을 흔든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8』은 사은품이 본품 구매를 좌우하는 현상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 더 독(Wag the Dogs)’으로 표현했다. 2018년에는 사은품이 본 상품 보다 인기를 끄는 웩 더 독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소비와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價心比)’ 트렌드로 연결된다는 설명.

책은 가심비 확보 요소로 ‘매력’을 꼽았다. 책에서는 “매력 자본 시대에는 같은 성능, 같은 가격 제품도 누가 더 매력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갈린다. 매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굿즈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사랑하는 대상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고 의미를 찾고 싶은 욕구가 자리한다. (...) 어딘지 모르게 정신적으로 허한 소비자들은 계속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념해줄 굿즈를 찾는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온라인 서점가를 달군 올해의 굿즈

예스24가 올해의 굿즈로 꼽은 『오직 두 사람』 김영하 맥주잔에는 소설 속 문장이 새겨져있다. 김영하 작가가 직접 자기 책을 구매하면서 사은품을 받았다는 포스팅이 화제가 되면서 책이 종합 베스트 1위에 오르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 맥주 잔은 큰 인기에 힘입어  2차 제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며 굿즈 열풍을 대변했다. 

더불어 예스24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구매고객에게 보노보노 캐릭터를 넣은 손목쿠션을 증정했다.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 리커버 세트 단독 판매 시 제공한 마스다 미리 머그컵도 인기를 끌었다. 안녕달 그림책 『메리』 와 함께 선보인 메리 쿠션은 작가가 SNS 계정에 직접 홍보해 화제를 낳았다.

교보문고 굿즈는 ‘:K컬렉션’으로 불린다. ‘:K컬렉션’은 독자에게 책을 다양하게 체험할 기회와 잊혀진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전하는 데 목표를 뒀다. 교보문고는 지난 2016년부터 ‘책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클래식을 새롭게 단장하는 리커버:K를 기획·판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문학과 부르마블을 접목한 ‘:K컬렉션 북어라운드’를 출시, 세계문학을 색다르게 소개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올해 인기 굿즈로 △고서점 문양 ‘빈티지 북파우치’ △무라카미 하루키 감성을 담은 금속 ‘하루키 키링’ △인터넷교보문고 20주년 기념 컨셉 ‘갓스물’을 주제로 책 주인공 앨리스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55장을 활용한 ‘앨리스 트럼프 카드’ △기형도·심보선·한강 작가 ‘에코백&페이퍼머그’ △‘책과 향기’를 주제로 작가가 사랑한 향기와 문장을 선물하는 ‘명문장 디퓨저’ △책을 디자인 소품으로 확대한 ‘북램프’ 등을 꼽았다.

교보문고 인문교양팀이 작은 출판사와 함께 디자인한 ‘K Collection X 작은 출판사 굿즈’도 주목받았다.

알라딘은 굿즈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0년대 달력으로 시작해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굿즈를 만들어 마케팅을 펼쳤다. 알라딘 굿즈는 높은 품질력과 완성도, 독창적 디자인을 내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알라딘은 올 한해 인기를 끈 굿즈로 △실용성 높은 포스트잇 아이템을 크기·시리즈별로 모은 ‘스티키노트’ △인기 문학작품을 보온병에 새긴 ‘한국문학 보온병’ △더부스·민음사와 협업해 책과 세트로 구성한 ‘제인에어 비어글라스’ △멸종위기 동물 캐릭터로 실용성·귀여움을 더한 ‘보냉백’ △책을 베고 자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책베개’ △여름 한정 유리컵과 함께 내놓은 ‘실리콘 코스터’ △도시락 세트+피크닉매트 △문학 작품을 형상화한 ‘휴대폰 케이스’ △유리 보틀 △유아 인기 캐릭터 가스파드&리사로 디자인한 ‘클립보드’ 등을 선정했다.

인터파크도서는 홈페이지 내 ‘굿즈#’을 별도 운영한다. 책과 어울리는 특색 있는 상품 7천여종을 갖췄다. 굿즈#에서는 굿즈만 구매 가능하며, 책과 함께 사면 25% 할인 혜택을 준다.

김진경 인터파크 홍보팀 대리는 “온라인 서점의 ‘북 굿즈’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단순 공산품이 아닌 책을 모티브로 제작했기에 반응도 뜨겁다. 인기도서 표지를 본 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계절 이슈에 맞춰 독자가 필요하거나 갖고 싶어할 만한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영풍문고는 이달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굿즈 증정 행사를 열었다. 영풍문고 홈페이지에 ‘내가 추천하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와 에세이'를 남기면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연필세트, 엽서, 북마크 등으로 구성된 윤동주 굿즈를 제공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시와 에세이와 함께 감성 가득한 엽서, 북마크, 연필 세트 등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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