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정 교육감 "교육의 중심은 단연 학생…독서는 상상력의 바탕"…추천책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유시민 『표현의 기술』
[인터뷰] 이재정 교육감 "교육의 중심은 단연 학생…독서는 상상력의 바탕"…추천책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유시민 『표현의 기술』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1.27 10: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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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떨어지고 실의에 빠져 낙향, 그러면서 뭘 좀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졸업생들에게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때는 중학교 못가는 애들이 많았다. 1960년대 초반, 60년 전 충북 진천의 사정은 그랬다. 선배들 모아서 관인학원을 세웠다. 그러니까 고졸자가 어엿한 설립자가 됐다.

그러다 3년 뒤 대학에 진학하며 그만 두었다. 그러니 최소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일찌감치 눈을 떴다고 할만하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얘기다. 대학교수도 지내고 국회의원 때 유아교육법 초안 잡아 제정한 주역이니 가르치는 정책에 관한 한 빠지지 않는 이력이다.

이 교육감은 독서신문이 연중 역점 진행하고 있는 ‘전 국민 독서캠페인- 책 읽는 대한민국’에 기꺼이 동참하면서 읽기를 추천하는 책 2권을 소개했다. 『중국인 이야기』와 『표현의 기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학생이 교육의 중심이라 했습니다. 설명을
“공부는 절대 시켜서 될 일이 아닙니다. 우선은 그런 점에서 교육의 대상으로서 중심은 단연코 학생이죠. 그러나 실상은 안 그래요. 교육의 중심이 교육부, 다음이 교육청, 그 다음은 학교, 또 다음은 공급자는 아니지만 배후에 있는 학부모입니다. 학생들은 겹겹이 싸여 끌려 가고 있는 형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회성은 길러질 수 없고 오로지 경쟁심만 부추기게 됩니다. 과거에는 그런 경쟁욕구가 먹혔어요. 일정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육감은 시대 흐름의 근본을 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지적하고 있다.

- 학생 중심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국어 교과서를 작가들에게 맡기면 어떨까요. 국가가 기준을 만들고 틀에 맞춘 교과과정을 제시하며 진도를 맞춰라 어쩌라 하는 게 없어져야 할 겁니다. 교과서를 없애고 자율발행토록 해야 합니다. 수능이 없어져야 합니다. 대학도 학생을 선발할 때 ‘네가 잘하는 게 뭐냐, 해본 것이 뭐냐, 무슨 책을 읽었냐, 연극을 해봤냐’ 등을 물어야 합니다”
영문과 학생을 뽑으려면 영문소설 한 권 읽어봤는지, 역량은 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을 붙인다. 우리 교육은 ‘일반적인 바보’를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 수능이라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보입니다
“수능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 유치원부터 준비하는 게 현실입니다. 공부는 오직 시험을 위한 것, 시험을 떠난 공부는 상상할 수 없는 것, 이러니 독서는 남의 일이죠. 사실 시험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단연 독서에 있습니다.

독서를 해야 판단 능력이나 상상력이 생겨 자기성찰도 할 수 있게 되고 인문학으로 이어지고 과학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면 그 여운이 남아 자신과 주인공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죠. 그게 바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겁니다”

- 그런 상상력의 세계, 또는 끼를 펼칠 수 있는 기회는 결국 학교 밖에서 찾아야 할까요
“솔직히 말해, 공부하기 싫으면 놀기라도 잘해야죠. 학교 교육에서 끼를 마음대로 펼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저도 끼가 없어요. 그런 기회를 학교에서 얻을 수가 없었죠. 그러나 경기도는 합니다. 바로 ‘꿈의 학교’입니다”

- ‘꿈의 학교’, 뭔가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음악 미술 영화 연극 농업 등을 마을과 협력해 지역별로 운영하는 겁니다. 도내에 851개가 있고 만화가 박재동 선생이 운영위원장입니다. 마음에 맞는 학생들끼리 일주일에 한 번 모입니다. 작곡학교도 있고 만화학교도 있습니다. 마을에 있는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고 있고, 도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지원합니다”

학교가 해 줄 수 없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약간의 도움으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정부 학생자치배움터인 ‘몽실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꿈의학교를 꼽았다. 이 학교를 중심으로 400여 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꿈의 학교가 얼마 안 있어 1천개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 교육청이 예산을 약 70억, 지자체가 약 33억 정도 지원하고 있다.

- 도서관이 지역문화의 허브로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도서관 지원정책이 있는지
“도내 학교 도서관이 2400여 개입니다. 그런데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가 100곳이 안돼요. 정원제에 묶여 있어요. 할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는데 그래도 사서 없는 학교가 1천 곳이 넘어요. 전문 사서가 있어야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독서 교육을 펼 수 있는데 참 걱정입니다.

할 수 없이 사서교사를 도서관장 보직을 주고, 도서관이 아닌 도서실이라면 도서실장으로 하든가 하는 방편도 있을 겁니다. 경기도가 해보겠습니다” 한국도서관협회로선 귀가 번쩍하는 뉴스다. 경기도교육감이 사서가 모자라 걱정이라고 하니, 사서가 갈 곳 없어 걱정이 태산인 도서관협회로서는 천군만마 우군을 만난 셈이다.

이 교육감은 기자가 가져 간 독서신문을 물끄러미 보다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는 역시 종이책입니다. 사각사각 종이 넘기는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감동적입니다. 종이의 감촉, 활자, 여백의 아름다움 등 종이책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하면서 “인공지능시대가 오더라도 종이책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겁니다”라고 독서신문에 힘을 실어준다.

이 교육감의 독서열은 알아준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을 인터뷰 시작해서 벌써 몇 번 들었나 모를 정도다. 기어이 한 번 더 강조한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12년간 최소한 1천권은 읽어야 합니다. 12년간 1천권을 읽자, 캠페인이라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그런 역량을 기를 수 있게 독서 길잡이로서 독서신문이 도내 모든 도서관에 들어가야 할 겁니다” ‘독서의 길잡이, 독서신문’ 창간 47주년을 맞아 들었던 많은 덕담 중에서도 단연 빛난다.

배웅하며 맞잡은 손이 힘이 넘친다. 칠순을 넘겼지만 장년의 힘이다. 독서하는 교육감, 책 읽는 청춘과 같은 말이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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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2017-12-01 10:21:59
중국인이야기 잼있음.. 그거 추쳔하셨네요.

역쉬 2017-11-28 22:35:02
독서하는분이라 좀 다르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