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연구가 이오덕과 『강아지똥』 권정생의 ‘오래된 편지’
우리말 연구가 이오덕과 『강아지똥』 권정생의 ‘오래된 편지’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11.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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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사 티위스컴퍼니의 첫 제작 연극 ‘오래된 편지’가 23일부터 12월 3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 무대에 오른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펴냄 | 372쪽 | 13,000원

‘오래된 편지’는 평생을 우리글 바로쓰기 교육에 힘써 온 교육자 이오덕과 『강아지똥』, 『몽실언니』로 잘 알려진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실제 그들이 30년간 주고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양철북 출판사에서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로 출간된 바 있다. 평생 우리가 사는 세상과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며 살았던 그들의 우정과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이오덕(김정석 배우)

연극 개막에 앞서 리허설이 진행됐다. 연극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던 이오덕이 권정생의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식을 접하고 권정생이 살던 안동 일직면 조탑리 일직교회로 찾아가며 시작된다. 그 후 이오덕은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무명작가 권정생의 작품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두 사람은 나이와 환경을 넘어서 편지만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연극에서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 상황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정권,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등을 라디오 음성으로 들려준다. 책에는 나오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비춰주기도 해, 편지만으로 그들의 삶 중 이해하기 어렵던 부분을 보완했다. 특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오덕과 권정생의 모습이 많이 연출돼 아이들에 대한 두 사람의 사랑을 가늠해볼 수 있다.

권정생(최우성 배우)

또한, “바람처럼 오셨다가 제(弟)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1973년 1월 30일 권정생)”,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1973년 2월 8일 권정생)” 등 편지글이 인용된 대사도 많아 더욱 실감 난다.

연극이 마지막에 다다랐을 즈음, 이오덕의 시 「권정생 선생님 2」가 인용됐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권정생 선생님2」

정우가 저녁에 와서 말했다
- 권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요
이렇게 말해요.
아버지 밥 못 잡수신다고 하거든
좀 야단쳐.
약이고 주사고 다 소용 없어.
밥 안 먹으면 안 돼.
나도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그래도 죽기살기로 먹었어.
한 숟깔 떠 넣고, 오백 번 씹으면
죽보다 더 잘 넘어가
어떻게 해서라도 밥 드시도록 해.
그랬어요.
정우 말 듣고 눈물이 났다.
권 선생이 지금까지 그렇게
내 곁에 있는 줄 몰랐다. (2003. 6. 17.)

연극이 끝나고 간담회가 열렸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펴낸 양철북 출판사의 조재은 대표는 “연극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책을 만들 때는 두 분의 편지를 전달하는 우편배달부가 된 심정으로 편집하고 만들었는데, 연극에서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까 ‘아, 그때 저 선생님들이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알게 됐다”며 “어려운 시대에 거짓 문학과 잘못된 교육 속에서 참된 교육과 올바른 문학을 지키고자 했던 두 분의 만남이 오롯이 전달됐으면 좋겠고, 두 분을 통해 힘든 시대를 살아가지만 좀 더 인간 된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다짐을 하게 되는 연극이 되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출을 맡은 이구열은 “이오덕과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읽기 전엔 과장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구속이나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이나 기록을 살펴보면 이오덕 선생님은 어린아이에게 함부로 반말을 쓰지도 않으셨고, 권정생 선생님은 아이들이 본인에게 다가오는 것이 어려워질까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사셨다. 어려운 일이지만 두 분은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고 살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극 중 연기자들은 입을 모아 “밖에는 춥지만 공연 보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편지를 주고받은 30년이란 세월 동안,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 한결같았던 이오덕과 권정생.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편지’는 플레이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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