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구경’을 통해 세상을 봤고 촛불혁명에서 ‘정의’를 배웠다
‘책구경’을 통해 세상을 봤고 촛불혁명에서 ‘정의’를 배웠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1.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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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구경』을 든 유진 작가

지난해 2월, 가수 지드래곤의 열성 팬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얼마나 ‘열성’ 팬이냐 하면 지드래곤을 좋아하는 마음에 팬, 패션, 친구, 청춘 등 17가지 키워드를 골라 『지드래곤을 읽다』라는 책을 썼을 정도다. 그냥 팬심 가득한 에세이도 아니었고 지드래곤의 노래와 옛 지식인들의 글을 엮은 꽤 심도 있는 글이었다. 

당시 저자는 17세 소녀 유진.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과 상의 끝에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4년간 자신만의 공부를 해 와서일까 ‘특별함’이 느껴졌다. ‘홈스쿨링 10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읽기, 쓰기, 말하기 공부를 하겠다며 뚜렷한 가치관을 밝혔던 그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불구경도, 싸움구경도 아닌 『책구경』이다. 

『책구경』은 촛불, 탄핵, 대선으로 이어졌던 작년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그의 독서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작년 겨울,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다. 올해 봄, 대통령은 탄핵됐고 5월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저자는 다른 공부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2016년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PC 보도를 접하고부터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공부를 미뤄 두고 세상과 마주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초졸 학력의 열아홉 살 청소년’이라고 소개한다. 자기 프로필이 참신하다는 것도 안다. 그 길을 택한 이유를 꽤 강하게 표현한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다닐 곳이 못 된다. 당연하게도, 그래서, 안 다닌다. 『책구경』의 관점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공부하느라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없는 하루하루가 언짢아서 때려치웠다”라고. 

학교를 ‘때려치운’ 만큼 그는 책구경을 통해 세상을 구경한다. 이 책에는 독서의 메이킹필름이 담겨 있다. 드라마 말미에 NG 장면을 공개하는 것처럼 독서의 NG 장면까지도 그대로 보여준다.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책구경의 호흡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가 아니라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촛불로 가득 찬 광장에서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목격한 뒤에는 그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꺼내 든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에 빠진다. ‘각자 다른 입장에서 다른 고민을 품고 살던 100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오늘만큼은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로 작정하고 한곳에 모였다. 정의란 이런 걸까. 사람들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모인 걸까’ 

책을 읽은 뒤 광장에 가 촛불을 들자 스스로가 굉장히 정의로운 사람으로 느껴졌고 정의를 다룬 책을 좀 더 읽고 싶었다. 그래서 권석천 기자(현 JTBC 보도국장)의 중앙일보 칼럼을 모은 책 『정의를 부탁해』를 펼쳤다. 최근 몇 년간의 사건사고와 이슈가 적혀 있어 현대사를 다룬 역사책처럼 읽었다.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다음으로 읽어보고 싶은 책도 떠올랐다. 현실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였다. 그렇게 철학, 법, 종교, 아동, 역사,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의(定議)내린 정의(正義)를 읽었다. 

유진은 이러한 자신의 ‘책구경 일지’와 함께 책구경 기술도 알려준다. ‘책등만 보면 다 알 수 있다’, ‘당당하게 서가를 누빈다’, ‘책 뒤의 책(참고문헌 책구경)’, ‘파도 타듯 책을 탄다’ 등 33가지에 달하는 책구경 기술은 당장 실천해볼 만하다. 불구경, 싸움구경보다 흥미진진한 ‘책구경’을 지금 시작해 보자. 

『책구경』 
유진 지음 | 포럼 펴냄 | 24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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