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뷰티/패션
[인터뷰] 4회 케이퍼 디자인 컨테스트 대상 홍문주 양 “모피=동물학대, 인식 안타까워요”

[독서신문] 모피 디자인은 여러모로 어렵다. 털이 치렁치렁 늘어지고 무게도 만만찮아 다루기가 쉽지 않다. 염색도 불편하고 특히 다른 재료와 깔끔하게 어울리지 않는 배타적인 질감이다. 그리고 비싸다.

이런 모피 디자인을 어린 학생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신진 디자이너 발굴이라는 명분을 떠나 모험이다. 모피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 대학생들이 질감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겉멋'에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게 첫째 우려다. 디자인 수준이 너무 떨어져 상업화는커녕 전문가 관심도 끌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게 두 번째 우려다.

또 결정적인 것은 모피에 대한 일반인들의 저항감을 어떻게 이 대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돼 성공할 것인가가 세 번 째 우려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과거형이 됐다. 적어도 11월 13일 열린 제4회 케이퍼 디자인 컨테스트를 본 전문가들이라면 이런 평가에 동의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직접 콘셉트를 결정하고 아이디어를 내 디자인하고 모피업체의 도움을 받아 옷을 만들어 모델에 실제로 입혀가며 잔손질을 끊임없이 한 결과물이 13일 삼성동 섬유센터 런웨이를 걸었다. 예선을 거쳐 거의 7개월에 걸친 아마추어 작품이 무대에 오른 것은 모두 10점.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의 노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산학협력의 성공적 모델을 보고 있다는 평을 더했다. 해마다 디자인 수준이 발전한다는 말은 관객을 의식한 덕담이 아니었다. 이날 창의성 심미성 상업성에 기술적인 면을 고려한 채점 결과, 대상은 홍문주 양에게 돌아갔다. 작품명은 ‘대나무’.

대상을 받은 홍문주 양(가운데)과 김혁주 한국모피협회 이사장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3학년인 홍 양은 마치 모델처럼 날씬하다. 꽃다발에 파묻혀 사진 찍기 바쁜 홍 양 손을 잡아 테이블에 앉혔다. 어머니도 동석해 딸의 한마디한마디 빼놓지 않고 들었다.

- 작품 ‘대나무’는 어떤 작품인가
“직선의 실루엣을 살려 대나무의 절개 지조 정신을 표현했다. 소매 부분에 희고 곧은 색깔을 넣어 대나무의 깨끗함을 드러냈다”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대나무’ 작품은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고 소매 부분 처리가 능숙했으며 고요한 겨울 새벽을 연상케하면서 대나무 잎을 형상화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상업성을 고려했을 때도 다른 작품보다 호평을 얻었다.

- 작업 중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소재가 워낙 다뤄보지 않은 모피여서 힘들었다. 패턴을 만드느라 재봉도 어려웠다. 워낙 낯선 소재여서 그랬어요” 그래도 3월부터 시작해 여름내 땀 흘려가며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어 온 것은 남다른 경험을 쌓는 일로서 두고두고 ‘재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홍 양이 처음부터 모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모전 포스터를 보고 그냥 마음이 당겨서 여기까지 오고 땀을 흘려 대상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 대체로 모피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평소에 그렇게 호의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모피 생산부터 유통과정 등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모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 바뀌었어요. 국제적으로도 스탠다드를 만들어 꼼꼼하게 관리하는 걸 처음 알았어요. 국내 모든 모피업체도 그 기준에 맞춰 관리를 하더라고요”

사실 모피, 하면 야생 여우를 흉악한 방법으로 때려잡아 껍질을 벗기는 ‘학대’행위를 곧잘 떠올린다. 일부 방송을 통해 중국 등에서 있었던 포악한 방법이 노출된 것도 부정적 인식에 한 몫했다. 그러나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모피용 여우 등은 철저한 관리 아래 ‘사육’된다는 것. 소나 돼지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홍문주 양과 대상 수상작 '대나무'

- 상금이 200만원이다. 어디 쓸 건가
“대상 받으리라곤 생각 못해 어디에 쓸 것인지도 생각 안했다. 덴마크 연수 비용에 보탤까 생각 중이다” 혹시 어머니가 달라고 하면 어떡하죠, 질문에는 입을 가리고 호호 웃기만 했다.

홍 양은 대상 부상으로 200만원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사가퍼(SAGAfur) 디자인스튜디오 연수 기회를 얻었다.

졸업 후 의류회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홍 양, 이제 모피디자인이라는 길에 첫 발을 디뎠다. 그 길은 ‘대나무’처럼 곧을 것이다. / 엄정권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엄정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인터뷰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