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인간의 삶에서 잠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불리 먹고 잘 자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고,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부정하는 자는 거의 없다. 특히, 잠은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역사상 많은 과학자들이 잠을 잔 후에 문제의 해법을 알아냈고 예술가들은 잠을 잔 후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경험을 했다.
우리는 잠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낮잠’,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잠자는 소녀’ 등 일상의 잠을 다룬 것부터 프랑스아 에두아르 피코의 ‘에로스와 프시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디아나와 엔디미온’ 등 그리스로마신화 속 잠을 다룬 것까지 이 책에 소개된 작품만 해도 50여 점에 이른다.
2014년부터 잠을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에 관심을 쏟은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잠과 관련된 서양미술 작품들을 연구하면서 신화, 꿈, 일상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주목했다. 그리고 많은 자료들을 모아 예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잠’에 취했다.
존 워터하우스의 ‘아리아드네’에는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눈을 감고 비스듬히 누워 디오니소스와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잠자는 여인’을 보면 목욕을 마친 여인이 잠에 빠져 있는데, 그녀의 탐스러운 육체는 주변의 천들과 함께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또, 조반니 벨리니의 ‘잠자는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리는 성모 마리아’를 보면 잠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잠재된 에너지를 뜻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잠은 예술가의 해석과 표현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림 속 잠자는 모습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예술가들이 달콤한 잠이라는 주제에 빠진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 이정윤 기자
『잠에 취한 미술사』
백종옥 지음 | 미술문화 펴냄 | 240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