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동성애자야. 레즈비언이라고!” 『딸에 대하여』
“엄마, 내가 동성애자야. 레즈비언이라고!” 『딸에 대하여』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11.13 13: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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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김혜진 지음 | 민음사 펴냄 | 216쪽 | 13,000원

[독서신문] 책을 고를 때 먼저 보게 되는 것 중 하나인 제목. 이 소설은 제목만 봐선 분명 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물론 틀린 제목은 아니다. 그러나 소설은 딸보다도 딸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어머니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엄마는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왠지 모르게 가족 중에서도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존재다. 가까운 사이인 만큼 모든 걸 꿰뚫고 있는 듯하다. 굳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어디 아프니?” 등 곧잘 알아차린다.

그중에서도 딸이 유달리 엄마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경우 많다. 같은 여자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이 많고, 통하는 부분도 많은 덕일까. 그러나 아무리 친하고 가깝다 해도, 일기장에 적어 놓은 것들을 모두 공유할 정도로 터놓고 지낼 수는 없다. 한편으론 애써 알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딸은 동성애자다. 기자는 올해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축제 한켠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인들이 시위하고 있었다. 한 동성애자 커플에게 들어보니, 이번에는 비가 내려 종교인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새삼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피부로 느꼈다. 인터넷에서는 동성애를 싫어하는 걸 넘어 혐오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회 분위기가 이러니, 중년 나잇대에 접어드는 부모가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임을 수용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해한다 한들, 사회로부터 손가락질받을 자식 생각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마음 한구석은 편치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주인공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딸이 평범하게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엄마는 딸이 7년째 여자와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걸 모른 체하고만 싶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사회적 편견이 딸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주인공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맘대로 집을 나가버린 딸이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제멋대로 다시 집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애인까지 데려왔다. 기가 차서 말이나 나올까. 한술 더 떠 딸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이라고, 엄마 같은 사람들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가령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오이를 먹인다고 해보자. 억지로 씹어 삼키는 사람도 있겠지만, 속을 게워내기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북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가 있고, 무려 팔로워가 1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동성애를 꾸역꾸역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떻게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딸은 아는 걸까.

책에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뿐 아니라 딸의 연인과 엄마, 딸과 사회 집단, 요양보호사로서 돌봐드리는 할머니와 엄마, 병원과 엄마 등 여러 갈등을 다룬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그러나 쉽게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엄마의 괴리감과 고통이 활자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날이 갈수록 동성애 합법화, 동성애 찬반 논란은 불거진다. 가치관과 사회 분위기가 이러하니 어쩌면 좁힐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싫다”, “왜 이해를 못 하냐”며 자기 의견을 억지로 관철하는 것만이 뾰족한 수는 아니다. 앞서 말한 오이에 빗대자면, 오이가 싫은 사람도 있고, 오이가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성애를 옹호하든 배척하든, 누구보다도 가까운 엄마와 딸 사이에서 동성애로 인해 갈등을 빚는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동성애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황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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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2017-12-07 21:22:20
기사 쓰실 때 동성애 합법화가 아니라 동성결혼 법제화인건 알고 쓰신 건가요? 그리고 오이랑은 경우가 다르죠. 굳이 오이랑 비유를 하셔야겠다면 이성애 할 생각은 하나도 없는데 '네가 이성 맛을 못 봐서 그래'등의 말을 하며 이성애를 강요하는 것에 비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포비아들이 동성애뿐만 아니라 퀴어들을 굳이 '꾸역꾸역'받아들이려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지나가면 되는 겁니다. 또 자꾸 페도필리아랑 퀴어랑 비교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있는데 페도필리아는 정신병이고 동성애는 이성애와 같이 그냥 사랑입니다.

ㅎㅎ 2017-11-13 21:51:54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라 정신병이죠. 동성애자가 정상이면 소아성애자도 정상입니까?? 동물과 성교하는 동물성애자도 정상이라고 할까요? 동성애는 그리 아름답지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동성애는 실제로는 변태성욕이고 정신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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