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렌체를 사랑한 메디치가의 350년 역사
[리뷰] 피렌체를 사랑한 메디치가의 350년 역사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1.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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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갈릴레오, 다 빈치, 단테, 도나텔로, 라파엘로,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예술가, 학자, 사상가들을 후원한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화제 도시 국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지도자 대부분을 배출한 명문가 ‘메디치가(家)’다. 

메디치가의 역사는 1400년부터 1748년까지 약 350년간 이어진다. 그중 15~16세기는 역사와 예술 두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였다. 역사적으로는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이자 유럽의 정치권력이 이탈리아의 큰 독립 국가들(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에서 프랑스, 영국, 독일 같은 북부 국가들로 옮겨간 시기였다.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중요한 시기였는데, 1400년으로 접어들면서 예술의 르네상스가 탄생하는 위대한 15세기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예술 각 분야에서는 전무후무한 인물들이 배출됐다. 당시 메디치가는 비교적 초라한 환경에 처해 있었지만, 군사 정복에 힘입지 않고서도 위대한 가문으로 일어섰기에 역사는 괄목할 만한 일로 꼽는다. 

G. F. 영이 쓴 『메디치 가문 이야기』는 ‘메디치가 사기(史記)’로 칭해도 될 만큼 탄탄하고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군인 출신의 역사 저술가로, 메디치가의 이야기를 저술하기 위해 피렌체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수많은 사료를 찾고 연구했다. 지금도 메디치가 주요 인물 몇 명의 역사를 다룬 저서는 여러 권 있지만, 가문 전체를 다룬 저서는 영어권과 이탈리아권을 통틀어서 이 책밖에 없다. 

메디치 가문은 다방면에 걸친 활동에 힘입어 삶의 여러 각도에 손을 댔다. 정치력과 경제력, 학문성과 예술적 취향, 시 행정과 시민 정서에 대한 공감도, 상업과 농업 지식 등 상이한 분야들에서 비범한 능력을 드러냈다. 게다가 탁월한 예절, 경우 바른 대인 관계, 거만과 거리가 먼 태도, 자유롭고 후한 성향을 겸비했다고 한다. 다만 외모에서는 출중하지 못했다. 

이들은 후한 평가 못지않게 비판도 많이 받았다. 오랜 세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시민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들이 됐다는 비판과 살인죄를 포함한 수많은 악을 저질렀다는 비판이다. 저자는 “바라건대 이 책이 메디치가가 다른 가문들보다 유난히 탐욕스럽지도 잔인하지도 않았음을 입증해 줬으면 한다”며 지나치게 무모한 비판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책은 메디치가의 역사적 수장 조반니 디 비치(1360~1428)를 시작으로 메디치가의 마지막 사람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1667~1743)까지 각 인물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전체적인 관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몇몇 개인을 지나치게 설명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343년의 파란만장한 그들의 역사는 유서 깊은 산 로렌초 성당에 묻혀 있다. 해악을 끼친 군주도 있었지만, 가문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그들은 철저한 피렌체인들로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피렌체를 뜨겁게 사랑했다. 그들은 피렌체의 영광을 자기들의 영광으로 생각했다. 

조반니 디 비치의 마지막 후손,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가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예술품, 궁전, 저택, 미술관을 토스카나 정부에게 기증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그중 한 점이라도 피렌체에서 옮기지 말 것과 모든 나라 민중의 유익을 위해 쓸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렇기에 피렌체에서 그들의 기억을 지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이정윤 기자

『메디치 가문 이야기』         
G. F. 영 지음 |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 펴냄 | 768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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