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재인 “인공지능은 독서를 이길 수 없다”
철학자 김재인 “인공지능은 독서를 이길 수 없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1.08 21: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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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2016년 9월 27일, 구글은 ‘구(句, phrase) 기반 기계 번역’을 핵심 알고리즘으로 삼던 구글 번역을 대신해 새롭게 ‘구글 신경망 기계 번역 시스템’을 발표했다. ‘문맥 고려’가 가능해졌다는 게 핵심이었다. 사용자들도 구글 번역의 품질이 확연히 좋아졌음을 느꼈다. 

이제 구글 번역 시스템은 문단 전체의 맥락을 고려해 특정 문장을 번역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문화적 맥락, 작가의 스타일, 이미지를 비롯한 보조 정보까지 고려하면서 번역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기계의 능력이 좋아졌다고 감탄하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떠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개발되기까지는 인간의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를 펴낸 철학자 김재인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질 좋은 데이터를 줄 때 뛰어난 번역이 가능해요. 인간이 출발어랑 도착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그를 잘 매칭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할 뿐입니다. 후에는 ‘감성 언어 번역’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그 또한 기계가 감성적인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라 그런 감수성을 가진 인간이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많은 용례들만 있다면 ‘농담’, ‘아재개그’, ‘급식체’, ‘외계어’를 번역하는 것도 다 가능할 겁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가 와도 책은 영원할 것이라고 본다. 단, 연필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다른 것 필요 없이 시간을 보내고 굉장히 많은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책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간직하고 있을 때 유효한 예상이다. 가령 여행 정보 등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룬 책이라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는 독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창조적인 인간이 살아남는 시대에 책과 독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읽기와 쓰기를 병행하는 인간이 더욱 ‘강력한’ 시대가 온다. 

- 서울대 교양강의 ‘컴퓨터와 마음’을 정리해 책을 냈는데 어떤 수업인가요 

“중심에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가 있어요. 그리고 기술적 측면과 철학적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다룹니다. 공대생들이 준 의무로 들을 때랑 아닐 때 편차가 크긴 한데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 사범대, 자연대, 예술대, 의대 모두가 골고루 듣습니다. 공학도들은 기술적인 얘기할 때 아는 부분이라 재미없어해요. 철학적인 내용 중에서도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자신의 고민과 만나는 부분을 말할 때 눈동자가 반짝이더라고요” 

-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중퇴하고 미학, 철학을 전공하셨어요

“하나의 전문분야에 집중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관심을 붙잡았어요.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온갖 것을 찝쩍거렸죠. 그러던 중 시대가 마침,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어요. 석·박사에서 니체와 들뢰즈를 연구했는데 두 사람 모두 기본적인 베이스가 ‘인간 너머의 존재’까지를 함께 고려하거든요. 인공지능도 그 연장선상에서 탐구될 수 있다고 봐요” 

- 인공지능은 3단계로 분류된다고요

“책에는 인간보다 1000배 이상 높은 지능인 초인공지능, 그보다 조금 낮은 등급인 인간 수준 범용인공지능, 한 가지 일을 아주 잘하는 약인공지능으로 써 놨는데요. 초인공지능과 범용인공지능은 합쳐서 ‘강인공지능’으로 보면 됩니다. 아직 강인공지능은 없어요. 과학자들이 언제쯤 출현할지에 대해 주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2~3년 전 투표했을 때만 해도 40년 정도로 내다봤어요. 그런데 얼마 전 들어보니 120년으로 늘었어요. 내후년쯤 되면 20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대요. 기술적으로 진척이 전혀 없어요. 한 번에 큰 도약이 일어나야 하는데 접근법이 없고 그 수준에 도달할 꿈을 꾸는 연구자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에 겁먹을 필요가 없겠어요

“한 가지를 뛰어나게 잘 하는 것이 약인공지능인데요. 알파고도 여기에 속합니다. 증권 분석 인공지능, 프로야구 기사 작성 인공지능, 암 진단 인공지능 모두 다요. 이 부분을 발전시키는 게 현재 돈이 돼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모두 약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하고 있거든요. 기술자와 자본가의 관심이 강인공지능으로 쏠릴 때 발전의 씨앗이 생겨날 거예요”

-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은 강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이른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튜링이 안타까워요. 그가 조금 더 살았으면 강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현재 그의 후계자들은 전혀 근접도 못 하고 있어요. 튜링은 본질적으로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졌어요. 튜링 테스트를 개발하고, 인간의 다양한 측면들을 질문했을 때 테스트를 통과한 기계는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 가정이었죠. 저는 튜링이 영감을 불어 넣어준 물음들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습니다”

- 마음을 알고리즘화 하는 건 가능한가요? 

“불가능에 가깝죠. 우선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잘 몰라요. 마음을 정의할 수 있어야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설령 마음에 대해 얼핏 안다고 해도 그를 수학적으로 처리하는 건 힘들 거예요. 인간 마음의 활동 중 하나를 ‘기억’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기억은 재편되고 계속 변해요. 그에 반해 컴퓨터는 절대 변하면 안 돼요. 따라서 변하는 어떤 것을 변하면 안 되는 것으로 바꾼다는 것 자체의 논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특성 중 계산 가능하고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은 알고리즘으로 변환할 수 있겠죠” 

- 서점, 은행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도입해 화제에요

“단순한 수준에 그친다고 들었어요. 일본에서 들여온 로봇인데 일본의 ‘페퍼’도 화제는 되겠지만 기술은 뛰어나지 않을 거예요. 표정과 감정을 읽어서 책을 추천해주는 기능이 가능할까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추천해 주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요. 가령 아마존이 하는 식처럼 말이죠. 아마존은 수십억 건의 자료를 분석해서 저 소비자가, 또는 저 소비자와 비슷한 구매 양상을 보이는 다른 사람들이 이런 책을 함께 구매했었다는 결론을 도출해요. 그렇게 분석한 패턴을 기반으로 책을 추천해주죠”

- 읽어보면 좋을 인공지능 책들이 있을까요

“스튜어트 러셀과 피터 노빅이 쓴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이요. 현재 인공지능 기술자들이 한 번씩은 본 교과서에요. 페드로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도 추천할게요. 두껍긴 한데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봤으면 해요. 인공지능이 현장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책이에요” / 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펴냄 | 372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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